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방법>에 이어 영화 <방법: 재차의> 각본을 쓴 연상호 작가.

드라마 <방법>에 이어 영화 <방법: 재차의> 각본을 쓴 연상호 작가. ⓒ CJ ENM

 
"드라마 <방법>과 <방법: 재차의>는 서로의 세계관을 보완할 수 있는 하나의 끈이다."

연상호 작가의 이 말로 <방법> 시리즈의 본질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2020년) 3월 드라마 방영에 이어 지난 28일 극장 개봉한 이 작품들은 주술과 악귀라는 소재로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지평을 열고 있다. 

개봉을 앞둔 시점 온라인 인터뷰로 만난 연상호 작가는 다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 임진희(엄지원)와 사람들에게 저주를 거는 주술사 백소진(정지소)의 서사 구축이 드라마에서 우선이었다면 영화 <방법: 재차의>는 조선 초기 수필집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활용해 시체가 사람을 죽인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여기에 더해 거대 제약회사의 횡포 및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 감정을 건드리고 있었다. 다분히 연 작가의 의도였다.

드라마에서보다 성장한 캐릭터들

"일본 기업 문화에 도장절이라는 게 있더라. 결재서류 보면 직급별 책임자들이 도장을 찍는 란이 있잖나. 마치 인사를 하듯 도장을 찍는 문화가 있는 걸 보고 흥미를 느꼈다. 한국에도 그런 위계질서가 존재하는데 왜 맹목적으로 충성할까 싶더라. <방법: 재차의>에서 그 결재선에 들어간 사람들을 대상으로 살인이 벌어지는데 바로 그 문화에서 따온 것이다.

이런 위계 사회에선 착취 논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에서 어떤 착취 구조를 말할까 고민하다가 지금의 이야기가 나왔다. 개인적으론 이주노동자, 불법 체류자 문제는 인권과도 관련이 있다. 오락 영화에 그런 요소가 들어가면 휘발적 콘텐츠가 아닌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 <방법: 재차의>의 한 장면.

영화 <방법: 재차의>의 한 장면. ⓒ CJ ENM

 
연 작가 말대로 영화는 이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거대 음모를 꾸몄던 제약회사 임원진의 연쇄 죽음을 축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여기에 기존 언론사에서 퇴사한 임진희, 그리고 악귀를 몸에 가둔 채 임 기자를 떠났던 백소진이 다시 돌아와 그 연쇄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구조다. 시체에게 주술을 건 자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에서 자칫 주인공들이 기업 임원진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연 작가는 "그 부분이 사실 가장 고민이 컸다"며 "특정 주술사의 사적 복수가 아닌 임진희와 백소진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고 설명을 이었다. 

"빌런을 설정할 때 특정 직업군에 대한 편견을 만들지 않을까 늘 고민이 있다. 그래서 차라리 악귀를 만드는 게 편한데 이번 이야기엔 명확한 빌런이 있어야 했다. 백소진과 임진희가 대안 가족이 돼가는 과정과 함께 그 반대편엔 개인 원한으로 점철된 주술사, 그리고 복수의 대상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아버지의 권력을 이어받은 변미영(오윤아)이라는 캐릭터다. 

백소진 같은 경우는 좀 더 히어로 같길 원했다. 원래 대본엔 손동작도 엄청 화려했는데 연출을 맡은 김용완 감독과 얘기한 결과 지금 설정으로 가게 됐다. 이 시리즈가 좀 더 쌓이면 해볼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다. 임진희도 거대 언론사에서 대기발령 받은 채 창고에서 자기 일을 하는 설정과 독립언론사를 차린다는 두 설정이 있었는데 적극적인 그의 행동을 위해선 후자가 낫다고 판단했다."


<방법>, 한국형 오컬트로 떠오르기까지

국어사전에도 올라있는 '방법하다'라는 동사는 주술을 걸다, 상대방을 응징한다 등의 의미가 있다. 연상호 감독은 "드라마를 기획할 때만 해도 방법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진 않더라. 시골에서 쓰던 은어 같은 거였다"며 "드라마를 하면서 우리가 한자어를 만들었는데 그게 지금은 아시아권에서 고유명사가 됐다"고 귀띔했다. 일종의 새로운 문화 창조에 일조한 셈. 

여기에 더해 재차의는 조선 전기 학자 성현의 <용재총화>에서 따온 건데 '살아있는 시체'라는 면에서 중국 설화 속 강시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1980년대 중국 영화 <강시> 시리즈가 등장해 오랜 시간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 연상호 감독 또한 그런 하위문화에 집착한 면이 있었다.
 
 드라마 <방법>에 이어 영화 <방법: 재차의> 각본을 쓴 연상호 작가.

드라마 <방법>에 이어 영화 <방법: 재차의> 각본을 쓴 연상호 작가. ⓒ CJ ENM

 
"서브컬쳐라는 게 굉장히 여러 모습이 있다. 어릴 때부터 그런 걸 되게 좋아했다. 학교 앞에서 팔던 공포 이야기 모음집, 불량식품도 즐겼고. 사실 추리소설도 하위문화에 속했는데 고도화되면서 하나의 장르가 된 것이다. 서브컬쳐만의 키치(Kitsch)한 느낌을 좋아한다. 강시 시리즈 중 영환도사라는 캐릭터가 나오는 게 있다. 쿵푸와 오컬트를 결합한 건데 강시 시리즈를 다시 찾아보면서 그 창의성에 새삼 감탄했다. 

재차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체를 조종하는 이야기가 외국에선 꽤 많은데 우리나라엔 없다는 게 신기했다. 부두교에 좀비가 등장하고 중국에 강시가 있잖나. 혹시 <용재총화> 저자가 외국의 흑마술과 주술사들의 존재를 알고 있던 건 아니었나 상상도 했다. 좀 더 알아보니 인도네시아에 두꾼이라는 주술사들이 있었고, 재차의도 그런 주술사의 영향으로 등장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더라. 그래서 영화에 차용하게 됐다."


<방법> 외에도 연상호 작가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도 연출자 참여하고 있고, 제작자로서 하반기에 촬영에 들어갈 범죄스릴러 드라마 <괴이>도 함께 하고 있다. 극장과 안방, OTT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게 연상호가 추구하는 작업 방식이었다.

"이전까진 드라마만 보거나 영화만 보거나, 웹툰을 주로 보는 분들로 나눌 수 있었다. 각 매체마다 장벽이 견고했는데 이젠 이런 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방법>도 드라마에서 영화로 넘어왔지만 나름 장벽이 크긴 컸다. 어느 정도 연결성과 독자적인 현실감을 적절히 섞어야 했거든. 그 장벽을 넘나드는 재미가 있다. 일본 만화 <드래곤볼>을 봐도 처음엔 그저그런 하위문화였는데 나중엔 히어로물로 세계관을 확장했잖나. <슬램덩크>도 처음엔 학원폭력물이었는데 스포츠물이 됐고. 

이처럼 큰 세계관의 장점은 유연성이다. <방법> 또한 대중과 호흡하면서 꾸준히 세계관을 확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옥> 또한 전 세계 동시 방영이라 미묘한 부분이 있는데 문화적 전조라고 하잖나. 다른 문화를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게 훔친 것처럼 보이지 않게 다방면으로 확인하면서 만들고 있다. 농담 삼아 제가 평소에 뉴욕에서 한국 무당이 굿하는 작품을 해보면 어떨까 그랬는데 그것 또한 실제로 진행 중이다. 정말 글로벌하게 기획할 수 있는 시대가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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