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신생 팀들의 평가전을 마련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앞선 2주에 걸쳐 기존 팀들의 인원 변동과 새 감독 만남 등 시즌2 리그전 돌입을 위한 준비 과정을 다룬 내용의 연장선이다.

지난 27일 방영된 <골 때리는 그녀들>은 FC아나콘다와 FC탑걸의 1차전을 중심으로 새로운 멤버들의 활약상을 비중있게 다뤘다. ​한주전 가수와 리포터, 그리고 래퍼와 록커 등 다양한 인적 구성으로 호기심을 자아낸 FC원더우먼, 1990년대와 2000년대를 빛낸 걸그룹 멤버들로 짜여진 탑걸, 아나운서로 채운 아나콘다 등 총 3팀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한 팀으로 모인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조직력 면에선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햇병아리 구단들이었다. 그럼에도 축구에 대한 열정 만큼은 K리그 프로 선수 못지 않았다. 

새 감독 현영민의 명언 "지치면 지고 미치면 이긴다"
 
 지난 27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현영민 해설위원이 신생팀 FC아나콘다 감독으로 부임했다.

지난 27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현영민 해설위원이 신생팀 FC아나콘다 감독으로 부임했다. ⓒ SBS

 
아나운서들로 구성된 아나콘다는 어느 정도 예상되는 조합이었다. 축구 프로그램 진행으로 친숙한 신아영과 윤태진, 다양한 운동에 능통한 오정연 그리고 SBS 아나운서 주시은, KBS 출신 박은영 등 전·현직 아나운서 5명이 패기있게 도전에 나섰다. 아직은 축구공 보다 마이크가 친숙한 이들을 맡게된 지도자는 2002년 월드컵 대표팀 멤버이면서 울산 현대와 러시아 리그 등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해설위원 현영민이었다. 

​이천수, 최진철 등 시즌1을 빛낸 감독들과 다르게 현영민은 다소 생소한 존재였다. 축구 프로그램 MC 경력자가 많은 아나콘다를 제외하곤 그의 이름이 소개될 때 멤버들 사이에서 "누구지?"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되었지만 줄곧 벤치만 지킨 그는 축구 팬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K리그 생활을 해온 데다 빼어난 말솜씨를 강점 삼아 해설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현영민은 <골 때리는 그녀들>에 적합한 인물이기도 했다. 아직 시합 한번 해본 적 없기에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초보 선수들을 위해 그는 5대 5 맞춤 전술을 마련해 첫번째 상대팀 탑걸과의 승부에서 의욕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덧붙여 "지치면 어떻게 할까 걱정돼요"라는 오정연의 물음에 대해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지치면 지고 미치면 이긴다."

이 말은 수심 가득찼던 아나콘다팀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는 묘약이 되었다.  

체력 열세 극복하고 첫 승리 거둔 탑걸
 
 지난 27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드디어 시작된 신생팀의 첫 평가전. 뚜껑을 연 결과는 의외의 박빙이었다. 초보답지 않게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뛰어 다니는 바다와 기대 이상의 킥으로 상대를 주눅들게 만드는 유빈의 활약은 당초 약세가 예상되던 탑걸의 대반격으로 이어졌다. 결국 터진 첫골의 주인공 또한 탑걸이었다. 최고참 전방 공격수 채리나가 감각적인 슈팅으로 아나콘다의 골문을 두드리면서 1대 0 리드를 점유하게 되었다.

​자신만만하게 나선 아나콘다는 경기 초반의 유리한 흐름을 상대에게 넘겨주면서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윤태진의 예사롭지 않은 발재간, 오정연의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분전을 펼치긴 했지만 실점 이후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이다. 아직 공 다루는게 미숙한 박은영, 주시은은 탑걸과의 몸싸움 등에서 열세를 드러냈다.  

​그런데 후반전 들어 경기의 양상이 다소 달라졌다. 평균 연령 40세인 탑걸의 약점은 역시 체력 문제였다. 베테랑 채리나, 간미연이 플레이어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나콘다팀은 조금씩 기회를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첫번째 시합인 탓에 경험 부족으로 인한 다수 선수의 근육통 발생 등으로 다시 분위기를 넘겨주고 말았다. 최종 점수 1:0. 탑걸은 비공식 경기지만 창단 첫 승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부족함 드러냈지만 패기 만큼은...​
 
 지난 27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경기장을 찾아 후배팀을 격려함과 동시에 전력 탐색에 나선 선배팀 선수들의 지적처럼 이날의 평가전은 "경험 부족"이라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다. 아직 발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보니 황당한 핸들링 반칙을 여러 번 범하기도 했다. 아나콘다와 탑걸 모두 연이은 실수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관중석에서 지켜본 선배들 역시 "우리도 처음엔 저랬어"라며 공감과 응원의 말을 밖으로 내뱉을 만큼 지극히 당연한 내용의 경기이었다.

구성원의 기량 차이로 인한 매끄럽지 못한 경기 운영, 체력 안배의 어려움 등 축구 초보들이 범하기 쉬운 실책들에 간혹 일부 시청자의 쓴 소리도 등장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리 있을까. 비록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두 팀 모두 의욕 만큼은 그 어떤 프로팀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근육 경련으로 쓰러져도 다시 뛰겠다는 의지 표명은 단순히 흥미 차원에서 <골 때리는 그녀들>에 합류한 것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표시하는 것처럼 비쳤다. 

전혀 다른 구성원들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아나콘다 대 탑걸의 승부는 다음주 진행될 2차전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의미 있는 결과로 연결되었다. 바다, 유빈, 윤태진 등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선수들의 맹활약은 새로운 연예인 축구 스타 탄생의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신생팀들은 ​기량은 분명 부족했지만 이를 패기로 채워 넣으면서 신생팀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체계적인 훈련으로 조직력을 키운다면  충분히 선배팀을 위협할 수 있는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을 첫번째 평가전을 통해 입증한 것이다.  EPL, 유럽챔피언스리그에 비할 바 못된다지만 열정적으로 뛰는 선수들, 그리고 신생 3팀의 가세 덕분에 매주 수요일 밤마다 즐기는 축구 관전의 재미는 더욱 배가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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