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온라인으로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

6일 온라인으로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 ⓒ 전주영화제

 
<노회찬, 6411>은 3시간 분량 다큐멘터리로 진보 정치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일생을 바친 고(故) 노회찬 의원이 일관되게 추구한 신념과 철학을 주제로 삼고 있다. 통일운동가 고 문익환 목사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늦봄2020>은 친구 윤동주, 송몽규를 잃은 아픈 기억부터 1989년 방북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파>는 반민특위를 소재로 한 다큐를 만들다 2013년 회사로부터 제작 중단 명령을 받고 퇴사한 김진혁 감독은 그로부터 5년이 흐른 뒤 과거 취재했던 반민특위 관련자들을 만나 다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들 영화는 하나같이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홍콩 민주화운동과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영화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도드라지는 특색이기도 하다.
 
시대정신 구현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로 무관객으로 개최됐던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는 정상개최를 선언하며 6일 상영작들을 공개했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가 만만치 않고 불안이 지속되고 있으나 지난해의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전주영화제의 각오는 온라인으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도 엿보였다.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승수 전주시장은 "관객들의 안전과 전주 시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전주에서 영화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확진자가 극장을 다녀간 사례는 있으나 극장 안에서 확진된 사례는 아직 없다"며 정상개최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관객들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해소하려는 듯 전주영화제는 올해 독립적이면서 실험적인 영화들을 많이 준비했다. 시대를 돌아보고 여성을 조명하는 영화들은 특별하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여성영화 심오함을 느낌을 받으실 수 있는 작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모두 48개국 186편이다. 해외가 109편, 국내 77편으로 장편 116편, 단편 70편이다. 코로나19 이전 250편 안팎이 상영되던 규모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할 땐 적지 않다.
 
 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아버지의 길>

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아버지의 길> ⓒ 전주영화제

 
개막작은 세르비아 영화 <아버지의 길>의 선정됐다.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임금 체불로 힘들어하는 두 아이의 아버지와 어정쩡한 사회보장제도가 가정에 주는 상처를 그리고 있다. 빈부격차와 어설픈 행정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가장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폐막작은 오렐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조셉>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조셉 바르톨리의 삶을 그린 영화로 프랑스 <르몽드>지 만평 작가로 활동한 감독 오렐은 어느 날 조셉 바르톨리의 작품을 접하고 받은 감동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코로나19, 홍콩민주화운동 등을 주제로
 
주요 상영작으로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임흥순 감독의 <포옹>, 테드 펜트 감독의 <아웃사이드 노이즈>이 <노회찬, 6411>과 함께 공개된다.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임흥순 감독은 <위로공단>,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을 통해 주목을 받았는데, 신작 <포옹>은 팬데믹 상황에 영화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영화계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영화인의 일상을 모자이크처럼 모아 보여준다.
 
코로나19는 올해 전주영화제가 특별전을 준비했을만큼 관심을 둔 주제다. 시대의 흐름을 담는 영화제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셈인데,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의 고통과 헌신적인 의료진의 노력 같은 심각한 풍경뿐 아니라 이 시대를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견디려는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 작가이자 인권 운동가이며 다큐멘터리 작가인 아이웨이웨이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코로네이션>은 지난해 초 전격 봉쇄 당시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우한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유럽에 체류 중인 아이웨이웨이는 우한에서 활동 중인 여러 다큐멘터리 작가 또는 일반인들의 영상을 받아 꼼꼼하게 편집해 이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던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토탈리 언더 컨트롤>은 트럼프 시대의 미국의 재난대응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었는지를 폭로한다. 핀란드 미카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자비로운 밤>과 <코로나의 밀라노>는 봉쇄 조치를 주제와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다룬 2편의 다큐멘터리도 관심을 받는 영화인데, <입법회 점령사건>과 <붉은 벽돌벽 안에서>는 무수한 홍콩의 저널리스트들과 다큐멘터리 작가들이 협업을 통해 만들어 낸 영화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홍콩 민주화투쟁을 담은 <입법회 점령사건>

홍콩 민주화투쟁을 담은 <입법회 점령사건> ⓒ 전주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에는 우광훈 감독의 <직지루트; 테라 인코그니타>가 주목된다. 2017년 공개된 <직지코드>의 속편으로, 전작에 이어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가 고려의 직지를 모방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는 제작진의 모습을 담았다.
 
전주의 꾸준한 선택을 받는 감독들도 눈에 띈다. <델타 보이즈>(2016)로 한국경쟁 대상을 받은 이후 꾸준히 전주를 찾고 있는 고봉수 감독은 <습도다소높음>으로 전주에 오고, <내가 사는 세상>(2018)과 <파도를 걷는 소년>(2019)을 연이어 한국경쟁 부문에 진출시켰던 최창환 감독은 <식물카페, 온정>을 들고 전주를 찾는다.
 
개폐막식 장소 변경
 
올해 전주영화제는 온라인 상영도 병행하는데, 186편 상영작 중 141편(해외 79편, 국내 62편)은 온라인 웨이브를 통해서도 관람할 수 있다.
 
수년 동안 개폐막식을 치러왔던 전주돔이 세워지지 않으면서 개막식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리고 폐막식은 고사동 영화의 거리 내 CGV에서 열린다. 골목상영이란 이름으로 소규모 야외상영도 진행된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장기상영은 따로 하지 않는다.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작년에는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없어 그런 기획을 했던 것인데 이 역시도 코로나로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다"며 "올해는 극장에서 충분히 영화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예매는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며 별도 현장 매표소는 운영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티켓 발권 시스템이 사라지는 것이다. 좌석은 거리두기로 인해 절반에서 33%만 채울 예정이라 관객들의 매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4월 29일 개막해 5월 8일까지 10일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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