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첫 에세이집인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를 출간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임현주 MBC 아나운서가 10일 두 번째 에세이집인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를 출간했다.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는 임 아나운서가 숱하게 많이 헤맸던 날 중에 특히 일과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책에 대한 반응도 좋다. 출간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2쇄에 들어갔다고 한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서 지난 21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의 저자인 임현주 아나운서를 만났다. 다음은 임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오늘 하루를 포기하지 않고 보낸 것만으로도 충분"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 책 표지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 책 표지 ⓒ 한겨레 출판사

 
- 얼마 전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라는 두 번째 에세이집을 출간하셨잖아요. 저번과 다를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두 번째라면 부담이 더 크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저는 한 번 전 과정을 거치다 보니까 오히려 이 과정을 더 즐기게 된 거 같아요. 감사함이 더 커요. 단 하나 부담이라면 저만의 노력이 들어간 게 아니라 저와 함께 이 책을 계속 이야기하고 만든 편집자님도 계시고 또 진짜 애써주신 출판사도 계셔서 마음의 부담이었는데 어제(20일) 2쇄를 찍게 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최선을 다하는 것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고 그 이후 이 책이 사랑받는 건 저의 손을 떠난 부분이기도 해요. 독자분들이 많이 읽어 주시면 더 감사할 것 같은데 욕심부리지 않으려고 해요."

- 제목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목이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잖아요. 이번에 독자분들이 책 제목만 보고도 되게 위안을 받았다는 말씀 많이 했었어요. 진짜 매일 헤매고 매일 해내는 게 우리 인생인 거예요. 이번 책은 제가 숱하게 많이 헤맸던 날 중에 특히 일과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썼어요."

- 부제가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던데 어떤 의미일까요?
"진짜 어떤 날은 희망이 안 보여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저는 그런 마음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어요. 저도 진짜 엉망이었던 하루를 살더라도 잠들기 전에는 '오늘 고생 많았다. 진짜 수고했어'라고 저를 토닥이고 자거든요. 그리고 또 그런 하루가 지나면 다음 날은 또 상황이 좋아지기도 해요. 우리가 너무 포기하고 싶었던 그날을 어떻게든 보내고 버텼기 때문에 더 좋은 날이 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 포기하지 않았다는 건 어떻게든 오늘 하루를 보낸 거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벌써 사회생활 13년 차가 됐어요. 제가 직장 생활 하는 동안 이직을 한 네다섯 번 했어요. 그렇다 보니까 새로운 직장 들어갈 때마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누가 나를 괴롭힐 때도 있고 내가 뭔가 거절하지 못해서 쩔쩔맬 때가 있고 나만 아부를 못 하나라는 고민하잖아요. 근데 그게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하는 고민이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저도 직장에서 헤맬 때 어떤 선배가 저에게 '이런 상황은 이래서 그런 거야'라고 좀 조언을 주거나 지혜를 나눠줄 때 진짜 많이 도움이 됐어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누군가 헤매는 날 저의 책을 읽고 어떤 마음가짐이나 실제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전 팁을 알아 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어요."

- 우리가 주연과 조연 사이를 오간다는 내용이 있어요. 더불어 사는 사회고 남의 인생에서 조연일 수 있지만 자기 인생에서 기본은 주연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내 인생의 주연은 내가 맞아요. 하지만 가끔 조연이라고 느끼는 이유가 비교하기 때문이잖아요. 같은 조직 안에 있으면 내 옆의 동료 누군가는 소위 나보다 더 좋은 기회를 얻는 거 같기도 하고 더 빛나 보이기도 하는데 상대적으로 나는 조연 같고 주목받지 못하는 거 같고 기회가 없는 거 같은 마음을 느낄 때 진짜 힘들죠. 저도 생각해 보면 20대 때는 그런 비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거 같아요.

근데 나이가 들면서 감사한 점이 이제는 질투로 빠져들지 않고 그냥 인정해요. '지금 내가 저 사람을 부러워하는구나'라고요. 인정을 하고 나서 그럼 나는 어떤 일을 더 집중하고 어떤 일을 내가 할 수 있는 걸 잘해 볼까라고 관심이 바뀐 거예요. 부러워하고 비교하는 마음이 들 때 중요한 건 내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죠. 내가 부러워하면서 그걸 나의 열등감으로 가져갈 것인가 혹은 부러워하지만 나는 또 내 일을 잘해 봐야 한다는 긍정적인 동력으로 삼을 것인지가 저는 중요한 거 같아요.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 영화 <소울>에 나오는 어린 물고기 이야기가 어쩜 우리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돼요. 우리도 어린 물고기가 바다를 동경하듯 무언가를 동경하지만 동경하던 것이 이루어져도 그걸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소울> 보고 또 제 과거의 경험을 비춰서 진짜 행복은 조건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지금 내가 이미 행복할 수 있는 게 많이 있고 없지 않거든요. 진짜 내가 힘든 상황에 있어도 행복한 거 찾으려면 찾을 수가 있어요. 근데 우리 마음이 쉽지가 않죠. 불행에 초점을 맞추고 비교하게 되죠. 근데 영화 <소울>이 저에게 줬던 감동은 행복은 조건부가 아니라 지금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행복할 수가 있고 지금 내가 불만이 많고 지금 내가 힘들면 더 많이 가지고 더 높은 목표를 이루어도 또 그러면 또 다른 걸 바라게 되고 욕심부리게 되고 행복을 못 느끼게 되더라고요.

저도 예전에는 내가 조금 더 큰 방송국에 오면 내가 조금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면 행복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있었어요. '이상하다. 왜 지금쯤 행복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 불행하게 느껴지지'라는 거죠. 근데  행복이 조건부가 아니더라고요. 내가 지금 행복할 줄 알아야 어떤 상황이든 행복할 줄 안다는 거를 저는 되게 깊이 느꼈고 그래서 매일 행복할 수 없지만 그래도 힘든 과정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려고 하는 사람은 더 행복할 수 있는 거 같아요."

- 지금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들리네요.
"맞아요. 내가 너무 불행하다고 느낄 때도 그냥 정말 사소한 거, 아침에 피곤하고 힘든데 싶어도 두유라떼 먹으면서 그래도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글이 너무 안 써져서 힘들다가도 한강 산책 나가서 그래도 이렇게 바람맞고 행복하다고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니까 사소한 행복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일상에서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소한 행복 느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
 
 임현주 MBC 아나운서

임현주 MBC 아나운서 ⓒ 임현주 제공

 
-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도 나오던데 인간관계는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어려워지는 거 같아요. 학창 시절엔 같이 놀면 친구가 되는 게 사회에선 그게 아닌 것 같아요. 같이 일해도 친구가 아닐 수 있죠.
"맞아요. 인간관계 정말 다들 고민 많이 해요. 많이 하는 고민이 내가 되게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나한테 상처 주는 사람이 있을 때 되게 또 힘들죠. 근데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가 옷장을 한 번씩 정리하기도 하잖아요. 책상도 한 번씩 익숙하게 쓰던 물건들 익숙하게 두었던 것들을 어느 날 정리를 해야 될 때가 있어요. 마찬가지로 인간관계도 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고 혹은 익숙하다고 해서 친하다고 생각했거나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관계도 있거든요. 그러니 한 번씩 옷장을 정리하듯 온 인간관계도 한 번씩 자연스럽게 그런 시기가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인간관계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 썼죠. '나 인간관계 상처받고 너무 힘들어. 아무도 못 믿겠어'라고 하는 때가 있어요. 저도 그래서 어떻게 하고 상처를 안 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던 때가 있는데 제가 더글러스 케네디 작가님이랑 인터뷰하면서 느꼈던 게 상처받지 않는 관계라는 것은 우리가 바라지만 불가능해요. 없어요. 스쳐 지나가면 상처 안 받겠죠.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살면 행복도 없어요. 그니까 선택인 거 같아요. 그래 상처 없는 관계는 없다고 인정하고 나니까 저는 좀 마음이 열리게 됐어요."

- 인간관계는 건 관계를 어떻게 잘 유지시키냐도 중요하지만 끝날 때 어떻게 끝나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한번 맺은 인연은 계속 유지하려고 해요. 그러나 저 때문이든 상대방 때문이든 그게 안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럼 전 사람 관계가 끊긴다는 게 불편하거든요. 그럴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게 진짜 괴롭죠. 힘들고요. 왜냐면 뭔가 서로 통한다고 생각하고 서로 좋아하는 점이 있었기 때문에 함께 가깝고 친했던 건데 어떤 계기로 멀어질 때가 있어요. 근데 저는 그것도 우리의 인연이 거기까지였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하나 생각하는 건 그럴 때 '우리 과거의 시간도 다 거짓이었어'라고 극단적으로 생각하기 쉬워요, 근데 그게 아니라는 거죠. 그때까지의 관계는 그래도 소중한 추억이고 진심이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사람이 다 변하잖아요. 똑같지 않아요. 이영광 기자님도 5년 전의 이영광과 지금의 이영광이 달라졌듯이 사람은 누구나 변하기 때문에 관계도 저는 당연히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약에 관계를 더 잘 유지하고 싶은 사람이라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되게 많이 느껴요."

- 그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요?
"글쎄요. 그건 사람마다 되게 다른 거 같은데 저는 마음의 응원을 그래도 많이 표현하려고 하는 거 같아요. 제가 그 사람의 모든 걸 다 챙길 수가 없고 우리 서로 바쁘잖아요. 하지만 상대방의 무언가 알았을 때 축하의 말을 건네거나 응원의 말을 건네거나 그것만으로도 저는 진심이 되게 전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 반대로 저도 그런 동료에게 정말 고맙고 그런 마음을 표현하는 거 자주 만나지 못해도 저는 표현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 아나운서님도 워커홀릭적인 부분이 있으신 거 같던데.
"그렇죠. 제가 책에 썼잖아요. 저는 프로번아웃러죠. 저는 에너지도 많고 열정도 많아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굉장히 잠을 안 자고 막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번아웃 되게 많이 겪기도 하는데 제 인생은 그냥 계속 그렇게 열정을 쏟고 시행착오 겪고 헤매다가 해내고 성장하고 이것의 연속인 거 같아요. 근데 예전에는 그 열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될지 잘 몰랐던 거 같아요. 그래서 무리하게 썼고 무리하게 막 잠 줄여가면서 하고 이렇게 살아왔다면 지금은 이제 그런 번아웃을 겪어 보면서 '아, 내가 덜 힘들게도 할 수 있구나! 어떻게 좀 덜 힘들게 조금 더 노하우 있게 일할 수 있을까'란 거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됐죠."

- 그럼 번아웃 됐을 때 어떻게 이겨 내나요?
"번아웃이 올 거 같다 할 때는 쉬어 줘야 돼요. 몸은 기계가 아니거든요. 일단 몸과 마음, 이 두 가지를 잘 하나하나 체크해야 돼요. 작가들이 운동도 안 할 것 같고 글만 쓸 거 같은데 작가님들 운동 진짜 열심히 하거든요. 왜냐하면 몸이 건강해야 글을 쓸 수가 있어요.

그래서 내가 번아웃 왔다 할 때는 운동을 좀 더 해야겠다고 해서 최근에 근력운동 저도 시작했고 마음을 챙기는 거죠. 내가 지금 지쳤구나라라고 느낄 때는 내 마음을 조금 위안해 줄 수 있는 행동들 따뜻한 두유라떼를 마신다거나 산책을 간다거나 좀 대화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난다거나 혼자 회식한다거나 그런 식으로 번아웃이 왔을 땐 쉬어주는 거밖에 없어요."

- 책 마지막에 정신과 박종석 선생님이 번아웃된 사람들에게 변명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가끔은 남 탓하라는 부분 있잖아요.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면서도 위로돼 되더라고요. 보통 열심히 하다 번아웃 되면 자신을 탓하게 되잖아요.
"근데 남 탓을 해라는 것이 아니라 남 탓도 해라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대부분 번아웃이 오는 사람의 이유가 원장님도 말씀하셨듯이 책임감이 높은 사람들이 번아웃 오거든요. 왜냐면 내가 힘든데도 내가 꼭 해야 되고 이걸 내가 책임감 있게 다 끝내야지 내 역할을 했다고 생각을 하고 이걸 못 보내면 내가 피해를 너무 크게 준다고 생각을 해서 번아웃이 오기도 해요.

근데 내가 감당하기 힘든 일 억지로 하다 보면 그게 결국에 후유증으로 찾아와요. 정말 번아웃이 오지 않기 위해 중요한 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선을 내가 알고 거기까지 가는 거죠. 그리고 달리기로 비유하자면 정말 단기간에 이거를 다 쏟아 내면 단거리달리기는 금방 지치잖아요. 근데 장거리 달리기로 길게 꾸준히 오래 일하려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페이스를 꾸준히 가져가야 돼요. 그 페이스를 스스로 알고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게 되게 중요한 거 같아요."

- 이 책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뭘까요?
"제가 이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메시지는 오늘은 헤매지만 그런 날이 있기 때문에 해내는 날이 오는 거라는 걸 우리가 믿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지금 내가 헤매는 상황에 있을 때는 더 나은 날이 안 올 것 같은 불안함에 시달리는데 그런 날은 나만 아는 비밀 같은 거고 그런 날이 쌓여서 결국에 해내는 날이 올 테니까 나를 응원해주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오늘도 진짜 다들 고생한 나만의 비밀이 있잖아요. 제 책의 부제처럼 오늘은 포기하지 않은 우리 스스로를 잠들기 전에 오늘 고생했다 또닥또닥 한 번씩 꼭 생각하고 주무시면 좋겠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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