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교문이 닫혔다.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021년 11월 약 2년 만에 전국 초, 중, 고가 전면 등교를 결정했다. 하지만 그 결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시금 등교 중지, 부분 등교, 대면, 비대면 수업으로 점철된 지난 2년, '학교'는 부재했다.

지난 1월 3일부터 3부작으로 방영된 < ebs다큐프라임- 코로나19교육보고서, 사라진 학교 3부작 >은 더는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불가능했던 지난 2년 동안 전세계 교육의 현실을 짚어본다. 과연 학교가 사라진 곳에 '교육'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ebs다큐프라임- 코로나19교육보고서, 사라진 학교 3부작>

ⓒ ebs

 
3일 방영된 <코로나 키즈>는 학교가 사라진 낯선 시간을 겪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지내니? 너 지금 괜찮니?'하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은 누구나 2년이라는 기간 동안이나 학교를 제대로 갈 수 없는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니 '앗싸!'하기도 했단다. 한참 사춘기의 아이는 마스크가 얼굴을 가려줘서 좋기도 했단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4차례나 이어진 등교 중지에 변해간다. 

갈수록 내가 뭘 하고 있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아이들, 괜찮니라는 질문에 대한 아이들의 답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정작 학교의 부재가 남긴 그림자는 '부정적'인 감정에만 있지 않다. 

학교의 부재가 심화시킨 교육불평등

원격 수업을 할 때 85%의 학생들이 집에 머문다고 답했다. 하지만, 85%의 수치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가정 형편에 따라 학습 격차가 더욱 현격하게 차이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그 격차의 틈을 메워주는 역할을 학교가 사라지자 교육은 온전히 학생 개개인의 가정 환경에 따라 극과 극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경기 창조고 3학년 소정이는 말한다. 학교에 안 가도 형편이 되는 아이들은 사교육을 받거나, 스터디 카페처럼 교육적 여견이 갖춘 곳을 가기도 한단다. 하지만 제공된 태블릿으로 비대면 수업을 듣는 것조차 여유롭지 않는 소정이는 점점 '세상으로 향하는 문이 닫혀지는 것'처럼 느껴진단다. 그나마 학교를 통해 가능하던 선택지조차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지는 소정이는 이제 어쩔 수 없지 않냐며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ebs다큐프라임- 코로나19교육보고서, 사라진 학교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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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드러낸 교육의 양극화, 그런데 이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실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사라진 건 전세계 어디에나 공통적인 현실이다. 팬데믹 이후 전세계 1억 6800만의 학생들에게 학교 문이 닫혔다. 교실 대신 온라인 수업이라는 새로운 교육적 상황에 마주했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조차도 모두에게 공평한 건 아니었다. 각국의 경제적 현실에 따라 온라인 수업의 음영은 깊게 드리워진다. 페루의 산꼭대기 마을, 멕시코의 외진 동네, 아프리카의 시골 마을에서는 인터넷은 늘 이용가능한 수단이 아니다. 

학교는 멈춰도 '선생님'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국 교육은 손놓고 있어야 할까? 2부 <선생님, 안녕하세요?>는 경제적 조건으로 인한 교육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헌신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나귀를 타고 해발 4000미터 안데스 고산지대를 오르는 한 남성이 있다. 왈터 벨라스케스, 그는 페루 산티아고 안토니오 마욜로 학교의 과학 기술 교사였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교가 멈췄다. 잉카 문명의 후예들이 사는 안데스 고산 지대 마을 인터넷은 언감생심인 곳이었다. 빈부 격차가 학력 격차를 초래하는 현실에 왈터 선생님은 사재를 털어 나섰다. 재활용품으로 아이들의 학습 의욕을 돋궈줄 교육용 로봇 가피를 만들어 그걸 낑낑거리며 들고 나귀를 타고 오지 마을로 향했다. 

왈터 선생님이 찾은 안데스 오지 마을, 그곳에서 라마를 방목하며 사는 부모님은 가난을 대물림시키고 싶지 않아 아이들이 어떻게든 교육을 받게 하고 싶지만 현실은 온라인 수업조차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왈터 선생님은 그래서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기회라도 주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이렇듯 서로 다르게 주어진 교육적 상황으로 인해 전세계에서 1억 명의 학생들이 독해 등 교육의 최소성취도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멕시코 아마티틀란은 멕시코 내에서도 3번째로 빈곤한 지역이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학교는 페허가 되어가고 있다. 
 
 <ebs다큐프라임- 코로나19교육보고서, 사라진 학교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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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루시는 그림 그리듯 글자를 쓴다. 코로나로 인해 글을 제대로 배울 기회를 놓쳤다. 온라인 수업에서 엄마가 답을 써주면 겨우 따라 쓰는 식이다. 하지만 이 조차도 900페소 우리 돈 5만 원 정도 인터넷 사용료가 부담이 된다. 맞벌이가 대부분이고 하루벌이가 1만 5000원 정도인 집도 있는 동네에서 교육은 버겁다. 

이런 현실이 평범한 체육 교사였던 프레이 안토니오 선생님의 운명을 바꿨다. '콤비테카 COMBITECA'라는 이름의 작은 봉고차, 선생님은 이 차에 이동형 와이파이를 설치했다. 그리고 이 차를 타고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가며 학생들에게 인터넷을 제공한다. 오로지 선생님의 '자비'다. 

'제가 선생님으로 있는 동안 만큼은 교육 불평등으로 인한 낙오자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선생님, 아마존 지역의 아이들에게 배움만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집 앞 공터에서 시작된 무료 와이파이가 이젠 이동식 차량으로 변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도 교육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선생님들이 계실까? 다큐 프라임은 3부에서 지난 30여 년간 꿋꿋하게 가난한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준 '기찻길 옆 학교'를 주목한다. 

지난 1987년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 작가가 만든 인천 만석동의 '기찻길 옆 공부방'은 30여 년의 시간을 경과하며 '학교'로 거듭났다. 기초 생활 수급도 못되는 형편의 아이들, 아버지들은 임노동을 했고, 어머니는 식당 등에서 일하지만 그 조차도 여의치 않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돌봄'은 딴세상 일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공부방이 거뒀다. '가난은 더디고 불편해요. 그래서 함께 나눌 수밖에 없어요'라는 말해주던 공부방은 2000년 드디어 대학을 가는 학생이 생겼고, 공부방 학생들이 공부를 가르쳐주는 삼촌, 이모가 되었다. 공부방 교사들은 부부가 되고, 그들의 자녀들이 다시 학교의 학생들이 되고, 강화에 농촌 공동체를 만들며 30여 년의 시간을 거쳐왔다. (<한겨레> 신문 2005년 3월 5일자 기사 참조)

공부방이 생길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교사인 삼촌과 이모들, 팬데믹이라는 상황이 던져준 교육의 불평등을 함께 넘고 있다. 친근한 호칭처럼 이곳의 교사들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다. 목공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노래를 배우고, 영화를 찍으며 아이들은 공부방의 '돌봄'을 통해 자신을 발견해 간다. 중학생만 되도 한 해에 여러 편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 학교 옆 빨간 '고무 다라이' 안에서는 아이들처럼 쑥쑥 벼가 자라고 있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처럼 코로나 팬데믹에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비대면이라는, 온라인 수업이라는 화두를 던져놓고 학교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한 건 아니었다. 아니 그 이전부터 교육은 공평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위기는 가난한 자에게 먼저오듯이, 코로나로 인한 교육의 위기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가난한 아이들에게 매섭게 찾아왔다.

그런 가운데에서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선생님들이 계신다. 그분들이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교육', 그 '희망'의 실타래를 붙잡고 애쓰는 학생들, 역설적으로 그렇게 손을 꼭 잡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교육의 본령을 짚게 된다. 과연 학교는, 교육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할까? 
<EBS다큐프라임- 코로나19교육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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