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상자료원 ⓒ 성하훈

 
한국영상자료원(아래 영상자료원, 김홍준 원장)이 사무국장 선임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퇴직 예정 관료를 사전 내정한 데 대해 노조와 이사들이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영상자료원은 지난 2월 24일 김홍준 감독이 신임 원장으로 임명된 후, 지난 4일 사무국장 임명 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노조가 강력히 반발했고, 이사들 역시 이를 거부하면서 통과되지 않았다.
 
영상자료원 사무국장은 이미 원장 임명 전부터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상태였다. 문체부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영상자료원의 한 이사는 "소문대로 문체부 국내관광 업무 담당자인 왕아무개 과장이 사무국장 후보였다"며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말했다.
 
영상자료원 노조는 3일 발표한 성명에서 "퇴행적 사무국장 임명관행 개선을 촉구한다"라며 "퇴직예정 관료 내정은 문체부 스스로가 내건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보수정권의 블랙리스트 사태 당시 관료 출신 사무국장이 문체부의 지시를 받아 이행하면서 산하기관의 종속성을 보여줬다"라고 지적했다.
 
영상자료원 규정에 따르면 '사무국장은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원장이 임명'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원장이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실제적으로 문체부가 인사권을 행사하려는 데 대한 반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영화계와 노조가 사무국장 인사를 놓고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관행처럼 이어지는 이 흐름이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영상물등급위원회 등의 기관들은 사무국장을 위원장이 직접 임명한다. 비록 비전문가 낙하산을 임명해 반발이 생긴 적은 있으나 퇴직 관료들이 임명된 적은 없었다. 기관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유독 영상자료원만 긴 시간 퇴직 관료 사무국장 내정이 관행으로 되풀이되면서, 그동안 쌓였던 내부의 불만이 표출되는 모습이다.

문체부가 사무국장 내정하는 게 문제
 
 지난 2월 24일 한국영상자료원장에 임명된 김홍준 감독

지난 2월 24일 한국영상자료원장에 임명된 김홍준 감독 ⓒ 문체부 제공

 
김홍준 원장이 임명된 직후 사무국장 임명 논란이 불거진 것은, 역설적이게도 김홍준 원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간 영상자료원장은 업무와 무관하고 전문이 없는 사진기자 출신들이 정권과 유착돼 낙하산으로 임명돼왔다. 이 과정에서 성희롱과 복무규정 위반, 지인 업체 계약 등으로 불명예 퇴진한 인사도 있었다. 이 때문에 영상자료원 직원들은 "수준 미달의 원장이 부끄럽다"며 자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홍준 원장은 자타가 공인할 만큼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만큼, 기대감은 더욱 상승했다. 영상자료원의 한 관계자는 "훌륭한 분이 원장으로 오셨는데도, 사무국장이 낙하산으로 오면 무기력감이 생길 것 같다"라며 "힘들겠지만, 신임 원장이 낙하산 고리를 끊어줬으면 하는 것이 내부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홍준 원장은 4일 부결된 사무국장 안건을 7일 서면 이사회를 통해 통과시키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자 연기했다. 김홍준 원장은 <연합뉴스>에 "이사들에게 의견을 더 묻고, 노조를 포함한 사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영상자료원의 한 이사는 "이사회 때 신임 원장이 '사무국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 없다'고 했다"며 "문체부가 낙하산 내정자를 임명하라고 압박하지 말고 자율성 보장 차원에서 규정대로 원장의 인사권을 보장해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역시 "문체부가 발간한 블랙리스트 백서에도 '퇴직 공무원 사무국장 임명 관행 개선'과 '독립성 자율성 전문성 강화'를 제시하고 있는 만큼,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기존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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