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백종원이 테이블을 내려칠 만큼 화가 났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예고편이 공개된 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장면이었다.

2주 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하남 석바대 골목' 편이 첫 방송되고 난 후, 가게 운영은 뒷전인 춘천식 닭갈비집 아들 사장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인터넷에는 춘천식 닭갈비집 아들을 옹호하는 지인들의 댓글도 많이 올라왔다. 이를 접한 일부 시청자들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악마의 편집을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자칫 3년 반이나 이어왔던 <골목식당>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뿌리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 속에서 제작진은 기존의 편집 방향을 고수했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지난 28일 방송을 통해 드러났다.

닭갈비집 1차 설루션을 마친 후, 청소 상태에 만족한 백종원은 드디어 시식을 시작했다. 말없이 닭갈비를 집어먹는 그의 얼굴은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였다. 

"감흥이 없어요, 감흥이. 맛이 너무 평범해요. 그냥 집에서 한 것 같아요."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맛있다고 할 수 없는 닭갈비였다. 아들 사장은 기대했던 반응과 다르다며 아쉬워했다. 백종원은 양념 맛이 싱거운데, 그에 비해 카레 향은 강하다고 평가하면서 이 가게만의 양념장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주방 점검이 이어졌다. 백종원은 확연히 달라진 주방을 살펴보며 "이렇게 깔끔하게 될 수 있는 걸 (그동안) 왜 못한 거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백종원이 요식업 사장들에게 조언하는 것을 넘어, 인간 개조까지 도맡는다며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청결, 음식, 영업 태도뿐만 아니라 손님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인생에까지 설루션의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간단하다. 음식 맛은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도, 사장의 마음은 따로 레시피가 없어 익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백종원이 훈장 노릇까지 하는 건 음식 레시피만 알려준들 얼마 안 가서 무너져 내린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춘천식 닭갈비집의 가장 큰 문제는 모자의 소통 부재였다. 백종원은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홀과 주방의 소통이라며 '역지사지 설루션'을 제안했다. 평택의 할매 국숫집에서 모녀 사장님을 통해 한차례 선보였던 해법이다. 아들 사장은 "아주 재미있을 거다"라고 자신 있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주방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숙지하지 못한 상태라 어리바리했다. 

제작진을 손님으로 투입해 실전 연습이 시작됐다. 아들 사장은 계량이 아니라 감에 의존했고, 어머니 사장이 할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의 닭갈비를 내보냈다. 양념장의 양 조절에도 실패했고, 떡을 빠뜨리는 실수도 했다. 어머니 사장도 안 하던 서빙과 응대를 하려다 보니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였다. 백종원은 이날의 연습으로 두 사람 모두 현실을 "뼈저리게 알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한번 춘천식 닭갈비집을 찾은 백종원은 아들 사장님의 미숙한 칼질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또 이 가게만의 특징으로 내세울 소스 연구에 대한 과제를 내준 후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촬영일, 제작진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백종원과 마주 앉은 제작진은 편집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영상을 본 백종원의 표정은 급속히 어두워졌다. 

가게 점검이 모두 종료된 밤, 제작진은 청소 과정 기록용 소수 장비만 남기고 철수했다. 청소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 사장의 지인들이 찾아왔다. 잠시 후 아들 사장은 가게 불을 끄고 친구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이후 어머니 사장은 둘째 아들과 함께 가게로 돌아와 오매불망 기다렸지만, 놀러 간 아들 사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의 하소연과 푸념이 이어졌다. 

"지금 카메라 돌아가고 있어서 카메라 앞에 있는 것만 닦고 있어요."

다음 날 아침, 청소를 위해 가족들이 모였다. 지인들도 찾아왔다. 그들은 카메라가 작동하는지 확인하며 오디오가 녹음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속마음'을 꺼내놓았다. 아들은 카메라가 보이는 곳에서만 청소하는 시늉을 했다. 지인이 "어차피 이런 건 안 닦아도 돼"라며 리모델링 하면 또 더러워진다고 하자 아들은 "카메라 앞만 닦는 것"이라고 태연히 대답했다. 일종의 방송을 위한 '쇼'를 한 셈이다. 지난주 방송분에서 어머니와 백종원 앞에서 눈물을 흘린 장면에 대해서도 지인들에게 "방송용으로 슬픈 생각해서 흘린 눈물"이라는 충격적인 고백을 내놓았다.

촬영본을 확인한 제작진은 닭갈비집을 긴급히 방문했다. 그리고 아들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놀릴까 봐 그랬다"면서도 "하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는 "아무것도 없다"며 "그냥 흘러갈 뿐"이라 대답했다. "제가 나쁜 놈인 거죠"라는 자책도 덧붙였다. 

"지금 이 기분 같아서는 프로그램 그만두고 싶을 정도예요. 여기다 써 붙이지나 말든지 연기지 뭐예요, 그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다시 아들 사장을 만난 백종원은 긴 이야기를 꺼냈다. 주위에서 괜한 짓을 한다는 말까지 들어가면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골목식당>을 하는 까닭에 대해 설명했다. 그건 요식업 사장들과의 만남을 통해 외식업 전체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작진한테 얘기를 들어보면 "그동안 어떤 사장님한테는 속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자괴감을 드러냈다. 

백종원은 첫 촬영 직후 "아들 사장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요즘 친구들은 본인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 바로 인정하고 바꾼다'며 큰 소리쳤었는데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황당해 했다. 또 "그동안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사장님들 중 망했거나 문 닫은 사장님들이 역량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우리를 이용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정말 더럽다"고 분개했다. 

"이제라도 알았으니까 된 거지. 몰랐으면 평생 그렇게 살았을 거 아니야. 내 행동 하나가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줄지 몰랐어."

안타까운 일이다. 분명 아들의 잘못이었다. 지인들에게 '센 척'하려던 마음도 있었겠지만, 분명 진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말과 행동이었다. 절실함이 부족했다. 오히려 지인들의 존재가 아들의 눈과 귀를 막아버렸다. 백종원은 결심이 서면 얘기해달라며 가게를 떠났다. 홀로 남겨진 아들은 반성의 눈물을 흘렸다. 아마 이번 일로 제대로 배우지 않았을까. 

28일 방송분에서 드러난 과정은 또 한 번 '인간 개조'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다. 또 "절실함이 부족한 사람들까지 도와야 하냐", "출연자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제작진 책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시청률은 4.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지난주에 비해 0.7%P 상승했다. 빌런(악당)을 통해 화제를 끌려고 하냐는 비난도 제기될 것이다. 물론 <골목식당>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싸잡아 '인간 개조'라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식당이 바뀌려면 레시피를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결국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이 변해야 한다. 백종원의 설루션은 '선을 넘는다'라기보다 요식업 운영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인생 선배가 건네는 '훈수'에 가깝다. <골목식당>이 백종원의 분노를 홍보로 활용하는 건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다. '하하호호' 웃으면서 식당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과연 춘천식 닭갈비집 아들 사장님은 얼마나 깨닫고,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그 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여전히 흥미로운 일이다. 왜냐하면 결국 우리는 부족함에서 출발하고, 실수에서 배우고,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춘천식 닭갈비집 아들 사장님의 모습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가 참회의 용기를 내길 바란다. 거기에서 희망을 찾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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