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 D.P. > 중

넷플릭스 오리지널 < D.P. > 중 ⓒ Netflix Korea

 
* 주의!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름조차 생소하던 D.P.(Deserter Pursuit, 탈영병 체포전담조)는 지금 가장 뜨거운 키워드가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D.P.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실제 D.P.로 군생활을 했던 원작자 김보통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누구도 듣지 못한 이야기를 전한다. 단순히 '탈영병을 잡는 활극'이 아니라 우리네 징병 문화 자체에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로 확장된다는 것, 배우들의 개성있는 연기와 세련된 촬영도 인상적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2014년이다. 극 초반, 주인공 안준호(정해인 분)와 한호열(구교환 분)의 생활관에는 씨스타의 노래 'Touch My Body(2014)'가 울려 퍼진다. 나에게도 익숙한 선율이다. 나 역시 안준호처럼 2014년에 입대해 막내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육군 28사단에서 발생한 '윤 일병 사망 사건', 22사단에서 발생한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병영 문화 혁신이 한창 화두에 올랐던 시기였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 D.P. > 중

넷플릭스 오리지널 < D.P. > 중 ⓒ Netflix Korea

 
자연스럽게 나의 지난 군생활 역시 꺼내 보게 되었다. '추억 보정'인지 모르겠지만 군대에 관한 좋은 추억도 꽤 있다. 야전 훈련을 나가서 흙 묻은 손으로 먹은 주먹밥, 추운 날 근무를 마치고 동기들과 함께 먹었던 컵라면은 꽤 맛났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생활관에서 콜드플레이의 앨범을 들으며 책을 읽던 병장 시절도 행복했다. '처음엔 고생하다가 뒤로 갈수록 편해진다'는 선임들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 D.P. >를 보면서 다시 한번 내가 피해자였던 시절을 떠올렸다.

막내 시절, 선임들과 모여 있을 때 함부로 웃을 수도 없었다. 웃으면 '신병이 (군기가) 빠졌다'며 욕을 먹게 된다. 순발력과 손재주가 떨어지는 편이라 혼날 때도 많았다. 신병 휴가에서 복귀하기 전날에는 무서운 선임의 얼굴이 떠올라 잠자리에 들기 어려웠다. 온당하지 못한 이유로 욕설과 위협을 들었을 때도 서러웠다. "내가 갖고 있는 가치가 아예 밑바닥까지 절하당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다행히 < D.P. > 의 황장수 병장(신승호 분)처럼 엽기적인 가혹 행위를 가하는 선임을 본 적은 없다. 그러나 내 경험 역시 병영 문화의 전근대성 한가운데에 있다. 위계적 구조 때문에 두 발을 뻗고 잘 수 없다는 것, 하루하루가 공포로 점철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그러나 나도 피해만을 늘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위 '폐급'이라 불리던 후임에게 고함을 지른 적이 있다. '왜 내가 너 때문에 다른 선임에게 욕을 먹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날 바로 후임에게 사과했다. 정말 미안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었는지, '마음의 편지(병영 부조리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하는 비밀 편지 제도)'에 적히고 싶지 않아서였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남들과 똑같아졌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착잡했지만, '그래도 나는 다른 애들처럼 욕을 하지는 않았으니까'라며 스스로 합리화했다. 병영 문화가 스물 두 살의 나에게 남긴 상흔은 컸다.

방관하지 않고, 바꿀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 D.P. >

넷플릭스 오리지널 < D.P. > ⓒ Netflix Korea

 
대한민국 사회는 이런 문화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병영 문화의 전근대성을 은폐하는 데에 조직적으로 가담했다.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MBC <진짜 사나이>는 상징적인 순간이다. 이 프로그램은 비합리적으로 낮은 군 월급을 '나라에서 주는 금일봉'이라 부르며 현실을 왜곡했다. 지난해 유튜브를 강타했던 '가짜 사나이'는 그 반대편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마초이즘과 결합하면서, 군대 문화의 낭만화에 공헌했다.

현실의 군대는 오히려 윤종빈의 <용서받지 못한 자>, 김보통의 < D.P. >와 가깝다. 여기에는 장병을 소모품으로 여기며 보신주의로 일관하는 지휘관이 있고, 조직과 맞지 않는 이를 '폐급'이나 '고문관'으로 취급하는 폭력 문화, 주먹구구 식의 체계의 민낯 역시 고스란히 그려지고 있다.

이야기의 최후반부를 끌고 가는 '선량한 피해자' 조석봉(조현철 분)에게도 '폐급'이라는 낙인이 붙었다. 사회에서 나름의 꿈을 품고 성실하게 살았던 그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며 울부짖는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제목이 '방관자들'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석봉의 물음은 준호와 호열 뿐 아니라, 병영 문화를 겪은 모든 이들을 향한다. 많은 군필 남성들은 < D.P. >를 보고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올 것 같다'라고 반응했다. 그러나 < D.P. >의 의의는 과거를 이야기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한국 남성의 생애 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병영 문화를 가져온 후, '과업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모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구조'에 있다. 병영 문화가 개인을 억압하는 폭력성은 개인이 개인을 억압하는 구조로 전이된다. 모두가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후임을 관리하지 않으면 내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청년들은 '폐급'과 '에이스'라는 기준 사이에서 재단된다. 많은 이들이 가해의 경험을 하지만, '군대 자체가 이런 곳'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그리고 이 악의 평범성은 "뺑이 쳐라('고생해라'라는 뜻의 은어)"라는 전역 소감과 함께 잊히기 마련이다.

'수통이 1953년부터 바뀌지 않았는데, 군대가 바뀌겠느냐?'는 석봉의 물음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몇년 전,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구식 수통이 신식 수통으로 바뀌었다. 전군에 스마트폰이 도입된 이후 병사의 자살과 탈영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역사가 조금씩 진전하는 가운데, 여전히 묻혀 있는 이들의 목소리 역시 조명받을 수 있길 바란다.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외면하지 않고자 하는 시도일 것이다. < D.P. >는 그 출발점에 설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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