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저녁 부산 진구에 위치한 부산시민공원에서 동네방네비프 상영작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

12일 저녁 부산 진구에 위치한 부산시민공원에서 동네방네비프 상영작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 ⓒ 성하훈

 
12일 저녁 부산 부전역 인근의 부산시민공원. 널따란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300여 명 안팎의 관객들은 야외스크린의 영화에 몰두하고 있었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두꺼운 담요로 몸을 감싸거나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모여 앉아 이날 상영작인 <레미: 집 없는 아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아이들과 함께 온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가장 큰 성공작이라는 호평이 나오고 있는 동네방네비프의 풍경은 차분하면서도 좋은 영화를 엄선한 덕분에 관객의 만족감을 높이고 있었다. 저녁 8시부터 시작된 상영은 9시 50분쯤 끝났고,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은 하나 같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려는 순간 돗자리를 걷어 정리한 후 퇴장하던 60대 관객은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했다. "오늘로 3번째 관람이다"라며, "영화를 보러 자주 다니는 편이고, 부산영화제는 초기 남포동에서 할 때 보러 다니기도 했으나, 해운대로 보러 가지는 않았는데, 도심공원에서 상영을 하니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
 
어린아이 등 7명의 함께 관람한 가족은 "처음 왔는데, 이거 너무 좋아요"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인근 전포동에서 왔다는 관객은 "아주 좋다"면서, "2019년인가도 야외상영이 있어 보러 왔는데, 이번에는 비가 왔던 11일 제외하고는 4번째 관람"이라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보러왔다는 중년 여성 관객은 "오늘까지 두 번 관람했다"면서, 예전에는 부산영화제 할 때 갔었는데, 요즘은 나이도 있고 하니 못 가고 있다. 가까운 곳에서 상영을 해서 찾아왔는데, 영화들도 재밌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잔디밭에서 관람하다 보니 내내 앉아서 보기가 힘들어 서서 보다가 다시 앉기도 한다"면서 "딱딱한 의자가 아닌 푹신푹신한 쿠션 형태의 의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해운대를 넘어 부산 전역으로 확장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양레포츠센터에서 진행된 동네방네비프 상영. LED 패들보드를 타고 영화를 보는 특별한 관람이었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양레포츠센터에서 진행된 동네방네비프 상영. LED 패들보드를 타고 영화를 보는 특별한 관람이었다. ⓒ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부산영화제 커뮤니티비프에서 담당하고 있는 '동네방네비프'는 올해 영화제 계획이 발표될 때 주목 받은 행사였다. 기존 해운대 중심에서 태동지인 남포동을 활성화하고 있는 부산영화제의 공간이 부산 전체로 확장된 것이기 때문이다.
 
부산 16개 구군 중 영화의전당이 있는 해운대구와 남포동이 있는 중구를 제외하고 14개 구군에서 열리고 있는 동네방네비프는 주로 야외상영이 이뤄지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부산영화제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데 크게 기여하는 모습이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도 작지 않다.
 
수영구 상영장이었던 광안리 해양레포츠센터에서는 LED 패들보드를 타고 영화를 보는 행사로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남구 부산문화회관 광장, 기장군 고리에너지팜, 사하구 장림포구 부네치아 등이 상영장으로 활용됐다.
 
상영된 영화들은 <남매의 여름밤>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 부산영화제 수상작부터 <담보> <허스토리> <족구왕> <벌새> 재미와 의미를 담은 흥행작들이었다. 고전영화 <쉘부르의 우산>, 애니메이션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등도 포함됐고, 감독이 참여하는 GV(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돼 무료 관람인 것만 제외하고는 일반 상영과 차이가 없었다.
 
동네방네비프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해운대와 남포동을 중심으로 진행돼 온 부산영화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영화팬들이 몰리는 특성상 부산에서 진행되는 영화제라고 해도 표구하기가 쉽지 않고, 해운대와 남포동 주변만 북적댈 뿐 다른 지역은 영화제 영향권 밖이었다. 부산영화제가 아닌 해운대 영화제라는 불평들이 나오기도 한 이유였다.
 
하지만 올해는 동네방네비프가 대중적이면서 재밌는 영화를 무료로 집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분위기를 전환했다. 매표 경쟁에 뛰어들기가 부담스러운 관객들과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해 극장에서도 가족들과 띄어 앉아 영화를 봐야 하는 현실에서 가족이나 연인들이 함께 붙어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동네방네비프가 가진 장점이다.
 
특히 관객에게 다가가는 관객 중심의 영화제로 시작한 커뮤니티비프가 그간 부산영화제가 갖던 약점들을 하나하나 보완해 나가고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 해외 유수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매력에 더해, 누구나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두 가지 형태의 영화제가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은 부산영화제의 긍정적인 분화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다른 영화제의 관계자들도 지역 전체로 영화제 분위기를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네방네비프를 눈여겨보며 응용을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비가 내리던 지난 11일 부산문화회관 광장에서 진행된 동네방네비프 상영

비가 내리던 지난 11일 부산문화회관 광장에서 진행된 동네방네비프 상영 ⓒ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주변에서 칭찬이 잇따르자 부산영화제 측도 고무된 표정을 보이고 있다.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처음 아이디어를 누가 냈다"는 식으로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이용관 이사장도 저녁 시간 동네방네비프를 돌며 분위기를 직접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야외상영이 이뤄지면서 날씨변수가 있다는 점과 관객의 편안한 관람을 위한 부산영화제의 노력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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