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연주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 아닐까요?"

KBS국악관현악단의 원영석(50) 지휘자가 3월 18일 KBS홀에서 진행하는 정기연주회 <뉴클래식 협연의 밤>의 모든 곡을 아창제(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의 선정작으로 채운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한국 창작음악의 산실이라 불리는 '아창제'가 올해로 13회째를 맞고 있지만, 지금까지 선보였던 총 161곡들 중 한 번이라도 재연이 된 작품은 39곡(2019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것은 그만큼 창작음악이 다시 무대에 서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매체를 활용해 국악의 저변확대와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KBS국악관현악단이 '아창제'를 특집으로 연주회를 꾸렸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1985년에 창단한 KBS국악관현악단은 전통적인 곡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장르를 소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방송국에 소속된 메리트를 활용해 관객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단체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대중화를 넘어서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엔 조직의 인적 구성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1985년 창단한 이래 3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악단은 최근 들어 정년퇴임을 하는 선배들이 늘어나면서 2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단원들의 연령대가 폭넓게 변했다. 이런 다양성은 다른 악단과 비교해 볼 때, 세대간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장점을 주기도 한다. 

원 지휘자는 지난 2019년 5대 상임 지휘자로 부임하면서 새롭게 변화를 시도한 것이 있다. 1년에 최소 4번 펼쳐지는 정기연주회에 횟수를 더하지 않고 대신에 테마에 맞춘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몇 번째 공연을 알리는 것보다 프로그램을 브랜드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제 258회 정기연주회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주제가 있는 공연입니다. 그래서 이번 연주회는 '뉴클래식'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어요. 이것은 '국악의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 내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국악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끌어내는 의미에서 '뉴(new)'라는 수식어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지난해 '굿'과 관련된 음악을, 그 이전에는 심청가의 판소리에서 눈대목 위주로 곡을 구성해서 90분을 채운 것과 결을 같이 한다. 하지만 올해는 협연으로 뉴클래식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다섯 곡을 준비했다. 그래서 아창제의 출품작으로 협연곡을 구성했으며, 국악을 장르(정악, 민속악, 창작음악)별로 다양하게 구성한 것이다. 

18일 정기연주회를 일주일가량 앞둔 지난 1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가의집에서 원 지휘자를 만나 공연을 준비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2014년에 부산국악원의 악단이 연주한 '제6회 아창제'에서 객원 지휘자로 참여한 이래 두 번째 만남이다. 이 자리에서 원 지휘자가 한국 창작음악을 대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아창제, 실험적인 작업 가능하게 해줘"
 
 지난 1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의집 3층에서 인터뷰한 KBS국악관현악단의 원영석 지휘자

지난 1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의집 3층에서 인터뷰한 KBS국악관현악단의 원영석 지휘자 ⓒ 필립리

 
- 그동안 아창제와 인연이 남다르다. 작품을 선정할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하는가. 
"2012년 아창제의 국악 부문이 생긴 이래 개인적으로 공모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보통 악단에서 작품을 선정할 때, 창작 작품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연주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것인지에 관심을 둔다. 초창기에는 작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는데, 이제는 창의적이고 희귀한 작품, 실험적인 부분을 고려한다. 최근에는 실제로 연주됐을 때 관객이 호응도까지 생각하는 편이다." 

- 이번에 아창제의 선정작품을 연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학에서 작곡을 배웠지만 지금은 지휘전공 교수로 일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연주에 관심이 많다. 아창제의 선정곡이 많이 연주됐으며 좋겠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없는 이유는 곡들이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악단이나 학교 또는 단체에서 테마가 있는 연주를 해야 하는데, 그런 테마에 불쑥 넣기가 어렵다. 그래도 이런 연주는 많아져야 한다." 
  
- 국악관현악계에서 창작곡의 어려움과 아창제의 매력은 무엇인가?
"국악관현악이 어려운 것은 자꾸 서양관현악이랑 비교당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좋고 나쁨의 비교가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문제다. 국악관현악곡을 쓸 때, 음계·음량·음색 등에서 다양한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 서양에서는 몇 백년 전부터 만들어졌는데 우리 국악관현악은 이제 시작아닌가. 그래서 아직까지는 한계로 남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악관현악을 매개로 연주하는 '아창제'는 국악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작품들도 독주·중주·관현악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는 관현악작품을 위한 협연도 다양하게 갈 수 있다. 서양악기와 국악악기를 섞는다든지, 합창도 그런 것이다. 이렇듯 아창제는 국악관현악을 중심에서 파생된 실험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다."
 
- 이번에 선보이는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전체적인 큰 주제에 맞춰 조금씩 색깔을 바꾸었다. 그중에서 2곡은 약간의 개작을 했다. '폭포수 아래 II'(이정호 작곡, 아창제 13회)는 뉴클래식에 맞춰 조선시대 궁중음악, 풍류음악인 정악적인 분위기를 낸다. 또한 고구려 고분에서 영감을 얻은 '비천도'(김대성 작곡, 아창제 8회)는 대금과 피리의 창작스타일이 돋보이는 협연곡이다. 현대적인 창작음악인데 우리 전통적인 소재를 많이 사용했다. 산조의 선율과 리듬을 바로크 시대의 변주곡 형식인 '파사칼리아'(박영란 작곡, 아창제 8회)는 민속악, 산조의 협연곡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그림에서 향비파 소리를 들었을 때 신비함을 담은 '학을 탄 선인'(김현섭 작곡, 아창제 9회)은 비파협연곡이다. 현악기가 없어서 특수악기로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하를 생각하고 만든 '오딧세이'(민영치 작곡, 아창제 6회)는 설장구 협주곡으로 대중적인 느낌이 난다."
 
 지난 1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의집 3층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는 KBS국악관현악단의 원영석 지휘자

지난 1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의집 3층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는 KBS국악관현악단의 원영석 지휘자 ⓒ 필립리

 
- 아창제를 통한 국악관현악계는 어떻게 변화했는가?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큰 변화가 있다. 우선, 작곡가들이 관현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특히 대학교에 다니는 젊은 친구들은 관현악을 쓴 이후에 연주를 해야하는데 실제로 쉽지 않다. 사람을 모으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창제가 20대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둘째, 또한 아창제를 통해서 1990년대, 2000년, 2010년대를 조명했을 때, 2010년대 이후에 관현악의 새로운 어법에 탄생했다. 예전에는 비파협연곡 같은 것이 없었는데 새롭게 생겨난 것처럼 충분히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악단의 관점에서 동기부여가 된다. 아창제에서 나오는 곡을 연주하다보니 음악적인 효과를 비롯해 연주회 때 가졌던 다양한 현상이 악단에겐 많이 영향을 미친다. 그럼 우리도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 앞으로 연주 계획이나 바람이 있는가?
"이번 공연은 주옥같은 작품들을 선정하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점차 의견을 모으면서 2~3곡의 후보곡이 생겼다. 그런데 이것이 모두 아창제의 곡이 아니었던가. 차라리 그럴바에는 아창제 곡들로 특집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아창제도 이제 10년 차가 넘어가는데, 우리가 생각한 것을 아창제의 곡에서 충분히 구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국악계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가 연주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창제 곡들이 유튜브에 많이 올라와있지만 우리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을 해볼 것이다. 물론 초연 당시의 좋았던 것은 되살려야 겠지만 완전히 다른 음악을 하고 싶다. 이제는 세월도 흘렀고, 악단도 다르고, 새로운 도전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 믿는다." 
 
※ 원영석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국악과 작곡전공으로 학사를, 독일 에센국립음대에서 지휘전공으로 석사를,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한국음악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악장 겸 지휘자 역임했으며, 현재는 KBS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와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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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문화예술 전문 월간지<문화+서울>(문화플러스서울) 편집장을 지냈으며,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다. sortir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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