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11일까지 열린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지난 4월 2일~11일까지 열린 울주세계산악영화제 ⓒ 울주산악영화제

 
더 이상의 온라인영화제는 없다. 봄과 함께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국내 영화제들이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온라인보다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오프라인 행사에 방점을 찍으면서, 예전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물론 온라인 상영을 병행하는 곳도 있으나 대부분 영화제가 어떻게든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초기 방역 당국의 우려에 극장 상영을 취소하고 부득이하게 온라인 중심 상영을 택했던 영화제들로서는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화다.
 
지금까지 영화관 내에서의 감염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지난해 극장 상영을 강행했던 영화제들 역시 문제 될 만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극장 상영 중심의 정상적인 개최를 밀어붙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 고육지책으로 등장한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영화제가 올해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헤드셋 극장 등장
 
지난 2일 개막해 11일 폐막한 6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올해는 극장 상영을 중심으로 개최해 지난해 온라인으로만 진행했던 아쉬움을 달랬다. 매해 10월에 개최되었던 울주영화제는 지난해부터 4월로 옮기려 했으나 2020년엔 코로나19로 인해 예전처럼 10월에 개최했다. 올해부터는 예정했던 대로 4월 영화제를 개최했는데, 덕분에 2021년 첫 영화제가 됐다.
 
3월이 아닌 4월에 개최되는 울주영화제가 올해 첫 영화제가 된 것은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영화제들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당초 매해 3월 말엔 인디다큐페스티벌이 열렸었다. '봄을 여는 영화제'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이 행사는 영화제 시즌의 시작을 알린다는 상징성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인디다큐페스티벌은 지난해 연말 행사 중단을 공지하며 사무국 운영도 중단됨을 알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영화제를 지속할 수 있는 물적 기반과 새로운 동력을 갖추기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울주산악영화제 개막을 앞두고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중단 소식까지 전해지기도 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헤드셋 극장. 야외에서 헤드셋을 끼고 영화를 보는 방식이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헤드셋 극장. 야외에서 헤드셋을 끼고 영화를 보는 방식이다. ⓒ 울주산악영화제

 
울주영화제는 정상적으로 개최되기는 했으나, 예전처럼 북적거리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개막식도 별도의 행사 없이 개막작 상영만으로 진행했고, 초청 인원도 최소화했다. 주요 인사들의 축하인사는 영상으로 전해졌다.
 
또 첫 주말 내린 비는 관객들의 발걸음을 줄어들게 했다. 그나마 극장 안에는 30~50명 정도의 관객이 들어찼고 관객과의 대화는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그러나 궂은 날씨로 상영취소와 상영시간 변경이 잇따르며 영화제 관계자들을 애태우게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준비한 '헤드셋 극장'은 대안과도 같은 상영방식으로 주목됐다. 야외에서 헤드셋을 착용하고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보는 방식은 신선하면서도 코로나 감염 가능성을 낮췄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였다. 지난해 생겨난 자동차극장 역시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좋은 호응을 얻었다.
 
울주영화제 측은 "열흘 동안 오프라인 관람객 수 약 3600명에 온라인 관람 횟수 약 1만 8000회를 합해 관람횟수는 2만1600회 정도를 기록했다"며 "지난해 10월 개최됐던 5회 영화제보다 약 20%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극장으로 돌아오는 영화제
 
4월에 개최되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지난해 8월로 연기했다가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극장 상영을 포기하고 온라인으로만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극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온라인영화제가 형식적인 개최에 불과하다 보니 예전처럼 극장 상영을 재개하는 것이다. 지난해와 같은 온라인 상영은 하지 않는다.
 
다만 개막식 행사 후 개막작 상영을 하려던 계획을 개막식 행사를 영상으로 보여주고 개막작을 상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폐막식 역시 폐막작 상영 계획을 취소하고 관객 없는 시상식으로만 진행하기로 했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측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올해 가장 큰 목표인 영화와 관객의 만남이라는 일상의 복원을 실천하고자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완전하게 예전 모습을 갖추기에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이다.
 
 지난 2020년 무관객으로 진행된 전주국제영화제. 한산한 영화의 거리 모습

지난 2020년 무관객으로 진행된 전주국제영화제. 한산한 영화의 거리 모습 ⓒ 성하훈

 
오는 29일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도 지난해 무관객 영화제로 치러진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극장 상영을 정상화시킨다. 지난해처럼 온라인 상영도 병행하지만, 국내외 영화관계자들의 초청도 재개하는 등 정상적인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 관객과의 대화나 대담 행사는 녹화영상 상영이나 실시간 온라인 중계로 볼 수 있게 했고, 다양한 주제의 포럼과 학술 행사도 현장 참여와 함께 실시간 중계로 진행한다.
 
한편 영화제를 정상적으로 개최하는 만큼 방역은 철저하게 이뤄진다. 출입구를 최소화해 상영관이나 행사장을 드나들 때 수시로 체온을 측정하고, 상영관 내에서도 마스크를 내리지 못하게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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