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화석 연료를 통해 현대 문명을 탄생시켰다. 위대한 결과에 성취감에 도취됐고, 브레이크 없는 열차마냥 쉼없이 달려나갔다. 하지만 대가가 뒤따랐고, 셈법은 명확했다. 홍수와 산불, 가뭄 등 기후 위기는 지구의 모든 생물을 위협했다. 지구온난화를 맞닥뜨린 인류는 절치부심 끝에 대안을 찾아냈다. 그중 하나가 신재생 에너지이다. 그것은 곧 인류를 구원할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졌다. 

한국도 신재생 에너지의 대열에 합류했다. 최초의 석탄 발전소였던 서울 LNG 화력발전소의 변화는 상징적이다. 지하에는 LNG 발전소가, 지상에는 시민 공원이 들어섰다. 정부는 현재 6.6%에 불과한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30.2%까지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태양, 바람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신재생 에너지 선언, 정말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걸까.

달라진 풍경, 반발하는 주민들
 
 KBS2 <환경스페셜>

KBS2 <환경스페셜> ⓒ KBS

 
지난 2일, KBS2 <환경스페셜>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일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그림자'도 짚어보자는 것이다. 경북 영양에 풍력발전단지(88기 운영, 10기 건설 중, 17기 계획 중)가 들어섰다. 아름답던 백두대간에 풍력발전기가 들어선 모습이 썩 달갑지 않다. 달라진 건 풍경만이 아니다. 바람개비가 돌아갈 때 나는 소리도 괴기스럽다. 주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백두대간은 한국 최대의 야생동물 서식지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담비와 삵 그리고 1급인 산양(천연기념물)이 발견됐다. 현재 풍력발전단지가 건설되는 곳은 산양의 최남방 서식지이다. 주민들에 의해 산양 서식지라는 것이 확인되자 풍력발전사업지 한 곳은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다른 한 곳도 규모가 축소됐다. 건설 중이던 풍력발전단지도 작업 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우리 어민들은 삶의 터전인 환경, 바다를 송두리째 그냥 내주는 겁니다. 어디 갈 데가 없어요. 어미들은 바다 없으면." (박태곤 남해권역 해상풍력대책위원장) 

풍력 발전은 산뿐만 아니라 바다로도 향했다. 3면이 바다인 까닭에 해상 풍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육상 풍력단지와 달리 바다 위에는 간섭물이 없다는 장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전북 부안군,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에는 풍력 발전기 20기가 설치되어 있다. 그곳 어민들의 입장은 어떨까. 지난 6월 반대 시위에서 어민들은 조업 구역이 줄어들고 해양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 서해안에는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들이 계속해서 들어설 예정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서남해 갯벌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의 중간 기착지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엄청난 크기의 바람개비가 바다를 가득 채우면 매해 이곳을 찾는 철새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해안에 만리장성을 쌓는 것과 같"다며 "새들이 피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질 거라 염려했다. 

전남 영광군의 칠산도에서 뿔제비갈매기가 포착됐다. 전 세계에 100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종인 데다 중국과 대만에서만 발견됐던 녀석들이 한국에서 발견됐으니 깜짝 놀랄 일이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칠산도 주변에도 해상 풍력단지들이 건설됐거나 계획 중이 있다는 사실이다. 철새의 이동 경로에 있는 중간 기착지에 문제가 생긴다면 새들이 성공적으로 이동하는데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풍력단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새들이 알을 낳는 민감한 지역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뒤늦게 새들의 이동 경로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위치 추적 장치를 통해 이동 경로를 파악했더니 괭이갈매기가 해상풍력단지 쪽으로 이동하는 걸 기피하는 현상이 포착됐다. 이는 곧 서식지 축소 문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농사를 짓는 농사꾼에게 땅을 뺏는다는 것은 부모한테서 자식을 빼앗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농지에는 태양광이 아무리 신재생에너지라 할지라도 들어서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요." (박웅 영암군농민회 회장)

농민들의 울분 
 
 ] KBS2 <환경스페셜>

] KBS2 <환경스페셜> ⓒ KBS

 
이번에는 태양광 발전에 대해 짚어보자. 지난 11월, 여의도에 전국 농민들이 모여들었다. 농민들은 왜 멀쩡한 농지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짓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물론 법적으로 농지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없다. 다만, 염분이 높은 땅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2019년 농지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염해 농지 판정 기준이 하향 조정됐다. 따라서 농지 부적합 판정을 받은 땅이 대거 늘어났다.

그 땅들은 어떻게 됐을까. 태양광 패널 설치 목적으로 전용됐다. 그 크기에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달한다. 논을 빼앗긴 건 농민뿐일까. 논은 겨울 철새에게도 먹잇감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기러기떼가 찾아온다. 남은 알곡을 먹으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기러기들은 내년에도 찾아올 테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그들을 반길 논이 남아 있을까.

초기에 한국은 국토 면적의 63%를 차지하는 산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 시설들이 벌목한 산에 들어서면 산사태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집중 호우가 내리자 태양광 시설 현장에 산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산림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자 태양광 발전은 댐과 같은 공유 수면을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토 면적이 좁은 현실 속에서 유효 부지(경남 합천군 합천댐, 경북 군위군 군위댐 등)를 활용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발상이다. 합천댐은 11월 24일 발전을 개시했다. 하지만 물 위에 띄우는 태양광 시설은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 일례로 2019년 9월, 일본 지바현의 수상 태양광 시설이 태풍에 의해 부서지고 화재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수상 태양광의 취약점이 노출된 것이다. 

전남 고흥의 해창만, 1963년 시작한 간척사업으로 광대한 갯벌은 농토로 바뀌고 대규모 담수호가 조성됐다. 해창만에도 수상 태양광이 건설되고 있다. 연안 습지인 이곳을 수상 태양광으로 덮어도 괜찮을까. 문제는 이곳이 철새 도래지라는 점이다. 태양광 태널 곳곳에 새똥이 떨어져 있다. 철새들의 쉼터를 빼앗으면서까지 대규모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야 할까. 이 방법밖에 없을까. 

"전기가 만들어지면 전기가 만들어지는 부근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은 것이고,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부지가 실질적으로 없는 경우에는 분산형으로 가는 것이 필수부가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대규모 태양광 시설은 미국 네브래스카 사막지대에나 적합적 기법이 아닐까. 신재생 에너지의 선진국으로 불리는 독일의 경우는 어떨까. 1980년부터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시작한 독일은 현재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이 약 40%에 달한다. 독일은 건축물이 발전소가 돼 재생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하게끔 정책을 고안했고, 태양광 발전의 70%가 산업용 건물과 일반 가정집 지붕에 설치돼 있다. 

한국에도 그런 곳이 있다. 충북 진천군에 들어선 한 물류 센터는 규모가 2700평인데,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이 2400장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태양광 발전량은 1메가 와트에 달한다. 이런 건물이 1000개 있으면 원전 1기를 대체할 수 있다. 한국은 전국에 1000개 이상이 산업단지가 있다. 발전 잠재 용량은 5기가 와트, 무려 원전 5기의 용량에 해당한다.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서울시 정도라면 원전 몇 기 정도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발전을 할 수 있는 잠재량이 있는데, 우리의 의지와 제도 개선만 있다면 건물에 태양광 설치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허황된 얘기가 아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 따르면, 도시 내 건물과 시설만으로 100기가 와트 용량이 태양광 설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MC 김효진은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다른 한쪽의 환경을 파괴한다면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풍력 발전을 위해 산을 깎고, 태양광 발전을 위해 갯벌을 없애는 게 맞는 걸까. 물론 신재생 에너지로 화석 연료(더 나아가 원자력 발전)를 대체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활성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가 에너지 전환을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생태계 보전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의 방식은 더 빠른 속도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일지 모른다. 자연과의 공존 속에서 생태계를 보전하면서도 신재생 에너지는 충분히 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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