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닮은 사람

너를 닮은 사람 ⓒ jtbc


고현정 배우의 모처럼 복귀작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하지만 이 작품에서 정작 주목해야 하는 건 두 사람이다. 

그 한 사람은 바로 원작의 저자 정소현 작가이다. 층간 소음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통해 들여다 본 '인간', 혹은 남편과 딸과 함께 잘 살고 있지만 '불행'하다는 여성과 자살과 가족들의 버림 등 비참한 현실을 겪으면서도 외려 단단히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 여성 등을 통해 '삶의 어둡고 적나라한 민낯을 진정성있는 태도로 대면'해온 작품을 써왔다는 평가를 받는 정소현 작가이다. <너를 닮은 사람>은 2012년 젊은 작가상 수상집에 수록된 작가의 단편이다. 

여타 다른 정소현 작가의 작품처럼 <너를 닮은 사람>은 보이는 상황과 다른 '사연'을 가진 두 여성이 등장한다. 드러나 보이는 사건에서 '가해자'인 여성, 하지만 이야기는 보이는 것과 다른 '진실'을 드러낸다. 

이렇게 단편 속 명징하게 드러나는 진실의 '아이러니', 그걸 유보라 작가가 각색했다. 2013년 <비밀>을 통해 이름을 세상에 알린 유보라 작가, <비밀>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죽음으로 몰고간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라는 극한적 상황을 통해 사랑과 삶의 아이러니를 절묘하게 묘사해 냈었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을 통해 사회적 트라우마의 문제를 짚어보고자 하였다.

이처럼 인간사에서 엇물리는 '관계',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모습에 작가는 천착해 왔다. 유보라 작가의 손을 거치면 '사랑'도 그저 '사랑'이 아니게 되고, '애증'없이는 세상에 그 어떤 관계도 존재할 수 없다. 원작과는 다르다는 <너를 닮은 사람> 정소현 작가의 단편은 유보라 작가의 손을 거쳐 16부작의 드라마로 찾아왔다. 
가해자 구해원과 피해자 정희주
 
 너를 닮은 사람

너를 닮은 사람 ⓒ jtbc

 
이야기의 시작은 정희주(고현정 분)의 딸 리사가 학교에서 미술 기간제 교사로부터 고막이 터질 정도로 구타를 당하면서부터이다. 

당연히 가해자인 구해원(신현빈 분)을 찾아가 사과를 받으려는 정희주. 그런데 사과를 하는 구해원의 태도가 마뜩찮다. 심지어 정희주에게 '언니'라며 희주의 기억 속 한 여성, 아니 이제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잠궈둔 '과거'를 소환한다. 

희주는 그저 우연이라고 여기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교사 발령까지 받았다던 해원이 굳이 6개월짜리 임시 교사를 하기 위해 리사의 학교를 찾은 이유가. 게다가 해원은 어쩐지 희주의 주변을 맴도는 것같다. 병원에서 희주의 아들이 마주친 친절한 아줌마가 해원인 거 같고, 동생이 함께 친밀하게 식사를 한 여성이 해원이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에 해원이 있다. 왜?

드라마는 이제는 태림 재단의 안주인이자 명망있는 화가이자 에세이스트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희주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직조한다. 태림 학원 이사장의 아내가 되었지만 삶이 헛헛했던 희주는 '한나'라는 젊은 여성에게 그림을 배우게 된다. 희주를 언니라며 따르던 한나, 그녀는 결혼식 사진을 위한 옷조차 세일 상품으로 사야 할 만큼 가난한 예술가다. 

하지만 희주의 눈에 해원은 '자신감과 에너지로 충만했고, 후줄근한 후드티와 무릎이 나온 청바지를 입고서도 반짝반짝했'던 여성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빛나던 '한나'였기에 자신 앞에 나타난 '해원'을 알아보지 못했다. 해원은 빛이 없는 건 물론, 표정조차 상실한 듯한 모습으로 그 당시 희주가 사준 낡을 대로 낡은 초록색 코트를 입고 나타났다. 

여름 햇살처럼 반짝이던 해원을 그림자처럼 만든 사건은 무엇일까? 2화, 해원이 한나이던 시절 찍은 결혼식 현장을 단초로 드러낸다. 결혼을 하는 사람은 한나와 서우재인데, 서우재는 희주의 손을 잡아끈다. 

모든 것을 다 갖춘 듯한 희주에게 '서우재'는 어떤 존재였을까? 스스로 '자체발광'하는 듯하던 '한나'에게 서우재는 또한 어떤 존재였을까? 그런데 희주의 남편 안현성(최원영 분)은 아일랜드에 입원했던 서우재를, 그 서우재를 해원이 퇴원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희주의 남편이 알고 있는 건 무엇일까? 

하지만 정작 드라마에서 '서우재'는 그림자처럼 보여진다. 드러나는 건, 그 모든 걸 잊은 듯이 성공한 화가가 된 채 살아가는 희주와, 희주 앞에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나타난, '자살기도'까지 했던 전력의 해원이다.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한 드라마는 예의 '치정'의 단초를 전제한다. 하지만 '치정'을 매개로 하여 드라마는 두 주인공의 캐릭터에 보다 천착하며 신선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과연 그녀들의 '진심'은 무엇일까? 그리고 '진실'은 무엇일까?
 
 너를 닮은 사람

너를 닮은 사람 ⓒ jtbc

 
유보라 작가의 스타일답게, 하지만 보여지는 모습을 한꺼풀 벗겨내면 또 다른 모습들이 보인다. 전시회를 앞둔 희주, 당당한 모습과 달리, 시댁 속 그녀는 '섬'과 같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품 안의 아이인 줄 알았는데, 해원의 도발에 마음을 닫아버린 딸이 숨긴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아일랜드에서 낳아 시어머니가 키우다시피한 유치원생 아들은 도무지 내 아이같지가 않다. 세상의 주목을 받는 화가가 되었다는데 해원의 등장에 희주는 불안해 한다. 그 '불안'의 근원은 그저 해원일까?

한때 무릎나온 청바지만 입고도 빛나던 해원, 무엇이 그녀를 '자살'까지 몰고 갔었을까? 그리고 이제 자신의 모든 것을 '올인' 하듯 희주 주변에서 어른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하는 이를 잃는 다는 것이 '삶'을 포기해야 할 정도인 것일까? 해원이 '집요한' 복수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복수'를 통해서 그걸 얻을 수는 있을까?

오랜만에 돌아온 고현정 배우는 화려하지만, 그 한 꺼풀만 벗겨내면 여전히 삶의 뿌리가 흔들리는 히스테리칼한 중년의 여성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제격이다. 또한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겨울이와 동일 인물인가 싶게, 아니 때로는 겨울이보다 해원이가 더 맞는 옷이 아닌가 싶게 신현빈 배우가 지닌 무채색의 톤이 빛난다. 드라마가 이미지적으로 보여준 '레드'와 '그린'처럼 서로 대비되는 두 여배우의 조화와, 그에 걸맞은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모처럼 스타일리쉬하게 시청자를 드라마에 몰입시킨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5252-jh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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