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에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시빌워>는 힘을 합쳐 싸우던 슈퍼 히어로들이 UN 산하기구에 포함되는 문제로 갈등하고 대립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빌워>에서 마블 팬들을 가장 설레게 했던 장면은 5:5로 나누어진 히어로들의 '공항 전투신'이었는데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기 전 아이언맨은 '쫄쫄이'를 불러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빼앗았다. 소문만 무성했던 스파이더맨이 마블영화의 세계관에 화려하게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시빌워>에서 처음 등장해 두 편의 솔로무비와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어벤져스:엔드게임>에 출연한 스파이더맨은 이제 명실상부한 마블의 에이스 캐릭터가 됐다. 오는 15일(이하 한국시각)에는 세 번째 솔로무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한국에서 최초 개봉할 예정이다. <노 웨이 홈>에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출연할 예정이고 그린 고블린, 닥터 옥토퍼스, 일렉트로, 샌드맨 등 역대 빌런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라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실 톰 홀랜드가 연기하고 있는 마블 스튜디오 제작의 스파이더맨은 영화로 제작된 세 번째 스파이더맨이다. 앤드류 가필드가 피터 파커를 연기했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2014년에 개봉한 속편에서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 분)가 허무하게 사망하면서 두 편 만에 막을 내렸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영화 팬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스파이더맨>은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했던 <스파이더맨>의 첫 번째 3부작이다.
 
 마블코믹스의 대표 인기캐릭터였던 스파이더맨은 2002년에 처음으로 실사영화로 제작됐다.

마블코믹스의 대표 인기캐릭터였던 스파이더맨은 2002년에 처음으로 실사영화로 제작됐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스파이더맨을 실사 영화로 부활시킨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은 1962년 고 스탠 리에 의해 창조돼 60년 가까이 사랑 받고 있는 슈퍼 히어로다. 주로 코믹북과 애니메이션으로 소개되던 스파이더맨은 1977년 TV시리즈가 제작돼 약 2년 동안 방영됐다. 저작권 문제와 정교한 동작 구현의 어려움 때문에 제작이 미뤄지던 <스파이더맨>은 2002년 처음으로 실사 영화가 제작됐다. 처음으로 스파이더맨 실사판을 연출한 감독은 <이블데드> 시리즈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이었다.

컬트 호러 영화의 명작으로 꼽히는 <이블 데드> 시리즈를 만들었지만 레이미 감독이 <스파이더맨> 실사판 감독을 맡게 됐을 땐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실제로 제작사 측에서는 공포영화 전문 감독으로 여겨지던 레이미 감독을 <스파이더맨> 감독 후보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의 열혈 팬이었던 레이미 감독이 직접 제작사와 원작자 스탠 리를 설득했고 결국 제작사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2002년 3월에 개봉한 <스파이더맨>은 세계적으로 8억21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대박'을 터트렸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특히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한 소심한 피터 파커 캐릭터에 전 세계 관객들이 열광했고 대중적 인지도가 약했던 맥과이어는 일약 대세스타로 떠올랐다 한국에서도 월드컵을 한 달도 남겨 두지 않았던 2002년 5월에 개봉했지만 서울에서만 110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성공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1편을 만들 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됐던 <스파이더맨>은 닥터 옥토퍼스가 나오는 2편이 7억8300만 달러, 샌드맨과 베놈, 그리고 뉴 고블린이 등장한 3편이 8억90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스파이더맨2>는 좁은 길 사이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스파이더맨의 현란한 움직임을 완벽하게 구현하며 2005년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스파이더맨 3부작이 세계적으로 벌어들인 흥행성적은 무려 24억9400만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제작사의 간섭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샘 레이미 감독은 4편 연출을 포기했다. 소니 픽처스에서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시리즈를 리부트했지만 2편 만에 중단됐고 마블과 소니의 합의로 <스파이더맨>은 마블에서 부활했다.

커다란 힘에는 커다란 책임이 따른다
 
 스파이더맨과 메리제인의 거꾸로 키스신은 전 세계 관객들을 열광시켰던 <스파이더맨>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스파이더맨과 메리제인의 거꾸로 키스신은 전 세계 관객들을 열광시켰던 <스파이더맨>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 분)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미드타운 고등학교 학생이다. 공부는 잘 하지만 자신을 인정해 주는 친구는 해리(제임스 프랭코 분)뿐이고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하던 메리제인(커스틴 던스트 분)은 덩치 크고 힘만 쎈 남자친구가 있다. 그렇게 학교생활을 이어가던 피터는 어느 날 유전자가 조작된 슈퍼거미에 물리면서 손목에서 거미줄을 쏘고 벽을 자유자재로 기어오르며 위험을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초감각을 갖게 된다.

피터는 메리제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중고차를 사기로 결심하지만 가난한 피터에게는 차를 살 돈이 없었다. 결국 피터는 유니폼과 복면을 제작해 3000달러의 상금이 걸린 프로레슬링 대회에 출전한다. 피터는 우승을 차지하지만 대회가 끝난 후 자신이 무심결에 보내준 강도에 의해 아버지처럼 따르던 삼촌이 살해 당한다. 피터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삼촌의 유언에 따라 시민들을 돕는 '친절한 이웃'이 되기로 결심한다.

정체를 숨기고 영웅으로 사는 스파이더맨과 신무기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고 세상에 앙심을 품은 그린 고블린(윌렘 데포 분)의 대결이 <스파이더맨>의 핵심 스토리다. 하지만 관객들이 가장 열광했던 장면은 역시 빗 속에서 스파이더맨과 메리제인이 나누는 '거꾸로 키스신'이었다. 스파이더맨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복면을 절반만 벗기고 키스를 하는 메리제인의 배려(?)가 돋보인 이 장면은 MTV영화제에서 최고의 키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린 고블린은 스파이더맨에게 동맹을 제안하지만 스파이더맨은 이를 거절하고 그린 고블린은 스파이더맨을 자극하기 위해 메리제인을 납치한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에게 시민들의 목숨과 메리제인 사이에서 잔인한 선택을 하게 만든다. 이 때 뉴욕 시민들이 그린 고블린을 공격하면서 스파이더맨과 메리제인을 도와 극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다소 유치하고 뜬금없지만 스파이더맨을 향한 미국인들의 애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린 고블린을 해치우고 자신을 향한 메리제인의 사랑도 확인했지만 피터는 메리제인에게 끝까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스파이더맨의 연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결국 피터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메리제인의 고백에 "널 위해서 항상 네 옆에 있을 거야. 난 언제나 네 친구야"라는 말로 거절의 뜻을 전한다(물론 2004년에 개봉하는 <스파이더맨2>에서 메리제인에게 정체가 발각된다).

주인공보다 더 유명해진 주인공 친구
 
 1편에서 '주인공의 친구A'에 불과했던 해리 오스본은 3편에서 서브 주인공으로 신분이 상승한다.

1편에서 '주인공의 친구A'에 불과했던 해리 오스본은 3편에서 서브 주인공으로 신분이 상승한다.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인기 프랜차이즈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중에는 의외로 기대만큼 크게 성장하지 못한 배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토비 맥과이어 역시 <스파이더맨> 출연 당시 받았던 화려한 조명과 큰 기대치에 비하면 배우로서 크게 성공했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에서는 토비 맥과이어를 대신해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배우로 성장한 인물이 있다. 바로 그린 고블린의 아들이자 피터의 절친 해리 오스본을 연기한 제임스 프랭코다.

해리는 <스파이더맨>에서 우물쭈물하는 피터 대신 메리제인에게 접근해 메리제인의 연인이 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메리제인이 스파이더맨과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졸지에 아버지에 이어 애인까지 잃는 불쌍한 신세로 전락한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스파이더맨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 해리는 <스파이더맨3>에서 뉴 고블린이 돼 스파이더맨과 대립한다.

젊은 시절 제임스딘을 닮은 배우로 유명했던 프랭코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해리 오스본 역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2010년 <127시간>을 통해 아카데미를 포함한 7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1년에는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에서 시저를 키우는 윌 로드만을 연기한 프랭코는 2017년 제작·연출·주연을 모두 맡은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를 통해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스파이더맨>의 초반 레슬링 대회 장면에서는 'WWF' 팬들에게 너무도 유명한 고 '마초맨' 랜디 세비지가 등장한다. 마초맨은 현역 시절 헐크 호건 같은 거구들 사이에서 호리호리항 헤슬러로 활약했지만 피터 파커 앞에서는 상당한 체격을 자랑했다. 마초맨은 경기 초반 체어샷을 날리며 주도권을 잡지만 결국 스파이더맨의 현란한 기술에 패한다. 2004년 레슬링계를 떠난 마초맨은 지난 2011년 5월 운전 도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스파이더맨 샘 레이미 감독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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