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손흥민 (한국vs이란) 한국 대표팀의 황의조와 손흥민이 이란전 선제골 이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 황의조-손흥민 (한국vs이란) 한국 대표팀의 황의조와 손흥민이 이란전 선제골 이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승점 4점. 벤투호가 이번 10월 열린 시리아, 이란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 4차전에서 거둔 성적표는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비록 파울루 벤투 감독이 목표로 한 2승을 챙기지 못했지만 최대 고비처였던 이란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무패를 이어간 것은 큰 성과임에 틀림없다. 특히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진적으로 내실 있는 내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첫 경기 이라크전과 비교해 한층 달라진 경기력

최종예선 10경기 가운데 4경기를 소화한 벤투호는 2승 2무(승점 8)을 기록하며, 1위 이란(승점 10)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이란과 한국의 2강 체제가 굳건한 가운데 레바논, UAE,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 4개국이 서로 물고 물리는 형국이다. 대부분 무승부 경기가 많은 탓에 많은 승점을 쌓지 못하는 흐름이다.

그나마 1승을 챙긴 3위 레바논(승점 4)이 한국을 3점차로 뒤쫓고 있지만 객관적인 전력차를 감안할 때 뒤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벤투호가 월드컵 본선 직행의 커트라인인 2위권 이내의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벤투호는 지난달 최종예선 첫 경기인 이라크전에서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우려스러운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레바논, 시리아전에서 단조롭고 느린 공격 전개에서 탈피하며, 빠르고 직선적인 패스와 적극적인 슈팅 시도를 통해 많은 문제점을 상쇄했다.
 
또, 악명 높기로 소문난 이란의 아자디 스타디움 원정 경기에서는 피파랭킹 22위(아시아 1위)의 이란을 상대로 슈팅수 16-12, 볼 점유율 54%-46%를 기록하며, 앞선 경기 내용을 선보였다. 최근 이란 원정에서 잇따라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이란전은 호평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무엇보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이 조금씩 팀에 녹아들어가는 모습이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당황하지 않은 채 볼을 소유하고, 경기를 컨트롤하며 능동적으로 흐름을 이끌어가는 점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좌우 풀백을 높게 올리고, 후방에서 안정적인 기초 빌드업으로 하프라인 부근까지 공을 운반하면 측면 공간으로 빠르게 공을 배달하는 패턴이 벤투호 전술의 핵심이다.

이후 상대 수비가 대형을 갖췄을 때, 즉 밀집수비에 대한 파훼법에서 약점을 노출했지만 이번 10월 2연전에서는 어느 정도 해답을 찾았다. 지공보단 속공이 주효했다. 패스의 속도를 높이고, 공을 소유하지 않은 선수들이 많은 움직임으로 공간을 창출함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슈팅을 시도하며 중동세를 잠재웠다.
 
늦은 교체 타이밍-선수 선발의 다양성 부족
 
이란전 공식 기자회견하는 벤투 감독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전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이란전 공식 기자회견하는 벤투 감독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전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연합뉴스


소득 못지 않게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도 드러났다. 선제골을 넣은 뒤 후반 중반부터의 경기 운영이다. 선수들의 체력 저하로 인해 후반 들어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고 있다. 한 골을 만회하기 위해 상대팀들이 라인을 올리고 공격 숫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벤투호의 대처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럴 때 해결 방안은 선수 교체, 전술 변화로 흐름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력적으로 지친 선수를 바꿈으로써 활동량과 기동력을 높이거나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수비 성향의 미드필더를 넣으면서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일관된 전술을 고집했으며, 선수 교체 타이밍에서 한 박자가 늦었다. 레바논이 한국전에서 종료 직전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면 한국의 승점은 3에서 1로 바뀔 수 있었다. 그리고 시리아는 후반 37분 하르빈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란 역시 후반 31분 자한바크시의 헤더 동점골에 힘입어 결국 무승부로 마감했다. 실점하기에 앞서 즉각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물론 벤투 감독의 대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란전에서는 왼쪽 풀백 홍철이 줄곧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내자 동 포지션의 김진수를 투입했다. 그러나 미드필드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2차적인 교체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더 넓은 범위로 확대하면 선수 선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벤투 감독은 전문 공격수 자원으로 황의조, 조규성 등 겨우 2명만을 선발했다. 심지어 두 선수의 스타일은 상당히 비슷한 편에 속한다. 아시아 레벨에서는 오히려 큰 키를 겸비한 장신 스트라이커의 투입이 오히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경기 내용은 향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4경기 4득점에 그친 골 결정력 부재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골을 넣은 벤투호의 득점 분포를 살펴보면 2선 공격수 손흥민(2골), 권창훈(1골)과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1골)으로 쏠려있다. 소속팀에서 좋은 득점력을 보이던 황의조, 황희찬은 아직까지 최종예선에서 골 소식을 전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수비력에 장점이 있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는 실질적으로 정우영이 유일하다. 정우영은 이란전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후반 내내 투지 있는 플레이로 고군분투했다. 정우영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일방적으로 밀리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미드필드에서 기동성이 높은 미드필더를 투입해야 했는데 정작 마땅한 자원이 전무했다.
 
벤투호는 대표팀은 다음달 11일 UAE와 홈 경기, 16일 이라크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 2경기를 모두 잡는다면 사실상 카타르행의 9부 능선을 넘게 된다. 이변이 없는 한 월드컵 본선 진출이 유력하지만 중동 원정은 언제나 가시밭길이었다. 벤투호는 남은 최종예선 6경기 중 네 차례 원정길에 오른다.
 
지난 4경기에서 드러난 오답노트를 잘 확인하고, 다음달 재개되는 최종예선에서 보완점을 해결할 수 있을까. 향후 벤투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 한국 대표팀, 남은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 일정
vs. UAE (홈/ 2021.11.11)
vs. 이라크 (원정/ 2021.11.15)
vs. 레바논 (원정/ 2022.1.27)
vs. 시리아 (원정/ 2022.2.1)
vs. 이란 (홈/ 2021.3.24)
vs. UAE (원정/ 202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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