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바디> 포스터

영화 <노바디>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사는 평범한 아버지이자 남편인 허치(밥 오덴커크 분). 그러나 그에겐 가족들에게 밝힐 수 없는 과거가 있다. 비밀을 숨기고자 일과 가정에 최선을 다하지만, 아내 베카(코니 닐슨 분)와 관계는 소원하고 아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다.

어느 날 집안에 강도들이 들이닥치는 사건이 발생한다. 허치는 강도들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음에도 어떤 이유에선지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는다. 이후 주위 사람들로부터 무능력하다고 비난을 받던 허치는 강도들이 가져간 고양이 팔찌로 인해 그동안 억눌렀던 분노를 폭발시킨다.
 
 영화 <노바디>의 한 장면

영화 <노바디>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리암 니슨의 <테이큰>(2008)의 성공 이후 '인간병기'인 중년 남성을 건드린 조직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는 복수 서사는 덴젤 워싱턴의 <더 이퀄라이저>(2014), 케빈 코스트너의 <쓰리 데이즈 투 킬>(2014),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2014), 숀 펜의 <더 건맨>(2015), 벤 에플렉의 <어카운턴트>(2016), 브루스 윌리스의 <데스 위시>(2018) 등 유사한 작품을 쏟아내며 하나의 장르로 굳어졌다. 과거 정부 조직의 요원으로 일했던 과거를 숨기고 살던 허치가 러시아 마피아와 맞서는 과정을 그린 <노바디>도 중년 남성의 복수 영화 계보에 속한다.

고양이 팔찌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란 설정에서 많은 사람이 <존 윅> 시리즈를 떠올릴 것이다. <존 윅>의 발단이 개의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의도된 유사함이다. <노바디>의 각본은 <존 윅> 시리즈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각본가 데릭 콜스타드가 썼다. 그는 <존 윅>과 비슷한 영화 세계를 하나 더 창조한 것이다.

<존 윅> 시리즈의 제작자이자 <아토믹 블론드>(2017), <데드풀 2>(2018), <분노의 질주: 홉스&쇼>(2019)의 감독인 데이빗 레이치는 "데릭 콜스타드는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능숙하며, 그 세계 안에서 공감 가는 인물을 창조해내는 것도 잘한다"고 설명한다. 메가폰은 세계 최초 풀타임 일인칭 액션 <하드코어 헨리>(2016)로 주목을 받았던 러시아의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이 잡았다. 그는 오랫동안 <노바디> 같은 작품을 만나기를 고대했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내가 미국 장편 영화의 연출을 맡게 된다면 매력적인 배우가 나오고, 87노스(<존 윅> 시리즈, <데드풀2>, <분노의 질주: 홉스&쇼>의 제작사)가 제작한 액션 스릴러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던 중 2018년 4월, 데릭 콜스타드가 각본을 맡고, 87노스가 제작하고, 밥 오덴커크가 주연한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그리고 바로 '허치' 캐릭터와 사랑에 빠졌다."
 
 영화 <노바디>의 한 장면

영화 <노바디>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존 윅> 시리즈는 전설이라 불리던 전직 킬러의 복수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노바디>는 무기력하던 남편이자 아버지가 내면의 분노를 폭발시키며 러시아 마피아 자금을 책임지는 율리안(알렉세이 세레브리아코프 분)과 화끈한 대결을 벌이는 변화가 관전 포인트다. 

허치는 조용한 성격의 수학자가 아내의 복수에 나서는 <어둠의 표적>(1971)과 평범한 소시민이 세상을 향해 분노하는 <폴링 다운>(1993)의 영향 아래 있는 캐릭터로 무수한 남성들이 꿈꿔왔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영웅 판타지를 대리만족시켜 준다. 영화의 색감은 차가운 톤으로 시작했다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따뜻한 파스텔톤으로 변화하는 묘사로 허치의 심리를 표현한다.

<노바디>는 액션 영화답게 맨손 싸움, 총격전, 카체이싱 등 다양한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버스에서 허치가 5명을 상대로 싸우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 장면은 폭력 수위도 높거니와 허치가 어떤 과거를 살아왔는지, 내면의 분노가 얼마나 가득한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익숙한 코미디 연기를 벗어나 강렬한 액션 연기를 보여준 밥 오덴커크는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다.

<노바디>는 <존 윅>의 설정과 무척 닮았다. 전개 역시 예측한 대로 흘러간다. 하지만, 고유한 액션, 캐릭터, 액션, 유머의 재미를 갖추었다. 적재적소에 사용된 다양한 장르의 OST도 귀를 즐겁게 한다. 장르의 재미만을 놓고 본다면 과소평가되어선 안 될 작품이다.
 
 영화 <노바디>의 한 장면

영화 <노바디>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노바디>는 <존 윅>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존 윅>의 폭력은 만화적, 게임적 세계에 기반하는 반면 <노바디>의 폭력은 현실 세계의 남성 중심적 이데올로기와 총기 소유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측면이 강하다.

강도들에게 비폭력으로 대응했던 허치에게 가족과 주위 사람들은 실망의 눈길을 보낸다. 무기력하고 무능했던 그가 강한 힘으로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성을 회복하자 아내와 아들은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거꾸로 가는 <폭력의 역사>(2007)가 아닐 수 없다.

여성과 아이,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선 총으로 무장한 카우보이가 필요하다는 <노바디>의 논리는 총기 사고로 인해 총기를 소지할 권리를 제한하려는 미국 사회 일각의 움직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자경 수단으로서의 총기를 강력하게 옹호하고 있다. 즐겁게 보았지만, 곱씹을수록 뒷맛이 텁텁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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