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올해도 가을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롯데는 2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선발투수 이인복이 6이닝 7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7회 불펜진이 무너지며 승기를 내줬다. 이미 포스트시즌 자력 진출이 좌절되었던 롯데는 이날 패배로 그나마 산술적으로 남아있는 가능성마저 무산되며 고개를 숙였다.
 
롯데가 가을야구에 탈락한 것은 벌써 4년 연속이다. 롯데는 조원우 감독이 이끌었던 2017년 3위를 기록하며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이후 2018년 7위-2019년 최하위에 그쳤고, 2020년 7위에 위어 올시즌도 8위라는 저조한 성적에 머물고 있다. 이 기간 조원우-양상문-허문회-래리 서튼까지 감독만 4명이나 바뀌었다.
 
범위를 좀더 넓히면 롯데는 2017년에 앞서, 2013년에서 2016년까지 역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기록한 바 있다. 구단 역사상으로는 역대 4번째로, 프로야구 역사상 4년 이상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4회나 기록한 팀은 프로 원년(1982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롯데가 유일하다. 

롯데는 구단의 최전성기로 꼽히던 제리 로이스터-양상문 감독 시절,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이때도 우승과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2013년부터 최근 9시즌간은 2017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8번은 모두 가을야구무대조차 밟지 못했고 7위 3번-8위 3번(올시즌 포함)-5위와 최하위를 각 한번씩 기록했다. 7년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2000년대 초중반 이후 구단의 두 번째 암흑기라고 할 만하다.
 
올시즌 가을야구 탈락과 함께 'KBO리그 역대 최장기간 무관'이라는 불명예 기록도 자연스럽게 경신됐다. 롯데는 1992년 구단 역사상 2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것을 끝으로 29년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2위는 LG 트윈스(1994년)의 26년이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아직 우승 가능성이 남아있다.

심지어 롯데는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도 1999년으로 모두 '20세기의 추억'이다. KBO 사상 초유의 '한국시리즈 30년 무관' 기록에는 이제 1시즌밖에 남지 않았다. 또한 롯데는 정규리그만 놓고보면 프로 원년부터 단 한번도 우승을 차지해보지 못하며 이미 '40년 무관'이라는 대기록을 완성해 놨다.
 
지역라이벌인 NC가 2013년부터 뒤늦게 1군무대에 합류하고도 지난 2020년 불과 창단 8시즌만에 통합우승까지 차지한 것은 형님 격인 롯데를 더욱 초라하게 한다. 디펜딩챔피언인 NC도 올시즌 여러 가지 논란과 악재에 휘말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올해 순위는 7위로 여전히 롯데보다는 앞선다. 롯데는 올시즌 NC와의 상대전적에서 7승7패2무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롯데 팬들을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은 롯데가 최하위 한화 이글스같은 리빌딩팀이 아니라 당장 성적을 내야하는 '윈 나우'를 추구하는 팀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롯데는 2017년 해외에서 활약중이던 간판스타 이대호를 다시 영입하기 위하여 FA 역대 최고액인 150억을 투자한 것을 비롯하여 이후로도 안치홍-민병헌-전준우-댄 스트레일리 등 거물급 선수들을 잡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2020년에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성민규 단장을 영입하며 프런트야구를 강화하고 구단의 체질개선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현장과 프런트 모두 문제가 많았다. 여러 지도자들이 거쳐갔지만 대부분 단명하며 감독의 리더십과 색깔이 제대로 발휘될 시간이 부족했고, 롯데가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맞지 않았다. 올시즌 초반 30경기만에 경질된 허문회 감독은 임기 내내 프런트와 갈등을 빚으며 불화설에 휘말렸다. FA 시장에서 많은 돈을 썼지만, 가장 필요했던 선발과 포수진 보강은 몇 년째 지지부진했고 내부적인 선수육성에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나마 래리 서튼 감독이 부임한 이후 반등의 가능성을 보여준 점은 다음 시즌을 앞두고 희망을 남겼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뒤를 이어 롯데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이 된 서튼 감독은 주전 위주의 경기운영을 고집하며 프런트와 충돌도 잦았던 전임 감독과 확연한 차이를 뒀다.

서튼 감독은 비주전과 유망주들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제공하며 신용수, 배성근, 추재현, 장두성, 최민재, 김주현, 이호연, 이주찬 나승엽, 손성빈 등 많은 선수들이 1군무대에서 경험을 쌓을수 있었다. 올시즌 후반기 롯데의 '복덩이'로 부상한 이인복같은 깜짝 스타도 탄생했다. 리빌딩과 육성을 병행하면서도 서튼 감독 부임 이후의 롯데는 5할대에 이르는 승률(52승8무51패.승률 .505)로 선방했다.
 
하지만 희망고문으로 만족하기에는 여전히 아쉽다. 2년전 롯데가 프런트와 감독을 동시에 교체하고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선언하며 기대했던 변화는 이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어느덧 은퇴가 멀지않은 이대호와 손아섭-전준우 등 30대를 훌쩍 넘긴 주전들은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데 그 뒤를 이을 수 있는 세대는 아직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냉정히 말해 현재로서는 다음 시즌 역시 가을야구 진출을 낙관하기가 어렵다. 한때 롯데와 비슷한 시행착오와 암흑기를 겪었던 LG가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최근 꾸준히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팀이 된 것도 대조된다.
 
롯데의 연고지인 부산은 대한민국에서도 야구 열기가 높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한국 프로야구의 중흥기이자 인기 절정을 달렸던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이 곧 롯데 야구의 전성기와도 일치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롯데가 잘해야 한국야구의 인기를 다시 회복하는데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최동원의 역투로 기억되는 1984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의 환희로 넘쳐났던 1992년, 로이스터 매직과 사직노래방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던 2008년처럼, 아직도 롯데 팬들의 추억속에 남아있는 '영광의 시절'은 언제쯤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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