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한 장면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즈코리아

 
* 영화에 대한 약간의 스포성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설명이 필요없는 <해리 포터> 시리즈 프리퀄로 기획된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가 어느새 3편까지 도달했다.  2016년 <신비한 동물사전>, 2018년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비밀>에 이은 세 번째 이야기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아래 '신비한 동물사전 3'>은 제목 그대로 덤블도어(주드 로 분)를 전면에 내세운 마법 전쟁이 2시간 20분에 걸쳐 그려진다.  

​1~2편에 걸쳐 극악 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마법사 그린델왈드(매즈 미켈슨 분)는 머들(인간)을 향한 전쟁을 선포하고 이를 막기 위해 덤블도어는 뉴트 스캐멘더(에디 레드메인 분)와 그의 동료들에게 막중한 임무를 부여한다. 이처럼 총 5편짜리 대작으로 기획된 시리즈에서 이번 3편은 뉴트와 친구들 못잖게 중요한 과제가 부여된 작품이다.  

덤블도어 vs. 그린델왈드의 사랑 싸움?... 마법사판 엑스맨 대결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한 장면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즈코리아

 
​영화의 도입부,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서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는 차 한 잔 나누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청년 시절 두 사람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야심을 공통적으로 지닌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마법사들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인간, 머글에 대한 시선은 전혀 달랐다. 덤블도어는 공존하며 살아가는 동반자적 관계를 꿈꿨지만 그린델왈드에게 머글은 멸종시켜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한때 서로를 사랑하고 같은 꿈을 지녔지만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적대적 관계로 나눠질 수밖에 없었다.

​<해리 포터>를 포함한 원작자 J.K 롤링이 다뤄왔던 그간의 내용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동성애 관계는 제법 파격적인 설정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문제는 이러한 구성이 단순한 설정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러 소설, 드라마, 영화 속에서 다루니까 나도 한번 해볼까" 식의 도입 이상으로 차별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건 <신비한 동물사전 3>이 좀처럼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하는 약점으로 다가온다.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대립 구도가 마치 영화 <엑스맨> 속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것 또한 단점으로 작용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자비에 교수 vs. 매그니토의 대립과 거의 판박이로 그려진다. 인간을 증오의 대상으로 삼은 매그니토를 향해 절친 자비에는 포용과 대결의 과정을 반복해왔는데 <신비한 동물사전 3>는 이와 같은 이야기의 틀을 그대로 본뜬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캐릭터의 균형감 붕괴... 개연성 상실​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한 장면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즈코리아

 
<신비한 동물사전 3>이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는 건 1~2편에 걸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인물들의 성격이 대거 거세되었다는 점이다. 분명 이 작품에서 핵심을 담당한 건 뉴트 스캐멘더였다. 그런데 '덤블도어'를 제목에 사용하면서 이 작품 속 출연 배우의 교체(조니 뎁 → 매즈 미켈슨) 이상의 역할 비중이 달라진다.  

철저히 덤블도어 중심으로 꾸며지면서 뉴트, 크레덴스(에즈라 밀러 분), 퀴니(알리슨 수들 분) 등 개성 넘치던 인물들이 3편에선 그동안 쌓아온 매력을 상실하기에 이른다. 티나(캐서린 워터스톤 분)는 사실상 카메오 출연자로 전락했고 새롭게 합류한 애버포스(리처드 코일 분), 유서프(윌리엄 네이디람 분)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그나마 '머글' 제이콥 코왈스키(댄 포글러 분)만이 고유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고군분투할 따름이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악의 축에 앞장 섰던 크레덴스, 새 캐릭터로 덤블도어 세력에 참가한 유서프의 작품 속 갑작스런 변화는 좀처럼 설득력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개연성을 잃어 버리고 만다. 출생의 비밀, 사랑 이야기, 가족의 오해 등 이것저것 모두 다루다보니 산만함이 가중될 따름이다.  

원작자 리스크? J.K 롤링의 매력없는 시나리오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한 장면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즈코리아

 
지난 1~2편에서 다뤘던 각종 이야기의 '떡밥'을 회수해야 하고 <해리 포터> 및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 핵심 캐릭터를 담당한 덤블도어 교장과 관련된 숨은 이야기도 그려야 하는 등 이번 작품에는 해결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 것이다. 그런데 막상 어두 컴컴하게 채색된 워너 브러더즈의 로고와 더불어 시작된 영화는 마치 숲 속 안개로 인해 길을 잃은 여행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가 편수를 거듭할수록 부진을 겪은 이유 중 하나로 일부 영화팬들은 J.K 롤링의 매력없는 시나리오를 손꼽기도 한다.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영화가 만들어진 <해리 포터>와 달리, <신비한 동물사전>은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작품이다. 동명의 서적은 <해리 포터> 속 인물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설정 모음집으로 쓰여지다보니 영화를 위한 또 다른 내용이 필요했다.  

그런데 원작자 롤링의 그려나간 내용들은 초대형 화면을 채울 만한 힘이 매번 부족했고 결국 이번 3편에선 <해리 포터> 중 총 7편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작가 겸 제작자 스티브 클로브스가 합류해 약점 보완에 나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단점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판타스틱'이라는 원제 속 단어에 부합하는 환상적인 장면은 부재했고 선과 악의 대결을 적절히 표현해야 할 액션씬의 미미한 존재감은 <신비한 동물사전 3>의 마법 상실을 부채질 한다. 이번 3편은 시리즈의 존립을 걱정해야 할 만큼 스스로를 위기에 내몰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신비한동물들과덤블도어의비밀 신비한동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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