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나더 라운드> 관련 이미지.

영화 <어나더 라운드> 관련 이미지. ⓒ 엣나인필름


 
 
나름 가정도 꾸미고 건실하게 직장생활도 해내고 있는 네 명의 중년 남성이 고민에 빠졌다. 덴마크에서 존경받는 교사라지만 이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은 매사에 의욕 없고 딴청만 피운다. 집에선 아내와 아이들마저 등 돌리고 무시하기 일쑤다. 남편과 아버지로서 그리고 선생으로서도 애정과 열정이 식을 대로 식은 이들은 한 친구의 40세 생일을 기념하며 한 가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바로 혈중 알코올농도 0.05% 유지하기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직관처럼 지치고 무뎌진 일상에서 벗어나 또 다른 삶을 살아가려는 네 친구의 이야기다. 적정량의 알코올이 인간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나아가 활력과 창의력까지 더한다는 한 학자의 가설을 몸소 실험해보기로 한 것인데 이 유쾌한 상상이 영화의 원동력이 된다. 

같은 학교 동료인 니콜라이와 마르틴, 피터, 그리고 톰뮈는 각각 역사와 체육, 음악과 심리학을 가르친다. 니콜라이는 두 아들과 아내가 있지만 이들 사이에 대화는 단절된 지 오래고 왠지 모르게 아내는 외도를 하는 것만 같다. 늙은 애완견과 함께 사는 니콜라이 또한 격하게 외로움을 느끼며 일상을 보내고, 피터와 톰뮈 또한 활력 넘치고 생기 있던 삶과 멀어진지 오래다. 

'술 마시기'의 규칙
 
 영화 <어나더 라운드> 관련 이미지.

영화 <어나더 라운드> 관련 이미지. ⓒ 엣나인필름


  
 영화 <어나더 라운드> 관련 이미지.

영화 <어나더 라운드> 관련 이미지. ⓒ 엣나인필름


 
무작정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규칙을 정한다. 밤 8시 이후와 주말엔 음주를 금지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취하지 않아야 하고, 철저하게 혈중 알코올 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적절한 자기 통제 과정 안에서 음주하는 습관으로 이들은 급격히 활력을 되찾기 시작한다. 수업에 자신감이 넘치고 그런 그들을 학생들이 하나둘 따르기 시작한다. 

물론 충분히 위기 또한 예상 가능하다. 과감한 실험을 위해 알코올 농도를 상향 조정하면서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는 흐름이다. 일터와 가정에서도 이들이 습관적으로 음주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과 다른 불신과 비난이 이어지게 된다. 

<어나더 라운드>는 단순히 술과 관련해 벌어지는 유쾌한 소동극으로만 볼 수는 없다. 흔히 복지의 나라, 잘 정비된 교육 시스템이 있는 나라로 알려진 스웨덴에서도 삶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으면서, 동시에 이들이 문제를 직면하게 해결하는 태도에서 생각할 거리가 생긴다.

한 친구에게 벌어진 비극으로 큰 충격을 받은 세 사람은 실험을 중단하고 저마다 내면에 잠정적 결론을 품게 된다. 이들이 꿈을 잃고, 그저 그런 나약한 중년 남성이 되어 버린 건 알코올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너무 일상에 익숙해진 나머지 주변 사람과 가족을 당연하게 생각해버린 마음 상태가 문제였다. 위기가 물론 삶에서 필수인 건 아니겠지만 너무도 평온하게 흘러온 이들의 인생에서 이런 사건마저 없었다면 나태와 습관만 남겨 놓은 채 덧없이 흘러가 버리지 않았을까.

알코올 농도 실험으로 큰 상처가 남은 세 사람이 영화 말미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그래서 울림이 있다. 마음의 근육도 시련과 역경을 통해 단련되는 법이다. <어나더 라운드>는 그런 의미에서 새해를 시작하는 많은 관객들에게 자극제로 작용할 여지가 커 보인다.

한줄평: 관람 후 술 생각이 날 수 있다. 과음금지.
평점: ★★★☆(3.5/5)

 
영화 <어나더 라운드> 관련 정보

각본 및 연출: 토마스 빈터베르크
출연: 매즈 미켈슨, 토마스 보 라센, 라르스 란데, 마그누스 밀랑
수입 및 배급: 엣나인필름
러닝타임: 116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2년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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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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