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백종원의 '화(火)'는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아래 <골목식당>)의 흥행 보증수표였다. 그가 불같이 화를 쏟아내면 시청률이 저절로 상승했고 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잘못된 식당 사장에 대한 백종원의 분노는 골목상권의 숨은 장인들의 감동 스토리와 함께 <골목식당>의 든든한(?) 양날개였다. 오랜만에 백종원이 화를 잔뜩 냈다기에 <골목식당> '하남 석바대골목' 편을 챙겨봤다. 문제의 춘천식 닭갈비집은 방송 끄트머리에 등장했다.

모자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닭갈비집은 아들이 매일같이 친구들을 데려오느라 가게 운영은 뒷전인 상황이었다. 식당 내부의 처참한 위생상태를 확인하고 시식을 포기한 백종원은 상황실에 올라간 아들 사장을 급하게 호출했다. 화들짝 놀라 뛰어온 그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지만 백종원의 표정은 싸늘하기만 했다. 그 표정을 받아내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럽다.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 냉랭하고 불편한 공기가 감돌았다. 잠시 후, 백종원은 작정한 듯 입을 열었다. 

백종원은 아들 사장에게 테이블 뒤에 있는 거미줄과 먼지를 보라고 했다. 또, 다트 위를 닦아내며 얼마나 더러운지 눈으로 확인시켜줬다. 액자 유리의 찌든 때를 확인한 아들 사장은 민망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백종원은 식당 내부에 있는 개집에 대해서도 지적했고, 아이스크림 냉장고의 위생 상태도 꼬집었다. 음식이 맛있고 맛없고를 떠나 기본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비판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엄마 사장은 "친구들이 너무 찾아오니까, (가게를) 청소할 시간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백종원은 지적은 계속 이어졌다. 가게 안에서 다트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호되게 꾸짖었다. 개인 공간과 영업 공간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였다. 손님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나무라기도 했다. 백종원은 "일단 (식당을 운영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독하게 해요"라고 말하며 가게를 나섰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아들이 혼나는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엄마 사장은 눈물을 보였다. 그동안 제대로 쓴 소리도 할 수 없었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아들이 고등학생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졌던 부분, 아들 명의로 대출을 받아야 했던 부분에 대해 미안해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아들이 정신차릴 수 있게 백종원이 제대로 혼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가게로 돌아온 엄마 사장은 "쉽지 않지? 엄마는 홀딱 벗고 서 있는 기분이었다. 다시 시작하자"고 아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들에게 쓴 소리를 하고서 눈물을 왈칵 쏟았다. 아들 사장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도 깨달은 게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서 다시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있을까. 백종원의 1차 분노는 곧바로 효력을 발휘했을까. 

"아이, 그것 참 되게 황당하네. 내가 속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다, 지금. 정말 기분이 정말 더러워요. 여기다 써 붙이지나 말든지. 평생을 이중으로 살아야 돼!"

춘천식닭갈빗집은 내부 환경을 싹 바꾸고 청소까지 말끔히 마쳤다. 점검을 마친 백종원은 드디어 닭갈비를 주문하고 시식에 나섰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어진 다음 주 예고 장면에는 또 다시 백종원의 분노가 담겨 있었다. 손으로 테이블을 내려치는 액션까지 추가됐다. 과연 무엇 때문일까. "속았다", "기분이 더럽다"는 비교적 과격한 표현이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2018년부터 3년째 방송되고 있는 <골목식당>에는 '빌런'(악당) 사장님과 백종원의 갈등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일각에서는 <골목식당>의 연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도움이 절실하고 장사를 제대로 잘하고 싶다는 의지를 갖춘 사장에게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는 사장들에게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게 만드는 방식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 '빌런'의 등장으로 논란이 뜨거워지면 끊임없이 등장했던 비판이다. 

하지만 춘천식 닭갈비집 아들 사장님의 경우 장사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어딘가에 그보다 절실한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매번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는 절박한 출연자를 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엄마 사장은 백종원이 나서서 아들을 호되게 혼내줬으면 좋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들의 변화를 바라는 엄마 사장의 절실함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리라. 

또한 백종원은 만능이 아니다. 아들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시키는 건 그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다. 자영업자에게 좋은 식당 사장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건 단순히 레시피를 가르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일정 부분 '(사장의) 마음'을 건드려야 가능한 일이다. 이건 백종원이 인생 선배로서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고, 누구보다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한편, 정덕현 칼럼니스트는 22일 <엔터미디어> "'골목식당' 제작진, 언제까지 백종원의 분노로 낚시할 건가"라는 기사에서 "과거에는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컸던 이런(빌런의) 상황들이 점점 반복적으로 활용되면서 이젠 식상해지고 불편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솔루션을 하는 과정에서 백종원의 분노를 담고, 이를 자극적으로 연출해서 화제성을 끌어모으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사실 이건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갖는 한계이기도 하다. 비슷한 식당 솔루션이 3년 넘게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달 남짓 진행되는 방송과 솔루션의 영향력으로 그동안 잘못된 운영을 하고 있었던 식당들이 완전히 달라지는 걸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 때문에 이와 같은 상황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백종원은 매번 "<골목식당> 안 봤어요?"라며 질타하고, 또 다시 화를 낼 것이다. 3년 넘게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데도 계속 위생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장들이 있는 게 그의 입장에선 오죽 답답할까.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세상은 넓고 문제 식당은 많다'는 건 방송이 끝없이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니까. 하지만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결국 식상해지는 법이다. 이제 시청자들은 백종원의 분노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21일 방송된 179회는 시청률 4.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주에 비하면 0.4% 상승했지만 최근 <골목식당>의 시청률은 3~4%대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백종원의 분노가 아주 작은 반등을 이끌어냈으니 기뻐해야 할까. 누구나 알고 있는 솔루션을 내릴 차례이다. <골목식당>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한 때다. <골목식당>의 공과 그 가치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제작진이 좀 더 영민한 방안을 모색할 여유가 필요해 보인다. 어쩌면 잠시 쉬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움츠렸다 뛰면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는 법이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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