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관련 이미지.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누구의 엄마 혹은 누구의 아내로만 소환되기 일쑤였던 중년 여성들의 과거가 이토록 아플 수 있을까. 한창 꿈꾸고 배우고 싶을 나이에 생업 전선에 나갔지만 또다른 사회적 폭력에 시달려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곧 관객들에게 공개된다.
 
이혁래, 김정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미싱타는 여자들>은 우리가 잘 돌아보지 않았거나 애써 무시해왔던 여성들의 노동사이자 동시에 민주화 운동사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한열 열사로 촉발된 노동 운동의 또다른 축에 바로 서울 청계 평화시장을 중심으로 한 미싱사들과 시다(보조 직원)들이 있었고, 영화는 십 수명의 실제 인물을 카메라에 세워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이숙희, 신순애, 임미경을 비롯한 1960년생 전후의 중년 여성은 베이비붐 세대의 끝자락에서 말 그대로 교육보단 생업 전선을 택해야 했다. 종전 후 너도나도 잘 먹고 잘 살자는 개발주의 광풍이 불기 시작했고, 급속한 산업화의 초입에서 이 여성들은 밖으로는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 환경에 노출돼 있으면서 동시에 육아라는 이중고를 겪곤 했다.
 
이 영화는 거기에 더해 그 여성들이 이른바 공산당 척결이라는 미명 하에 모질게 공권력의 폭력을 당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는 한을 덜어주고자 나라에서 지원한 노동학교가 소위 '빨갱이 소굴'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며 억압의 무대가 된 것이다. 단순히 초빙 강사가 당시 사회운동가 함석헌 선생, 전태일 열사의 모친 이소선 여사라는 게 이유였다.
 
중등교육 수준의 학문을 배우기 위해 야근과 잔업을 마치고서라도 노동학교를 찾던 이 여성들은 학교를 지키고 되찾고자 했지만 돌아오는 건 무분별한 경찰의 탄압이었다. 당시 기억을 힘겹게 꺼내며 눈물 짓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우린 잊으려 했던 기억의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의 한 장면.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의 한 장면. ⓒ 플라잉타이거픽쳐스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의 한 장면.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의 한 장면. ⓒ 플라잉타이거픽쳐스

 
영화는 애초에 여성 노동자들의 생애구술사에서 출발했다. 서울시 지원을 받아 아카이빙 차원으로 기획된 프로젝트였는데 김정영 감독이 영화화로 방향을 잡아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단순한 기록으로도 의미가 있었겠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길을 터놓게 됐다.
 
아픈 역사라지만 <미싱 타는 여자들>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발한다거나 당시 공권력을 추적하려는 의도 보단 이 여성들을 기억하고, 여전히 그 아픔을 숨기며 어디선가 살고 있을 또다른 동료들을 찾자는 데에 있다. "제 2의 전태일은 여자가 돼야해!"라며 당시 일하던 공장 빌딩에서 투신하려고 했던 임미경씨는 "사실 이 영화에 나오는 데에 많이 망설였다. 잊고 싶었던 과거, 아무도 몰라야 했던 이야기를 꺼내는 게 괴로웠기 때문"이라 지난 언론 시사회 간담회에서 말한 바 있다.
 
용기 내어 그 기억을 공유한 덕에 여러 여성들이 다시 모일 수 있었다. 더욱이 개봉 이후 전국 상영관에서 이 영화 상영 후에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일종의 흐름이 이어지길 조심스럽게 기대해봐도 좋겠다.
 
한줄평: 그 자체로 소중한 역사적 기록
평점: ★★★★(4/5)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관련 내용
감독: 이혁래, 김정영
출연: 이숙희, 신순애, 임미경 외 11인
제작: 플라잉타이거픽처스(유)
공동제공 및 배급: ㈜영화사 진진
러닝타임: 109분
관람 등급: 전체관람가
개봉일: 2022년 1월 20일  

 
미싱타는 여자들 다큐멘터리 전태일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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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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