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드 아이즈>의 벤쿠버 국제영화제 포스터.

영화 <레드 아이즈>의 벤쿠버 국제영화제 포스터. ⓒ K'ARTS AT, 영화사진

 

한국 영화 한 편이 지난 9일 폐막한 2021 밴쿠버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한데 섹션이 무척이나 생소한 듯 또 얼핏 익숙하다. 이름 하여 '실감미디어' (VIFF Immersed- Cinematic Category) 섹션, 쉽게 말해 VR 섹션 중에서도 서사를 갖춘 영화들로 구성된 섹션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이승무 감독, 김강우, 이엘리야 주연 <레드 아이즈>(Red Eyes)가 그 주인공이다.

맞다. 영화계 관계자들조차 생소하다고 여길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밴쿠버 국제영화제. 북미에서 각광받는 이 영화제에 VR 섹션이 존재했고, 그 낯선 섹션에서 한국영화가 관객상을 수상한 것은 확실히 범상치 않아 보인다.

<레드 아이즈>는 과거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워리어스 웨이>를 연출한 이승무 감독이 이끄는 'K'ARTS AT LAB'과 영화사진이 제작에 참여한 SF 액션 VR 단편 영화라는 긴 수식이 필요하긴 하다.

과거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가 동아시아 신인 감독들에게 수여하는 용호상을 수상해 더 친숙한 밴쿠버 영화제 담당 프로그래머인 캐이틀린 번즈는 "실사를 활용한 역대 VR SF 액션영화 중 가장 야심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근미래 뮤턴트들로 가득한 공장에 침투한 자살특공대원들의 작전과 숨겨진 사연을 다룬 <레드 아이즈>는 정적인 VR 씨네마의 문법에서 벗어난 과감한 카메라워크와 CG를 통해 기존 2D 영화와는 다른 질감과 장르를 제시하는 작품이다.

지난 16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승무 감독으로부터 범상치 않은 수상 소식의 배경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일찌감치 VR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승무 감독이 들려준 VR 시네마의 미래는 확실히 흥미롭고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영화 <레드 아이즈> 속 이엘리야

영화 <레드 아이즈> 속 이엘리야 ⓒ K'ARTS AT, 영화사진

 
- 수상 축하드린다. 영화제는 언제 끝났나.
"(10월) 11일에 끝났다. 밴쿠버 지역에서 상영하고 뉴욕하고 연계해서 했다더라. 이 (VR) 섹션은 메타버스에서도 열렸다. 코로나 때문에 (일정이) 홀드가 됐는데 VR이 메타버스로 가기 용이하다보니까 메타버스를 활용한 것 같다. 아마 제 생각엔 코로나19가 다 풀리더라도 (이 섹션은) 메타버스로 갈 거 같다."

- 국내 관객들에게 VR 섹션은 다소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또 밴쿠버 영화제는 북미에서 인지도가 있는 영화제로 정평이 나있는데 그 중에서도 VR 섹션에서 주목을 받았다.
"정확히 얼마나 출품했는지는 확인이 쉽지 않지만 이번엔 전 세계에서 접속할 수 있었으니까 (섹션의) 사이즈가 커질 수 있었겠지. 밴쿠버에 VR 섹션이 생긴 게 4~5년 됐고, 트라이베카나 선댄스는 좀 더 오래됐다. 베니스도 VR 섹션 생긴 건 5년 밖에 안 됐다. 사실 VR 영화는 현장에서 보는 거나 집에서 보는 거나 기기만 완비되면 큰 차이가 안 난다."

- 어떻게 VR 영화로 관객상을 받게 됐나.
"5년 전 일찍 시작했는데 처음 만든 영화가 선댄스에 갔었다. VR이 영화가 있고 좀 더 인터랙티브한 엔진으로 만드는 게 있는데, VR 영화는 사실 처음 등장했을 땐 가능성이 많지 않았다. 실사 VR이 있고, 엔진 VR이 있는데, 엔진 VR은 그 안에서 인터랙션(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실사 VR은 3면으로 둘러싸인 영화관에 들어가 있는 거기 때문에 일반영화보다 훨씬 현장에 있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VR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은 그 정도는 아니다. 우리가 실제로 게임을 하듯이 콘텐츠 안에 들어가서 <반지의 제왕>을 보는 게 아니라 <반지의 제왕>을 한다(는 느낌), 이게 VR이라고 보면 된다."

- 실사 액션영화로 데뷔했던 감독이 VR의 선구자가 됐다.
"저도 영화를 하던 사람이니까 실사 베이스 VR 영화로 접근했다. 해 보니까 이게 가능성이 다른 쪽이 훨씬 많아서 3~4년 영화를 안 하다 작년에 다시 만든 게 <레드 아이즈>다. 서사로 돌아간 이유는 게임 엔진을 아무리 해봐도 아직까진 기술 때문에 배우를 흉내 내는 정도의 카피는 되지만 대부분 애니메이션 형태 정도다. 그러면 몰입감을 느끼게 될 때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눈앞에 있다는 느낌을 못 준다. 그래서 VR의 대중화에 있어서 VR의 실사화를 무시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후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결합되겠지만 향후 몇 년간은 VR 시네마의 영역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축적된 걸 어떻게 풀어볼 수 있을까 싶어서 이번 작업을 했다."

- 듣기만 해도 흥미롭다. 나중엔 최근 화제가 된 딥 페이크 기술도 접목되고 그런 건가?
"궁극적으로 10년쯤 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저작권만 톰 크루즈가 허락하면 내가 <미션 임파서블>의 멤버로 참여하는 게임 같은 식으로 만들 수 있을 거다. 두 가지(VR과 딥 페이스)가 만났을 때 궁극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영화 아닌 영화? 게임이면서 영화이면서 어떻게 보면 애니메이션인. 배우가 안 나오니까. 말씀드린 대로 <반지의 제왕>을 본다가 아니라 한다, 해리포터가 된다, 라고 했을 때 한국판 <반지의 제왕>에 한국 배우들이 나올 수 있는 거고."

- <도둑들>을 그렇게 만들면 재밌겠다.
"그런 게 가능하다. 경우의 따라서 '김윤석 캐릭터가 마음에 안 든다', '나는 송강호랑 하고 싶다' 그러면 우리 팀 도둑들에 송강호가 들어올 수 있는 거다. IP만 풀어준다면. 이런 세상이 열릴 수 있는 거다. 이야기 자체도 도둑들에서 내가 풀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거고. 왼쪽으로 가면, 전지현이 배신하는 시나리오, 오른쪽으로 가면 전지현과 결혼하는 시나리오 이런 것도 선택할 수 있고. 실사로 하면 (넷플릭스) <블 미러: 밴더스내치> 식으로 모든 가능성을 다 찍어야 하지만 그것들이 엔진화됐다고 하고 AI까지 들어갔다고 하면 전부 만들 수 있는 거다. 이런 것들이 새로운 영화와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서 재밌게 하고 있다."

- 과거 3D가 반짝 각광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VR은 아예 새로운 차원 같다.
"게임하는 친구들한테는 (VR이)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어디가 영화고 어디가 게임인지, 어디가 VR인지 모르는 세상이 올 거다. 일반 가정에서 하면 한계가 있긴 하다. 총을 맞으면 아프다거나 어디 들어가면 냄새가 나고, 특정 장소에서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VR 구동 환경을) 작은 테마 파크라고 하거든. 그런 걸 햅틱이라고 하는데, 음향이 더 좋아질 수도 있는 거고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
 
 영화 <레드 아이즈> 속 김강우.

영화 <레드 아이즈> 속 김강우. ⓒ K'ARTS AT, 영화사진

 

한국 VR 영화에 깃발을 꽂다

- 그래서 <레드 아이즈>도 액션 위주 영화인건가?
"액션 장면이 위주이긴 하다. VR 카메라 같은 것들은 한계가 너무 많다. 편집도 제대로 안 되고, 꼭 누군가의 시점이어야 하고. 움직임이 굉장히 어렵다. 어지러움증 같은 것도 생기고. 그래서 대체로 실사 베이스의 VR 콘텐츠는 다큐멘터리나 그런 것들이 많다.

- 아프리카 야생 체험 같은?
"맞다. 어떤 분쟁지역이나 아프리카 같은데 들어갔을 때 그 사람들의 슬픔 같은 것들이나 환경이 즉각적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우리 같이 영화했던 사람 입장에서는 편집이나 카메라 움직임, 미술 등이 감독의 가장 큰 힘인데, (VR은) 다 광각렌즈다. 다 멀리서 보게 되니까 디테일을 살릴 수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고 편집을 할 수도 없다. 대부분 영화를 하든 사람들이 이걸 해 보면, '이걸 도대체 왜 하나' 싶어 한다."

- 실제 감독님께도 해당되는 질문인가?
"영화 쪽에서 온 우리 팀들도 다 그렇게 물었다. 이걸 도대체 왜 하느냐고. 시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감독이 할 수 있는 무기는 하나도 없고. 실제로 촬영할 때 현장에 있지도 못하고 모니터도 못 보거든. 그러면 OK 컷인지 아닌지도 감독 입장에서는 잘 모르고. 이러한 제한이 있지만 또한 거기서만 느껴지는 새로운 가능성들도 꽤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찾아보고 싶었던 거다."

- 선구자적으로 깃발을 꽂는데서 오는 쾌감이 있었겠다.
"그렇다. 1895년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한 20년 간 필름 메이커들이 제일 복 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뭐가 새로 떨어졌는데 뭐가 될지는 모르면서 막 전 세계에서 만들어가는 거였으니까. 그리피스가 나오고 산업화가 될 때까지. 저는 VR이 지금 그 단계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완전히 버린 건 아니고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러한 가능성과 스토리텔링을 찾아 가는 것이 너무 재밌다. 후배들한테도 그렇고 중요한 작업인 거 같고. 동지의식도 있고. 전 세계계적으로 영화때랑은 다르게 네트워크가 잘 돼 있으니까 같이 만들어가고 그런 쾌감이 있다. VR은 발전이 더 빠르기도 하고."

- 배우들도 현장에서 고생이 많았겠다.
"굉장히 고생했다. 영화 같은 경우 배우의 힘이라는 게 클로즈업이나 디테일 같은데 익숙해 있는데 VR은 다 '마스터 숏'(전체 장면)을 찍는 개념이니까. 연극배우가 돼야 하는 그런 느낌? 농담 삼아 얘기하는데, 옛날 무성영화 보면 사람이 총을 맞으면 손을 막 흔들면서 죽잖나.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감정은 전달돼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얘기를 했었다. 나중엔 잘 적응해 줬다. 연극 같은 재미가 있으니까."

-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을 오래 가르쳤다. 
"학생들도 가르치지만, '아트앤테크놀로지 랩'(Art&Technology Lab)이란 연구소가 있다. 바로 이런 거 하는 곳이다. 차세대 엔터테인먼트는, 영화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VR이나 AI가 들어왔을 때 창작자의 환경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이론으로 연구하는 게 아니라 우리는 실기 중심이니까 계속 만드는 거다. 실제로 지금 포항공대랑 같이 해서, 차세대 콘서트, 인공지능 배우, 이런 걸 작업화 하고 있어요. 지난 2,3년간 했던 작업이 굉장히 중요했다. VR에서 인터랙티브 공연 같은 걸 했다. 메타버스 공연이라고, 배우는 여기 있고 전 세계에서 같이 (메타버스에) 들어와서 만나서 무언가를 하는 그런 형태? 그런 게 우리가 앞서가고 있는 형태다."

- 역시나 듣기만 해도 흥미롭다.
"(웃음) 결국은 거기서 만들어진 데이터들이 아까 말씀드린 톰 크루즈와 같이 작전을 할 때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단순히 수업 차원이 아니라 연구소 차원에서 몇 년째 하고 있는 거다. 다음 달에 그런 공연을 하는데, 꼭 보러 와라."
 
 영화 <레드 아이즈> 속 한 장면.

영화 <레드 아이즈> 속 한 장면. ⓒ K'ARTS AT, 영화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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