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갈 길 바쁜 인삼공사를 제물로 시즌 첫 연승에 성공했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3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4-26,25-19,22-25,25-18,15-12)로 승리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 이어 후반기 첫 경기에서도 인삼공사를 잡은 기업은행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인삼공사를 6연패의 늪에 빠트리며 이번 시즌 첫 연승을 기록했다(6승19패,승점16점).

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 달리 산타나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김희진과 김주향을 비롯해 국내 주전 공격수 5명이 모두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하는 고른 활약을 펼친 끝에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특히 기업은행의 윙스파이커 표승주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0.22%의 공격 점유율과 43.64%의 높은 공격성공률로 블로킹 3개를 포함해 27득점을 퍼부으며 기업은행의 승리를 이끌었다.

현존하는 여자배구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
 
 GS칼텍스에서 FA자격을 얻은 표승주는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기업은행 이적을 선택했다.

GS칼텍스에서 FA자격을 얻은 표승주는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기업은행 이적을 선택했다. ⓒ 한국배구연맹

 
현역 시절 3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골을 기록했던 '두 개의 심장' 박지성(전북 현대 어드바이저)은 윙포워드부터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 유명했다. 야구에서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LG트윈스 2군감독)이 유격수로 골든글러브 4회(1993,1994,1996,1997년), 외야수로 골든글러브 2회(2002,2003년)를 수싱했던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였다.

이처럼 스포츠에서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 되곤 한다. 여자배구에서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시절이던 2007-2008 시즌 '여제' 김연경을 제치고 득점왕에 올랐던 한송이(인삼공사)가 윙스파이커에서 센터로 변신해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011-2012 시즌 인삼공사의 우승을 이끌었던 주전세터 한수지(GS칼텍스 KIXX) 역시 센터로 변신해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 V리그 여자부에서 표승주만큼 뛰어난 멀티 플레이어는 찾기 힘들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기업은행의 우선지명 이후 가장 먼저 도로공사에 지명된 표승주는 입단 초기부터 윙스파이커와 센터를 오가며 활약했다. 2012-2013 시즌에는 서브 부문 4위(세트당 0.49개)에 오르기도 했다. 황민경과 고예림(이상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김선영 등 비슷한 스타일의 윙스파이커들 사이에서 표승주의 플레이는 분명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2014년 5월 도로공사가 FA센터 정대영을 영입했고 표승주는 정대영의 보상선수로 GS칼텍스의 지명을 받았다. 표승주는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14-2015 시즌 서브 3위(세트당 0.37개)와 득점 20위(181점)에 오르며 새 팀에 무난하게 적응했다. 그리고 팀의 간판스타 한송이가 센터로 변신한 2015-2016 시즌 주전 윙스파이커로 활약한 표승주는 36.25%의 성공률로 369득점(공동11위)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표승주는 2016-2017 시즌 GS칼텍스의 중앙이 약해진 틈을 타 센터로 변신해 속공 6위(40.48%)에 오르며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GS칼텍스에는 이소영(인삼공사)과 강소휘로 이어지는 '쏘쏘자매'가 왼쪽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표승주는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채 2018-2019시즌까지 팀의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그렇게 풀타임 주전'에 미련이 있던 표승주는 FA 자격을 얻은 2019년 큰 결심을 했다.

FA 앞두고 보름 새 두 번의 '인생경기'
 
 표승주는 이번 시즌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리시브를 시도하고 있을 정도로 수비에서도 높은 공헌도를 기록하고 있다.

표승주는 이번 시즌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리시브를 시도하고 있을 정도로 수비에서도 높은 공헌도를 기록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표승주는 박정아(도로공사)와 고예림의 이적으로 왼쪽이 헐거워진 기업은행으로 이적을 선택했다. 하지만 표승주는 이적 첫 시즌 크고 작은 부상으로 20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기업은행 역시 표승주가 가세한 2019-2020 시즌 5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기업은행 팬들 사이에서는 팀 전력을 단숨에 끌어 올릴 수 있는 수준의 거물급 FA가 아닌 표승주 영입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2019-2020 시즌 부상으로 고생하는 중에도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며 고군분투했던 표승주는 지난 시즌 안나 라자레바(페네르바흐체 SK)가 합류하면서 주전 윙스파이커로 고정 포지션을 찾았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8경기에 출전한 표승주는 35.69%의 성공률로 267득점을 올리며 기업은행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다. 특히 36.66%의 리시브 점유율을 기록한 표승주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885개의 리시브를 받아내며 기업은행의 수비를 책임졌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팀의 내홍과 외국인 선수의 부진이 겹치면서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떨어졌고 표승주 역시 3라운드까지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뽐내지 못했다. 하지만 김호철 감독 부임 후 조금씩 팀의 체계가 잡히기 시작한 4라운드부터 표승주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5일 기업은행이 8연패에서 탈출했던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경기에서는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28득점을 올리는 '인생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표승주는 기업은행의 시즌 첫 연승경기였던 30일 인삼공사 원정에서도 기업은행의 공격을 이끌며 역전승을 주도했다. 산타나가 결장한 상황에서 주공격수 김희진보다 많은 30.22%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진 표승주는 팀 내에서 가장 높은 43.64%의 성공률로 27득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5일 흥국생명전에서 올렸던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28점)에 단 1점이 부족한 기록으로 표승주는 불과 보름 사이에 두 번의 '인생경기'를 선보인 셈이다.

여전히 5위 흥국생명(승점25점)에게 승점 9점 차이로 뒤져 있는 기업은행에게 사실상 현재 순위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최근 4경기에서 3승을 따내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기업은행은 후반기 리그 판도에 더욱 큰 재미를 가져다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최근 보름 동안 두 번이나 '인생경기'를 펼친 기업은행의 국가대표 윙스파이커이자 여자배구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표승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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