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 소년단

라켓 소년단 ⓒ sbs

 
<라켓 소년단>은 매회 한 편의 동화같다. 드라마는 경쟁과 성공을 지향하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놓친 이야기들을 해남 서중 배드민턴부 '라켓 소년단'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해남으로 전학 온 윤해강(탕준상 분)은 서울에서 하던 식으로 수업이 시작되자 엎드려 잠을 청한다. 그런데 교사는 그런 그를 깨우고 해강은 늘 통하던 한 마디, '운동부예요'라는 말로 퉁치려 한다. 그런데 웬걸,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라는 반문에 해강은 머쓱해진다. 심지어 다른 배드민턴 동료들은 반 평균이 내려간다며 '열공' 중이다. 한 술 더 떠 반장이자 전교 1등인 정인솔(김민기 분)은 해강에게 눈치를 준다. 

승부 위주의 운동, 성적 지향 중심의 운동을 지양해야 한다지만 여전히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운동을 하면 공부는 포기해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 그런 현실의 이야기를 동화같은 <라켓 소년단>은 비튼다. 결국 해강은 반장을 언급할 때마다 '재수탱이'라고 하지만,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걸 포기하게 되었다. 

드라마는 거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운동부 아이들, 그 중에서도 해강이를 텅텅이라고 부르며 사사건건 그와 대척점에 서던 재수탱이 반장 인솔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알고 봤더니 그가 그렇게 까칠하게 구는 이유가 외려 배드민턴 부가 되고 싶어서 였던 것이다. 아버지의 방해 작전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솔은 배드민턴 부의 신입부원이 된다.  

지옥 훈련 땡땡이 친 아이들 

이제부터 다같이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은 중학생인 아이들의 마음이 다잡아졌을 리 없다. 감독쌤이 안 계신 지옥훈련기간, 성실한 주장 윤담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이 도망을 친다. 떠날 때만 해도 아이들의 포부는 야심찼다. 도시에 가서 놀이기구도 실컷 타고 햄버거 등 먹고 싶은 것도 맘껏 먹겠다고. 

드라마는 지옥 훈련을 땡땡이 친 아이들의 이야기를 두 가지 방향에서 풀어냈다. 하나는 놀기 위해 타지로 떠난 아이들이 겪은 해프닝이다. 원대한 꿈을 품고 떠났지만 회비를 잃어버린 용태(김강훈 분) 덕분에 아이들은 놀이기구는커녕 쫄쫄 굶는 신세가 되었다. 그때 구인 공고가 눈에 띄고, 아이들은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를 보낸다. 운동을 해서 잘 할 자신 있다고 큰소리 쳤지만, 시멘트 포대를 나르는 단순 작업조차 쉽지 않다. 
 
 라켓 소년단

라켓 소년단 ⓒ sbs

 
일보다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건 어른들의 모습이다. 깐깐하고 꼰대같은 작업 반장(이준혁 분)과 작업 반장한테 말끝마다 반발하는 총무(김성철 분)... 아이들은 편하게 하라는 총무의 말을 따른다. 하지만 총무의 말대로 작업모를 쓰지 않던 해강이가 작업을 하던 건물에서 떨어진 정에 다칠 뻔한다. 사고를 겪고 나니, 당연히 작업 반장한테 다시 마음이 끌린다. 심지어 '다 너희를 위해서'라고 훈계를 늘어놓는 작업 반장에게 고마운 마음에 "다음에 다시 오겠다"며 전화번호까지 받아 간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을 끝내고 나니 놀이기구고 뭐고 다 힘들어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털썩 주저앉은 아이들 앞에 총무가 나타나 '너희들이 터트린 시멘트 포대값과 점심 식대를 내놓으라'고 한다. 아이들은 작업 반장에게 전화를 거는 척하며 겨우 '삥'을 뜯으려던 총무를 돌려세웠다. 그들을 구한 건 '작업 반장'이었을까? 아니다. 작업 반장이 준 건 없는 번호였다. 총무는 직접 아이들에게서 돈을 빼앗으려 했지만, 작업 반장은 생각해 주는 척하며 아이들의 임금 일부를 빼돌렸다(인당 11만 원을 받아야 했지만 작업반장은 4명에게 총 11만 원을 줬다). 

결국 하루 종일 일을 했지만 제대로 일한 값조차 받지 못한 아이들. 그보다는 믿을 만한 어른이 없다는 사실이 아이들을 더 지치게 했다. 지옥 훈련을 피해서 하루 실컷 놀아보려다가 현실에서 그보다 더한 육체 노동에 시달린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아직은 보호받아야 할 처지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친구를 통해 답을 구한 코치 

그렇게 아이들이 지옥 훈련보다 더한 지옥 훈련을 통해 한 뼘 성장하는 동안, 해강이의 아버지이자 코치인 현종은 친구 재준(박해수 분)을 찾는다. 감독도 없는데 친구를 찾아간다고 하니, 놀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미 아이들을 데리고 전국 대회에 나갔을 때도 대회 전날 술을 마시고 늦게 일어나 대회 장을 못 찾은 전적이 있는 그였기에 이번에도 아이들이 땡땡이 친 김에 친구를 만나러 간 건가 싶었다. 

물론 친구 재준을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하지만 재준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윤 코치의 고민이 드러났다. 땡땡이 친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가 고민이었던 것. 그간 윤 코치의 캐릭터는 '무사안일'을 지향하는 느낌이었다. 또 코치로서의 사명감보다는 자기 월급에 연연하며 안위만 생각하는 인물로 비쳤다. 

하지만 재준과의 대화에서 윤 코치의 다른 모습이 드러났다. 운동부라면 맞는 게 당연하던 시절, 선배들에게 100대씩 맞고 운동을 하던 재준은 어느덧 선배가 되어 그 역시도 때리게 되었다. 그때 재준을 말리던 사람이 지금의 윤 코치, 현종이었다. 
 
 라켓 소년단

라켓 소년단 ⓒ sbs

 
당시 행사했던 폭력 때문에 늘 부채감을 안고 살아가는 재준은 현종이 항상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런 재준에게 현종은 규칙을 어긴 아이들에 대한 답을 구한다.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웃을 수 없던 시절, 과연 지금 운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코치로서 현종은 무엇을 남겨주어야 할까.

지옥 훈련 대신 뿔뿔이 흩어져 다른 경험을 가졌던 배드민턴부. 돌아온 윤코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야구 배트를 앞에 두고 엎드려 뻗쳐를 한 채 기다리던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윤코치는 자신이 '요즘' 말투를 남발하며 아이들에게 바짝 다가서려 한다. 사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윤코치가 자신들을 때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어설퍼도 자신들을 믿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매회 동화같은 이야기를 보여주지만, 작품이 발을 디디고 있는 건 동화같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라켓소년단>은 우리 사회 엘리트주의 운동사 속 얼룩진 이야기들을 약간의 빈틈을 갖은 인물들을 앞세워 넉넉한 이야기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5252-jh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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