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설경구, 천우희, 고창석 주연의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오는 27일 개봉한다.

7일 오전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제작보고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된 가운데,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설경구, 천우희, 고창석과 연출을 맡은 김지훈 감독이 참석했다. 참석 예정이었던 오달수는 이날 불참했으며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악재 딛고 5년 만에 개봉
 
일본의 극작가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하타사와 세이코가 각본을 쓴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학교 폭력으로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즉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영화다.

이 작품은 지난 2017년 8월 촬영이 끝났으나 5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 2018년 2월 오달수가 과거 동료 여배우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개봉이 연기된 것. 김지훈 감독은 개봉이 늦어진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다"라며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인적인 고민이 있었지만 개봉을 하고 싶었다. 영화를 보시고 평가해 달라. 두려운 마음으로 말씀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겠다"라고 밝혔다. 오달수는 논란 이후 활동을 중단했다가 2020년 영화 <이웃사촌>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바 있다. 

이 영화에서 설경구, 고창석, 오달수, 김홍파는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네 명 학생의 아버지를 연기한다. 천우희는 사건에 얽힌 아이들 반의 예비 담임으로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다.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는 그간 많이 다뤄졌지만 이 영화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시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학교 폭력을 행한 가해자와, 그러한 가해자를 키워낸 부모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그런 만큼 배우들은 작품에 임하며 복잡한 마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가해자의 아버지이자 변호사인 강호창 역을 맡은 설경구는 "가해자의 시선을 다룬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꼈다. 여러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는 건드려지고 소개가 돼서 많은 분들이 공감했으면 했다.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라고 밝혔다. 

"모든 부모가 이렇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극 중) 나는 내 아이의 말을 끝까지 믿어 보려고 하는 부모 역할에 충실했다. 그런 믿음까지 없었다면 연기하기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정말 아니구나' 하고 믿어줘야 할 것 같았고, 믿고 싶었다." (설경구)

"같이 아파해주시고 분노해주시길"
 
사회 초년생 선생님 송정욱 역의 천우희는 자신이 맡은 역에 대해 "진실을 은폐하려고 하는 가해자 부모들을 보면서 피해자 친구를 도와주려는 조력자"라고 설명하며 "다만 경험이 부족해서 진실에 다가가려고 해도 뭔가 부족하고 때론 고지식하다"라고 덧붙였다. 

학폭 가해 학생의 아버지이면서 동시에 해당 학교의 수학 교사인 정 선생 역의 고창석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큰 분노를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배우이기 전에 한 아이의 부모이기도 한데 '나였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생각했을 때 좀 자신이 없어지더라"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가해자 중심으로 서사를 풀었다. 들끓는 분노와 반복되는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제목의 '니 부모'는 가해자의 부모를 의미한다." (김지훈 감독)

영화를 보면서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주목해달라고 당부한 설경구는 "완성도 높은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보시면서 같이 아파해 주시고 분노해 주셨으면 좋겠다"라며 "피해자의 얼굴과 그의 마음을 기억해달라"라고 말했다. 이어 천우희는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진심으로 만든 영화다. 불편한 주제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야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외면해서는 안 되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부모들의 이야기다. 외면하지 말아 달라." (고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