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의 포워드 송교창이 올시즌 정규리그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고졸 출신 최우수선수(MVP)가 탄생한 것은 송교창이 최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20∼2021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이 열렸다. 송교창은 기자단 투표 107표 중 무려 99표를 획득하는 압도적인 지지로 경쟁자인 허훈(KT)과 이대성(오리온)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MVP를 수상했다. 정규리그 우승팀 KCC는 송교창의 MVP와 베스트5 수상에 이어 전창진 감독이 감독상을, 정창영이 기량발전상을 수상하는 등 성적에 걸맞은 보상을 받았다. 

송교창은 함께한 코치진과 팬들, 함께 경쟁을 펼쳤던 상대 9개 구단 동료들에까지 모두 감사를 표했다. 송교창은 "영광스러운 큰 상을 받아 최고의 하루가 됐다. 이렇게 많은 표를 받게 될지는 몰랐다"며 "큰 상을 받게 된 만큼 겸손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기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주 KCC의 송교창이 7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국내 최우수선수(MVP)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송교창은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고졸 출신 MVP'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전주 KCC의 송교창이 7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국내 최우수선수(MVP)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송교창은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고졸 출신 MVP'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 연합뉴스

 
송교창은 2020-21시즌 53경기에서 평균 31분 26초를 뛰며 평균 15.1득점, 6.2리바운드로 국내 선수 득점과 리바운드 부문에서 모두 2위에 올랐다. 개인기록 면에서는 허훈이 15.6점(국내 선수 1위), 7.5어시스트(전체 1위)을 기록하며 좀 더 앞섰지만, 송교창은 소속팀 KCC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정규리그 깜짝 우승으로 이끈 공로를 더 높게 평가받았다. 송교창은 3번과 4번을 오가는 스트레치 포워드로 활약하며 국내 선수들의 평균신장이 낮은 편이던 KCC에서 수비와 리바운드, 속공 등 궂은 일에 헌신했다.

KCC 출신으로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선수는 이상민(현 삼성 감독, 1998-99 2연패), 이정현(2019)에 이어 역대 4번째다. 이상민은 프로 출범전 실업 시절에 자유계약으로 영입된 선수고, 이정현은 FA로 이적해온 사례다. 양동근(현대모비스)이나 김주성(원주 DB)의 사례처럼 순수하게 신인드래프트로 선발되어 육성을 거쳐 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까지 올라선 MVP는 송교창이 KCC 역사상 최초인 셈이다. 6년전 당장의 전력보다 먼 미래를 내다본 KCC의 투자가 아름다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송교창의 MVP가 더 특별한 이유는 '프로농구 조기진출의 성공사례'를 증명했다는데 있다. 송교창은 삼일상고 졸업 후 2015년 1라운드 3순위로 KCC에 입단한 이래 6번째 시즌만에 MVP에 오르며 프로경력의 정점에 올랐다. 한국 농구는 그동안 유망주 선수들이 고교 졸업 후 대학을 거쳐서 프로에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루트로 여겨져 왔다. 야구나 축구가 프로구단 유스팀이나 고교 졸업 이후 빨리 프로에 직행하여 일찍 성인무대에 적응하는 것에 비하여,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오히려 비슷한 선수들끼리 경쟁하는 대학무대에서 한창 성장해야 할 나이의 유망주들이 잠재력만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송교창이 프로에 등장할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성공 여부에 반신반의했다. 이전에도 이향범(2004년 전체 14순위, 전주 KCC) 한상웅(2005년 4순위, 서울 SK) 등 프로에 조기진출한 사례는 간혹 있었지만 크게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송교창이 프로무대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면서 농구계는 유망주의 프로 조기 진출이 주는 장점을 깨닫게 됐다.

송교창은 이미 2번째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매 시즌 큰 슬럼프나 부상없이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9-20시즌에는 개인 통산 첫 리그 베스트5에 든데 이어 올해 MVP까지 수상하며 어느덧 리그 정상급 선수로 기량이 만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시즌 송교창과 함께 나란히 리그 베스트5에 이름을 올린 양홍석(부산 KT)도 조기진출의 또 다른 성공사례로 꼽힌다. 고졸은 아니지만 불과 중앙대 1학년을 마치고 양홍석은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순위라는 높은 순번으로 지명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올 시즌에는 허훈과 토종 원투펀치를 구축하며 KT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며 프로농구 '20대 세대교체' 열풍을 이끌었다.

송교창과 양홍석의 눈부신 성장세는 이후 농구계에 '얼리엔트리(프로 조기진출)'라는 표현이 본격적으로 유행하는 계기가 됐다. 프로 구단들도 가능성있는 선수들을 일찍 영입하며 키우는 게 낫다는 방향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2019년에는 대학 3학년생인 김진영(서울 삼성)과 고졸 선수인 김형빈(SK)이 각각 3순위와 5순위라는 높은 순번으로 프로구단들의 지명을 받는가 하면, 지난 2020년에는 서울 삼성의 제물포고 출신의 차민석을 지명하여 신인 드래프트에서 사상 최초 고졸출신 1순위가 탄생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물론 몇몇 선수들의 성공사례만으로 프로 조기진출만이 무조건 모범답안이라고 성급히 일반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 4년제를 모두 정상적으로 마쳤다고해서 프로에서 더 잘 통한다는 보장도 없다. 송교창-양홍석의 성공과 대조적으로 최근 상위 순번으로 지명된 대졸 선수들이 최근 프로무대에서 잇달아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 현상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올해 신인상에는 이름을 올린 오재현(서울 SK)은 드래프트 2라운드에 지명되었던 선수다. 지난해 김훈(원주 DB)에 이어 2년 연속 2라운더 출신 신인왕이 등장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오재현은 37경기에서 5.9득점 2.3리바운드 1.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신인으로서는 물론 준수한 기록이지만, 10년 전만해도 대졸 신인들이 입단과 동시에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차며 두각을 나타내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그나마 오재현 역시 한양대 3학년이던 지난해 말 프로로 1년 일찍 진출한 얼리엔트리 출신이다.

최근 몇 년간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는 대졸 신인들이 등장하지 못하면서 신인왕의 무게가 떨어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얼리엔트리가 아닌 대학 4년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프로에 진출하는 선수들의 경우 대부분 한국 나이로 23-24세 정도가 되는데 이 정도면 다른 종목에서는 어엿한 성인선수로 자리를 잡아야 할 시점이지만, 상당수가 즉시전력감으로도 활용되지 못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일찍 프로 무대를 밟은 송교창은 이번 시즌을 마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MVP와 팀의 우승에 이어 FA대박까지, 20대 중반의 나이에 또래들보다 훨씬 일찍 더 많은 영광을 누릴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앞으로 수많은 후배 농구선수들에게 송교창의 행보는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