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버스커 버스커부터 밥 딜런(Bob Dylan), 빌리 조엘(Billy Joel)까지. 국내외 유명 뮤지션들이 콘서트장에서 애용하던 조연이 오케스트라 협주곡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에 비해 가격 부담도 덜하다. 관악기보다 (입으로 불면 떨리는 판으로 소리를 내는) '리드(Reed)악기'로 소개된다.

200년 전, 유럽에서 시작했지만 미국남북전쟁에는 재즈와 블루스를 알렸다. 종류만 해도 150개가 넘는다. 비브라토는 손으로, 호흡으로, 혀와 입술까지 짧은 역사에도 연주비법이 다양하다. 휴대성은 어떤가. 억지로 불지 않고 숨쉴 정도의 소리만 내도 된다. 남녀노소로부터 사랑받는 악기에 관한 얘기다.

"하모니카 연주자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됐어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되는 <제13회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에 참여하는 김형준 작곡가는 "앞으로 하모니카 작품의 대표적인 참고곡이 되고 싶다"며 <하모니카 메모리얼>을 완성시켰다.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되는 <제13회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에 참여하는 김형준 작곡가는 "앞으로 하모니카 작품의 대표적인 참고곡이 되고 싶다"며 <하모니카 메모리얼>을 완성시켰다. ⓒ 필립리

 
클래식 분야에서 전도유망한 음악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김형준(33) 작곡가는 하모니카 연주곡을 완성한 계기를 이렇게 기억했다. 하모니카와 관련된 곡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악보를 제작해줄 편곡자를 찾는다"는 SNS를 올린 연주자와 연락이 닿았다. 첫 만남에서 연주자는 독창적인 레퍼토리가 없어서 작품이 올라갈 때마다 고민이 많았단다. 그런데 자신도 언젠가는 하모니카 곡을 쓰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김 작곡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에 선정되어 1년 넘게 작업을 이어왔다. 원래는 25분쯤 되는 곡인데, 제13회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이하 '아창제') 공모시 작품시간에 제한이 있어 15분 이내로 개작해야 했다. 원래는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일관편성인데, 이번에는 원래 규모를 위한 이관편성으로 작업했다. 여기에 유연함을 더하기 위해 지난 4월에는 피아노와 하모니카 2중주로 만들기도 했다. 이런 끊임 없는 변주는 어떤 상황에서도 연주를 계속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연주되는 작품을 위해서 '재연작' 공모에 신청했어요. 2월에 초연을 올린 이후 이번이 여섯 번째 공연이에요."

2007년에 시작한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이하 '아창제')가 올해로 13회째를 맞는다. 이것은 서양 고전음악이 일색이던 한국음악 시장에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들이 창작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작곡가의 혁신적인 창작력과 개척정신이 반영된 작품을 발굴해오면서 '한국의 창작관현악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특히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역임한 이건용을 추진위원장으로 위촉해, 양악부터 국악에 이르는 대한민국 대표적인 창작음악제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6~8월에 공모를 진행해 10월에는 블라인드 심사를 거쳐 국악관현악과 양악관현악 작품을 선정해 무대에 올린다. 

오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아창제>(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양악 부문이다. 여기엔 김형준의 하모니카 협주곡<하모니카 메모리얼(Harmonica Memorial)>을 비롯해 김신 'Selbstgespräche 7' for orchestra, 박준상 교향곡 제3번(2021), 엄기환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사방신(四方神)', 윤은혜 abyss 등 다섯 곡이 이어진다.

특히 선정결과를 알리는 심의총평에서 "하모니카 협주곡은 참신함과 함께 작곡가(김형준)와 연주자(박종성)간의 치밀한 소통이 돋보인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년 전부터 박 연주자와 함께 다섯 번의 무대를 완성시킨 이 곡은 19세기부터 현재까지 하모니카가 걸어온 역사적 배경을 4악장으로 구성한 것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코 앞에 둔 지난 3일, 대학로의 예술가의집에서 김형준 작곡가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하모니카가 '조화를 이룬다'는 하모니(Harmony)와 연관있다고 한다. 실제로 다른 악기와 잘 어울리는가? 
"오케스트라, 현악기와 잘 어울린다. (하모니카는) 몸집과 울림통이 작은 편이라 마이크를 통해서 밸런스를 맞춰줘야 협주가 가능하다. 처음에는 이런 한계 때문에 클래식에서는 쉽지 않았다. 큰 무대에서는 사용되지 않다가 유명한 뮤지션이 하모니카를 들고 나오면서부터 대중화됐다. 그런 하모니카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느 지휘자가 "피아노는 누르면 음이 나오는데, 하모니카는 숨을 쉬어 소리를 내기 때문에 어렵다"는 편견을 고백했다. 작곡가로서 하모니카의 매력은 무엇인가?  
"(나도) 악기를 처음 접하다보니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느꼈다. 작기는 하지만, 들숨과 날숨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음역의 영역이 넓다. 또한 호흡을 쉬어야하는 관악기와는 다르게 유연하게 호흡할 수도 있다. 오히려 (현악기처럼) 계속 연주도 가능하다. 그리고 재즈, 탱고, 국악 등 다양한 장르와 조화를 이룬다. 1악장은 오리엔탈(국악)을, 2악장은 반음계적인 클래식을, 3악장은 미국 재즈와 블루스를, 4악장은 TV에 나오는 대중음악을 보여준다. 시간이 길어도 다양한 장르가 나오니까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곡이 완성되기까지 1년이 넘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어느 정도 분량을 써서 연주자와 만나기로 했는데, 참고할 자료가 없다보니 너무 힘들었다. 어느날, 곡을 안 써가면 5만원씩 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5만원씩 드린 기억이 난다.(하하) 그만큼 창작의 고통이 컸고, 채찍질 하면서 나왔다. 초연에는 연주자도 이런 곡을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대부분 예쁜 선율의 곡을 불었지 이렇게 불협화음의 경험도 없다보니 서로가 힘들었다. 이렇게 고생한 경험이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다 쓰고 연주자에게 넘길 때는 눈물이 났다. 다행히 1년간 계속 연주하면서 기회를 잘 잡은 듯하다." 

-대중가수들이 연주한 곡은 들어봤는데, 하모니카를 위한 곡은 보지 못했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처음 시도하는 것인가?  
"하모니카의 역사, 발전과정을 가지고 대중에게 소개하겠다는 의도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동양에서 유럽으로, 또 다시 미국과 현대로 옮겨가는 뉘앙스를 악장별로 표현했다. 언젠가는 교향악 축제에 올리고 싶다. 연주가 많이 된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지속적으로 연주되길 꿈꾼다." 

-"앞으로 하모니카 작품의 대표 참고곡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공연을 해온 소감은? 
"최초로 하모니카를 등록한 때가 1822년이니까 지난해가 200주년이다. 여섯 번까지 이어올 것이라곤 전혀 예상도 못했다. 다만 연주자의 레퍼토리에 대한 고민을 덜게 되어 다행이다. 작곡가로서 완벽한 작품을 위해 끊임 없이 수정했다. 처음에는 이 곡이 나온 것을 고마워했지만 계속 보다보니 아쉬운 부분도 보였다. 앞으로도 계속 수정하게 될 거 같다. 재연에는 주위로부터 피드백을 듣고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하다."  

-창작의 과정은 어떤 의미인가?
"창작은 작곡가가 가진 모든 것을 꺼내는 일이다. 그런데 그냥 꺼내는 게 아니라 청중과 교감할 수 있는 목표와 의도를 가지고 꺼내는 게 진정한 창작이라고 생각한다." 
 
 제13회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 포스터

제13회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 포스터 ⓒ 아크로한국창작음악제 추진위원회

 
-김 작곡가에게 <아창제>는 무엇인가?
"학부 때 습작은 많이 했는데, 작품은 많이 발표하지 않았다. 그전에 현악오케스트라와 합창을 위한 것도 했는데, 주로 활동했던 분야는 오케스트라 편곡 분야다. 메이플스토리, 스타크래프트 등과 같은 게임음악뿐 아니라 영화음악 등까지 다양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곡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가 가진 음악적 경험을 쏟아냈다. 4악장은 테크노풍, EDM까지 들어간다. 이곡은 한 가지만 음식을 차려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 음식을 차려놓은 뷔페 같은 것이다. 작가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독창적"이라는 박창욱 감독의 말처럼 나의 모든 경험이 곡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거 같다." 
  
-이 무대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하모니카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당일에 많은 작곡가들도 올텐데, 하모니카에 관심을 갖고 많은 창작곡을 써주길 바란다. 바이올린, 피아노 등 메이저 주류 악기는 넘치는데, 하모니카 등 수요가 있는 작품에 관심을 갖아주면 좋겠다. 앞으로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좇는 작품을 쓰고 싶다. 음악은 듣고 즐기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동안 너무 실험적인 것을 통해 본질에서 멀어지지 않았나 반성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작품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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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문화예술 전문 월간지<문화+서울>(문화플러스서울) 편집장을 지냈으며,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다. sortir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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