"마하리시 캠프에 있으면서 웃겼던 점은 너무나 아름다운 그곳에서 하루에 여덟 시간씩 명상하면서도, 나는 '아임 소 타이어드(I'm So Tired)', '여 블루스(Yer Blues)' 같이 지구상에서 가장 비참한 노래를 쓰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존 레논)

존 레논은 조지 해리슨과 더불어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아슈람에 끝까지 머무르며 명상을 가장 열심히 한 비틀스 멤버였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 있으면서 최고의 곡들을 썼다. 그런데 사실 존 레논은 리시케시 체류 초반부터 낯선 환경과 시차 때문에 불면의 밤을 보내며 괴로워했다. 그러면서 불면증을 넘어 외로움으로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 그는 이러한 심경을 본인이 지구상에서 가장 비참한 노래라고 표현한 '아임 소 타이어드', '여 블루스' 등 두 곡에 담았다. 

이는 어쩌면 술이나 약물을 못하는 데 따른 금단현상이었을 수도 있고, 본격적으로 명상을 시작하면서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

오노 요코를 향한 그리움

그러나 확실한 것은 존 레논이 명상에 심취해 있으면서도 런던에 두고 온, 그리고 머지않아 새로운 아내가 될 오노 요코를 계속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가사에 그대로 드러난다. 명상 캠프에 온 지 3주째에 작곡한 '아임 소 타이어드'에서 레논은 불면증의 고통을 호소하는 한편, 오노 요코를 향한 집착과 그리움을 묘사한다.

너무 피곤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너를 생각하고 있어
너에게 전화해야할까?
하지만 나는 네가 뭘 할지 알아

- '아임 소 타이어드' 중에서


'화이트 앨범' 50주년 기념 슈퍼 디럭스 앨범에 수록된 '아임 소 타이어드'의 에셔 데모 버전을 들어보면 존 레논이 오노 요코를 향한 그리움에서 이 곡을 썼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내가 너를 안고 있을 때,
네가 너의 매력을 하나씩 보여줄 때,
일어나서 웃긴 농장으로 가야 하나?

- '아임 소 타이어드' 에셔 데모 버전 중에서


또 너무 외로워서 자살 충동까지 느꼈던 심정을 처절하게 노래한 '여 블루스'에서 존 레논이 느낀 이러한 괴로움의 원인은 오노 요코로 추정된다. 

그래 나 외로워, 죽고 싶어 
그래 나 외로워, 죽고 싶어 
내가 아직 죽지 않았다면, 
오, 소녀여 너는 그 이유가 뭔지 알잖아 

아침에 죽고 싶어
저녁에도 죽고 싶어 
내가 아직 죽지 않았다면, 
너는 그 이유를 알거야

- '여 블루스' 중에서


비록 당시까지는 본격적으로 오노 요코와 관계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존 레논은 그녀에게 강한 성충동을 느꼈고 얼마 후 '해피니스 이스 어 웜 건(Happiness Is A Warm Gun)'이라는 곡에서 그러한 욕망을 그려냈다. 

전미 라이플 협회가 발행하는 잡지 <아메리칸 라이플맨>의 기사에서 제목을 따온 이 노래는 "따뜻한 총", "그녀의 벨벳 손", "그의 바쁜 손" 등 가사 전체가 성적 은유로 가득하다. 특히 당시 BBC 방송국은 성적인 이유로 이 곡을 금지했으며, 이는 제목의 '건(Gun)'이 남자의 성기를 상징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 '해피니스 이스 어 웜 건'의 에셔 데모 버전에는 "수녀원장이 서두르네"라는 후렴구가 반복된 다음에 "요코 오노 오 노, 요코 오노 오 예스"라는 가사가 등장해, 노래 속 '수녀원장'이 곧 오노 요코임을 암시한다.
 
 1964년 존 레논과 그의 아내 신시아 레논이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공연을 마치고 함께 귀국했다(자료사진).

1964년 존 레논과 그의 아내 신시아 레논이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공연을 마치고 함께 귀국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존 레논이 오코 요코를 처음 만난 것은 1966년 가을이었다. 당시만 해도 두 사람은 모두 결혼하여 배우자가 있는 상태여서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러다가 1967년 8월 런던 힐튼 호텔에서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초월명상 강연에 참석한 뒤 집에 가려는 존 레논, 신시아 부부의 리무진에 느닷없이 오노 요코가 올라타면서 그 관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비틀스와 그들의 아내, 여자친구가 리시케시로 명상 수업을 들으러 갈 시기가 다가오자 존 레논은 오노 요코를 아내 신시아와 함께 리시케시에 데려갈 대담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동료들과 주변사람의 비난과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는 나중에 고백했다. 

"저는 용기를 잃었어요. 전처와 요코를 데려가려고 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오노 요코를 데리고 떠나지 못하는 불만 때문에 아내 신시아에게 불똥이 튀었다. 존 레논은 아내를 원망하면서 잔인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는 1967년 12월 영화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 개봉 기념 파티에서 술에 취해 아내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무시하여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신시아 레논은 눈물을 흘리며 파티를 떠나면서도 리시케시에 가서는 남편과의 관계가 회복되길 바랐다. 무엇보다 리시케시에 가면 남편이 오노 요코와 떨어지게 되어 그 점은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인도여행을 제2의 신혼여행으로 기대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녀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인도에 도착한 뒤로 존 레논은 줄곧 멀리 떨어져 있는 오노 요코만을 생각하고 그리워했다. 반면 아내와는 명상을 핑계로 각방을 쓰면서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는 리시케시에서 명상을 공부하며 보낸 시절을 떠올리며 쓴 '인디아, 인디아(India, India)'(1980)라는 곡에서 당시 푹 빠져있던 오노 요코를 회상한다.

인도, 인도, 내 말을 들어봐 
참을성 있게 네 발 앞에 앉아봐
강가에서 기다리고 있지만,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나는 두고 온 여자와 함께 내 마음도 영국에 두고 왔어 

- '인디아, 인디아' 중에서


장거리 연애 시작한 두 사람
 
 존 레논, 오노 요코 부부가 1980년 11월에 발표한 스튜디오 앨범 <더블 팬터지>의 재킷 이미지. 존 레논의 마지막 음반이 되었다.

존 레논, 오노 요코 부부가 1980년 11월에 발표한 스튜디오 앨범 <더블 팬터지>의 재킷 이미지. 존 레논의 마지막 음반이 되었다. ⓒ Geffen Records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으면서 몇 달 동안 보지 못했던 존 레논과 오노 요코는 각각 인도 리시케시와 영국 런던에서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다. 존 레논은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오노 요코를 그리워하며 '아임 소 타이어드', '여 블루스'를 썼고, '줄리아'와 '에브리바디스 갓 섬싱 투 하이드 익셉트 미 앤 마이 멍키(Everybody's Got Something To Hide Except Me And My Monkey)' 같은 곡에서는 노래 속에 오노 요코의 존재를 직접 등장시켰다. 그러는 사이 오노 요코는 존 레논에게 알 듯 모를 듯한 내용의 엽서를 써서 보냈다.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구름이 보이면 나를 생각하세요."

존 레논은 이러한 오노 요코의 엽서를 고대하며 아슈람 내에 있는 우체국에 날마다 들러 엽서가 왔는지 확인했다. 그러고는 요코를 생각하면서 곡을 쓴다든지, 길고 검은 머리를 한 동양 여인의 그림을 그리곤 했다.

리시케시에서 몇 달을 그렇게 오노 요코를 생각하며 보내다가 존 레논은 아슈람 내에서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가 추문에 연루되자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아내 신시아에게 자기가 몇 주 동안 작업 때문에 녹음 스튜디오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니 제니 보이드, 도노반, 알렉시스 마르다스 등과 함께 그리스로 여행을 다녀오라고 권했다. 그런 다음 아내가 여행 간 사이에 켄우드 자택으로 오노 요코를 불러들여 최근 자신이 만든 전자음악 테이프를 들려줬다. 

"인도에서 돌아왔을 때, 우리(요코와 나)는 전화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나는 그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한밤중이었고 신시아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어요. '음, 이제 내가 요코를 더 알아야 할 때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가 집에 왔고 저는 뭘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래서 우리는 위층에 있는 스튜디오에 가서 내가 만든 모든 테이프를 요코에게 들려줬습니다." 

오노 요코는 감동했고, 그녀의 제안으로 두 사람은 나체 커버사진으로 유명한 <언피니시드 뮤직 넘버 원: 투 버진스(Unfinished Music No. 1: Two Virgins)>라는 아방가르드 앨범을 홈 스튜디오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뒤 서로 사랑을 나누었다. 그때가 진짜 두 사람이 연결된 때였다. 

"우리가 <투 버진스>를 시작했을 때는 자정이었고, 끝냈을 때는 새벽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새벽에 사랑을 나눴습니다.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존 레논)
덧붙이는 글 저서로는 <조지 해리슨: 리버풀에서 갠지스까지>(오픈하우스, 2011), <살림지식총서 255 비틀스>(살림출판사, 200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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