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음악가 박근홍의 새 밴드 소식을 들었다. 반가우면서도 의아했다. 게이트 플라워즈, ABTB라는 걸출한 밴드 보컬리스트로 이름을 알리고 한국대중음악상 트로피도 품에 안은 그가 낯선 이름으로 활동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새 밴드는 오버드라이브 필로소피(OVerdrive Philosophy)다. 입에 잘 안 붙는 이름이라 줄여서 오버필로 부르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한 EP < OVerdrive Philosophy >는 지난 2월에 발매됐다. 주변 반응은 아주 좋다. 이후 밴드는 여러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선사하며 왕성한 활동을 기대하게 했다. 얼마 전 트랩페스트 공연을 마친 보컬리스트 박근홍을 인터뷰했다.
 
 밴드 오버드라이브 필로소피

밴드 오버드라이브 필로소피 ⓒ OVerdrive Philosophy

 
- EP를 라이브로 녹음하셨지만, 관객들과 어우러진 공연은 또 새롭습니다. 외형적 변화도 느껴지네요.
"음악에 맞게 변화를 줬습니다. 슈트를 입고 곡과 곡 사이에 정적이 흐르지 않도록 계속 연주해요. 다이어트도 제법 열심히 했습니다. (웃음)"

- 갑자기 새 밴드를 하셔서 조금 의아했는데 EP를 듣고 바로 이해했습니다. 매번 대단한 동료들을 만나시는 거 같네요. 
"저도 신기합니다. 하드록 보컬리스트와 블루스 기타리스트, 세션 경험이 많은 베이시스트와 힙합 드러머가 만난 첫 결과물은 실험적이었어요. 리프 같은 음악적 테마 없이 '미세먼지 같은 연주를 해달라'는 요구에 멤버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어요. 사실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에서 본 걸 흉내 낸 건데 실제로 되어서 더 놀랐습니다."

- 멤버들이 재즈 연주에 조예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재즈를 잘 아는 분이 우리 노래를 듣고 '팻 마티노(Pat Martino)가 함께한 더 필라델피아 익스페리먼트(The Philadelphia Experiment) 같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재즈를 잘 모르는 저는 프로그레시브 록이라고 하겠지만, 앞으로 밴드가 나갈 길은 재즈 록이 아닐까 싶습니다."

- 이미 많은 앨범을 내고 공연한 1970년대 하드록 밴드가 레이블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녹음한 거 같기도 해요.
"레이블이 없어서 압박이 없긴 했죠. 그래도 곡을 만들 때 대중적 취향을 꽤 많이 고려했어요.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구를 넣고, 펑키 리듬의 댄서블한 곡도 만들었어요. 물론 이전 밴드들의 노래도 '대중음악'으로 만들었지만, 이번엔 좀 더 많은 분이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 라이브의 생동감을 고스란히 전달하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푸 파이터스(Foo Fighters)가 < Wasting Light >를 차고에서 녹음했다는 이야기를 참고했지만, 고가의 장비를 갖춘 해외 유명 록 밴드 녹음 환경에 비할 순 없어요. 작은 클럽에서 헤드폰도 없이 메인 스피커로 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녹음했습니다. 클럽 공연 그 자체를 녹음한 거죠."

- 마스터링을 맡은 스털링사운드 테드 젠센(Ted Jensen)의 피드백이 있었나요?
"사실 그의 피드백을 조금 기대했는데 전혀 없었어요. (웃음) 하지만 비싼 만큼 제대로 일을 해줬어요."

- 립서비스도 없었나 보네요. (웃음) 
"그것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죠? ABTB 1집을 작업한 조 라포르타(Joe LaPorta)가 제법 화끈한 서비스를 해주긴 했네요."

- 게이트웨이 스튜디오 밥 루드윅(Bob Ludwig)도 고려하셨죠?
"아무래도 퀸(Queen) 2집을 작업한 인물이라 개인적으로 더 끌리긴 했죠. 하지만 작업 후기가 별로 없어서 결국 검증된 테드 젠센을 선택했습니다."

- 솔로 앨범이었다면 절대 안 나왔을 노래들이 흥미롭습니다.
"블루스 기타리스트도 있으니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모르는게약'을 만들었습니다. 미국 밴드 툴(Tool)을 들어본 적도 없는 멤버들이 그 스타일에 맞게 연주해서 신기했어요. '구호물품 pt.1' 후렴구는 떼창을 의도했습니다. 후반부 연주는 제 통제와 상관없이 나아간 건데 김성대 평론가가 마하비시누 오케스트라(Mahavishnu Orchestra)를 떠올리는 걸 보며 역시 재즈가 익숙한 멤버들이라고 생각했어요."

- 보컬 스타일도 달라졌어요.
"'구호물품 pt.2'에서 1960년대 솔(Soul) 스타일을 시도해봤습니다. 샘 쿡(Sam Cooke)이나 윌슨 피켓(Wilson Pickett) 같은.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이 롤모델로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을 언급했을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데, 저도 나이를 먹다 보니 결국 록 보컬 원조는 솔이란 걸 깨닫게 되네요."

- 이야기 전달 방식을 두고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앨범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예요. 콘셉트 앨범 같은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전체 맥락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스트리밍, 바이닐에 밀린 시디를 제작해서 되레 반가웠습니다. 음반에서만 들을 수 있는 노래도 있죠?
"너바나(Nirvana)를 아는 분들을 위한 농담 같은 노래를 보너스로 넣었어요. 'get out'이라고. 원래 마스터링도 안 하려고 했는데. (웃음) 이런 노래를 또 만들진 않을 거 같아요.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 요새 눈여겨보는 한국 밴드가 있나요?
"쏜애플 라이브를 추천받아서 계속 보고 있어요. 이처럼 정교하게 연주하는 밴드가 있다는 게 너무 놀랍고 반가웠어요. 저는 이렇게 할 수 없으니까요. 즐겨 듣는 노래도 있습니다. 실리카겔의 'Desert Eagle', 배드램의 '정오의 순간', 카디의 'Legends Never Die'요."

-일 년여간 유튜브 채널에서 이런저런 음악 이야기를 나누셨죠. 가장 재밌었던 게 뭔가요?
"그 얘기가 나올 줄은 몰랐네요. (웃음) 사실 제가 했던 방송 주제는 항상 똑같았어요.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자는 거. 물론 불가능한 일이죠. 예술가의 모든 걸 매대에 올려놓는 게 대중예술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어요. 계속 그 얘기를 반복하니까 재미는 없어지더라고요. 뭐, 그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오버필을 시작한 거죠."

- 향후 활동 계획을 알려주세요.
"5~6월엔 라이브 클럽 공연이 몇 개 잡혀있습니다. 어디서든 재밌게 공연할 생각이니 많이 보러 와주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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