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직장 상사라고 해서 그 개까지 상사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선의를 가졌다고 해서, 타인에게까지 선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본인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하여 반려견과 회사에 동반 출근한다는 한 스타트업 회사 CEO 보호자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29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서는 최초로 일반 가정이 아닌 회사를 무대로 고민견 솔루션이 진행됐다. 이날의 의뢰인은 창업 7년차의 IT기업 CEO 대표였다. 의뢰인은 푸들 수리, 포메라니안 꼬미, 믹스견 호두 등 3마리를 키우고 있는 다견 보호자였다. 특이하게도 보호자는 반려견들을 회사 사무실에 데려다놓고 출퇴근을 함께 함께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보호자는 반려견들과 함께하기 위하여 산책하기 좋은 위치로 사옥을 선택하고 건물까지 직접 매입했다고 밝히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작 보호자를 제외한 주변 사람들은 보호자의 고민견 때문에 심각한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직원들은 업무 중에 개가 갑자기 짖어서 놀란다거나 문을 긁는 등의 소란을 피워서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특히 외부 거래처나 협력사에서 방문했을 때 고민견들은 더욱 격하게 반응하며 공격성을 드러냈다. 집에 있던 호두는 촬영을 위하여 집안에 들어왔던 스태프를 공격하여 바지에 이빨 구멍을 내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보호자는 주변의 눈치를 보고 미안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반려견들을 제대로 통제하지는 않았다.
 
강형욱은 반려견 전문가이자 반려견과 출퇴근이 가능한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의 입장으로서 생각을 밝혔다. "여기는 완전히 빵점이다"라고 혹평한 강형욱은 "기준도 없고 원칙도 없다"고 평가했다. 이경규 역시 동의하며 "대표님(보호자)만이 가지고 있는 '나의 꿈'이라는 기준만 존재할 뿐"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강형욱은 자신의 회사에 "직원이 25명, 개가 19마리 출근한다"고 밝히며 "반려견 동반/비동반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개를 안 데려오는 사람들이 불편할 수 있으니까"라고 펫 프렌들리 회사를 위한 기본적인 매너와 규칙을 지적했다. 장도연은 "보호자는 자신의 개가 회사의 마스코트처럼 예쁨받기를 바랬을 것이다, 현실은 다르지만"이라며 보호자의 입장에 공감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표의 개는 자기들이 대표가 된 줄 안다"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이경규와 장도연이 먼저 보호자와 고민견을 회사에서 만났다. 보호자는 창업을 하고 바쁜 시간이 흐르면서 개들이 흐르는 세월만큼 함께 나이를 먹은 모습을 깨닫고 "너무 미안하더라, 내가 노력해서 같이 있어줘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반려견을 회사까지 데리고 나오게 된 사연을 밝혔다.
 
하지만 뒤이어 회사를 방문한 강형욱은 본격적인 솔루션을 앞두고 쓴소리부터 했다. 호두가 타인에게 달려드는데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보호자에게 "이게 문제다. 호두의 목줄을 잡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달려드는 걸 알면서도 왜 제 옆까지 다가오게 뒀나. (개가 다가오게 해도 괜찮다고) 내 의사를 물어봤냐?"라고 송곳같은 질문을 연이어 늘어놓으며 보호자를 당황하게 했다.
 
보호자는 "사옥을 마련하면 개들은 집에서처럼 잘 적응하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변명하자, 강형욱은 "집에는 직원이 없다. 개들은 사옥에 잘 적응한 게 아니라 '내 집'에 적응한 거다. 개들에겐 여기가 집처럼 편안할 거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강형욱은 "개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여기는 집이 아니다. 대표의 개는 자기들이 대표가 된 줄 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형욱은 "아무리 내가 대표이고 내가 고용한 직원이라고 할지라도, 가족이 상사는 아니다"라며 "개만 좋아해서 데려온 회사대표가 제대로 신경을 안 쓴다면, 그건 '반려견 동반 회사'로서 준비가 안 된 것이다, 그냥 개를 좋아하는 대표의 회사일뿐"이라고 냉철하게 평가했다.
 
강형욱은 진정한 반려견 동반 회사가 되기 위한 규칙과 통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강형욱은 자신의 회사에는 반려견 규칙과 윤리 강령이 있다고 설명하며, 보호자인 대표부터 반려견에게 높은 수위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회사에서는 반려견이 소파와 의자에 앉지 못할 것. 출입문 앞 안전펜스 설치 등의 솔루션을 주문했다.
 
직원들이 움직일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고민견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보호자의 태도를 반려견도 느끼는 것이다. 보호자가 직원들에게 예의있게 대해야, 반려견들도 이곳이 조심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인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무 중에는 켄넬, 이동시에는 리드줄을 꼭 사용하라는 규칙을 제시했다.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특히 강형욱은 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하여 자신의 반려견만 중시하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보호자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직원들이 대표의 개 때문에 일에 방해를 받는데, 그 상황에서 업무 지적까지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대표는 자신의 개들이 직원에게 달려드는 것을 '예쁜 짓'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걸 왜 허용하나? 직원들이 대표의 개에게 '저리 가'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나?"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호자는 강형욱이 반려견 통제를 위한 솔루션을 하는 와중에도 오히려 반려견을 안아올리고 마치 부탁하듯 질문을 하는 등, 눈치없는 행동으로 강형욱까지 당황하게 만들었다. 강형욱은 "반려견을 정말 사랑한다면 규칙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강조하며 고민견에게 보호자가 리더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단호한 행동과 태도를 주문했다.

강형욱은 분리불안을 가진 수리를 보며 "경계심을 가지고 있으면 늘 보호자가 안아줬을 것이다. 경계를 해야 보호자에게 예쁨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수리에게 사회성을 넓혀주는 게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을 건네며 사내 경계 완화훈련을 진행했다. 또한 호두를 위해서는 맞춤형 켄넬 훈련을 통하여 켄넬 문을 열었다가 닫는 반복 행동을 교육하자, 호두는 점차 얌전해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솔루션을 마친 보호자는 반려견 동반 출근에 대하여 "전세계 반려인들이 같은 고민일 것이다. 일하는 시간은 길고 일을 안 할 순 없고 내 반려견은 나만 기다린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들을 우리 회사에서부터 개선하고 싶었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반려견 동반 회사 되려면 규칙과 통제 중요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하지만 솔루션의 성공과 별개로, 이날 보호자의 행태는 많은 고민거리를 남겼다. 회사 대표라는 공적 지위를 이용하여 오로지 '자신만의 꿈'과 반려견에 대한 애정을 내세우고, 정작 함께 일하는 다른 사람들의 입장과 감정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이 결여된 행태는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보호자는 "반려견 세 마리와 모두 회사에 출퇴근을 함께 하며 살고 싶다. 강아지를 직장에 데려가는 것을 거리감있게 보는 시각이 많다"며 본인의 로망을 드러냈다. 보호자의 모친은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대표니까 직원들이 말도 못 하고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며 걱정했지만, 정작 보호자는 "스스로도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내가 더 노력해야지"라는 애매한 답변으로 넘겼다. 
 
실제로 직원들은 고민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도 대표의 개이기 때문에 차마 말을 다 못하고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유일하게 솔직한 마음을 밝힐 수 있었던 공동대표는 반려견 문제 때문에 실제로 보호자와 갈등이 많았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본인도 애견인이지만 회사에 개를 데려오지는 않는다는 공동대표는 가장 큰 문제로 "회사 업무나 직원들에게 지장을 준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반면 보호자가 개를 데려와서 좋은 점을 묻자 "그냥 본인(보호자)이 좋아서 일을 더 열심히 한다는 것"이라는 뼈있는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방송상으로는 솔루션이 원만하게 마무리된 모양새였지만 이렇게 대표가 자신의 지위를 내세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이런 갈등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결국 수평적이기 어려운 회사라는 공적인 사회 공간속에서 보호자의 행태란, 반려견에 대한 사랑을 빙자하여 결국 애꿎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갑질의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직장 상사의 개가 상사는 아니지 않냐'는 강형욱의 일침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다.
 
최초의 오피스 솔루션을 마무리하며 '반려동물 동반 출근'이 가능하기 위하여 강형욱이 남긴 정의는 한 번 더 곱씹어볼 만하다.

"회사는 탁아소나 유아원이 아니다. 반려견을 데려올 수 있게 허락을 해주는 것이고, 반려견을 데리고 잘 일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규칙을 잘 지키며 일하는 것, 서로가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같이 공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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