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낙원의 밤> 공식 포스터.

영화 <낙원의 밤> 공식 포스터. ⓒ 넷플릭스

 
박훈정 감독의 누아르물은 언제부턴가 '조용한 변주'를 보이고 있다. 전작들에서 비롯된 여성 캐릭터의 소모적 활용에 대한 비판 때문일까. 강하고 잔인한 액션물에 남성 캐릭터 중심이던 그의 이야기는 <마녀>로 여성 캐릭터 비중이 훨씬 높아졌고, 서정성이 더해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5일 언론에 선 공개된 <낙원의 밤>으로 그 심증이 확증이 됐다. 

극장 개봉이 아닌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와 손잡은 이 영화는 지난 77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이후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궁금증이 커져 왔다. 배우 엄태구와 전여빈이라는 조합 자체가 신선하고,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누아르는 설정만으로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조직에서 버림받은 남자와 삶의 끝자락에 선 여성이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을까.

<낙원의 밤>에선 <마녀> 보다 역할과 능력 면에서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졌다. 자신의 유일한 피붙이를 죽인 조직에게 복수를 감행한 태구(엄태구)는 쫓기는 신세가 되어 제주도에 사는 과거 조직원의 집으로 숨어들고, 불치병을 앓고 있는 재연(전여빈)은 그런 태구와 함께 조직원에 맞선다. 복수에 복수를 거듭하는 간단한 구조 안에서 재연은 일종의 슬픈 영웅이 되어 가는데 제주도의 풍광에 핏빛 액션이 펼쳐진다는 점은 시각적으로 꽤 강렬함부터 남긴다.

태구와 재연이 행동하는 동력은 가족애다. 이들이 처절한 복수극에 가담하게 되는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영화는 제법 각 인물의 과거 사연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삼촌의 과거 행동으로 부모와 동생을 모두 잃은 재연은 삼촌의 보호를 받으면서도 가슴 한켠엔 허무함을 품고 사는 인물인데 태구가 등장하면서 그 허무함은 복수 내지는 분노의 감정으로 옮겨진다. 그 과정이 처절하게 다가온다. 
 
 영화 <낙원의 밤>의 한 장면.

영화 <낙원의 밤>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의 한 장면.

영화 <낙원의 밤>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신체적 능력과 경험만 놓고 보면 태구가 재연을 보호해야 함이 마땅하지만 과거 조직원이었던 삼촌에게 총기술을 배운 재연은 오히려 총기를 손에 쥐었을 때 태구보다 월등한 능력을 발휘한다. 이 지점에서 남녀 캐릭터의 역할 역전이 일어나는 셈이다. 깊은 대화를 나누진 않지만 두 캐릭터는 서로가 인생의 끝에 몰려있음을 알아보았고, 어느 순간부터 동질감을 느끼며 보호자가 되길 자처한다.

물론 이런 캐릭터 및 이야기 설정의 역설적인 면을 제외하면 <낙원의 밤>의 주요 사건 동기는 단순하고, 어찌 보면 1차원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삶을 포기하려 했던 여성의 각성 동기가 일종의 또 다른 복수심인 격인데 관객 입장에서 이 지점에서 설득되는지 여부가 영화 감상의 주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종일관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재연 캐릭터는 배우 전여빈과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다소의 우울감과 초연함이 언뜻 보이는 재연의 표정은 배우가 오롯이 잘 살려낸 결과물이다. 이야기 설정이 단순하고 힘이 떨어질지언정 엄태구와 전여빈, 그리고 조직 중간 보스로 등장하는 차승원 등 배우의 합이 좋다. 

한줄평: 각자도생에서 피어난 우정, 그래서 더욱 처절하다 
평점: ★★★☆(3.5/5)

 
영화 <낙원의 밤> 관련 정보

감독: 박훈정
출연: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등
제작: 영화사 금월
공동제작: 페퍼민트컴퍼니
제공: 넷플릭스
러닝타임: 131분
공개: 2021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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