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정규리그 종료를 한 경기 남겨두고 봄 배구 막차티켓을 따냈다.

김우재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7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6-24, 25-27, 21-25, 25-23, 15-8)로 승리했다. 시즌 14승과 함께 승점 42점을 확보한 기업은행은 오는 14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승점 3점을 따내더라도 다승에서 앞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최종 확정했다.

기업은행은 허리 통증을 안고 있는 외국인 선수 안나 라자레바가 서브득점 1개와 블로킹 3개를 기록하며 32득점을 올리는 투혼을 발휘했다. 이제는 '토종거포'가 된 김주향 역시 30%가 넘는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며 25득점으로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를 만들었다. 이로써 기업은행은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7-2018 시즌 이후 세 시즌 만에 봄 배구에 초대 받으며 챔프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창단 후 7시즌 동안 챔프전 6회 진출한 신흥명문
 
 김희진은 기업은행의 창단 멤버로 입단해 팀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김희진은 기업은행의 창단 멤버로 입단해 팀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 한국배구연맹

 
종목을 막론하고 신생 구단을 창단할 때는 그 해에 어떤 유망주가 나오는지 잘 살필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중·후반 프로농구에서 대우증권 제우스(현 전자랜드 엘리펀츠)가 연세대 우지원과 김훈, 동양제과 농구단(현 고양 오리온스)이 고려대 전희철과 김병철의 졸업시기에 맞춰 팀을 창단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팀의 미래를 이끌 젊은 스타 선수와 함께 성장해야 팀이 리그에 빨리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역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배유나(도로공사) 이후 최고 유망주로 불리던 중앙여고의 김희진과 남성여고의 박정아(도로공사)가 졸업하는 시기에 맞춰 2010년 팀을 창단했다. 같은 해 흥국생명에서 나와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이효희 세터를 영입한 기업은행은 두 젊은 유망주와 경험 많은 세터, 그리고 알레시아 리귤릭이라는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리그 참가 두 시즌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첫 우승 이후 기업은행은 V리그의 신흥명문으로 자리 잡았다. 김희진과 박정아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성장했고 알레시아에서, 데스티니 후커, 리즈 맥마혼, 메디슨 킹던으로 이어진 이정철 감독(SBS 스포츠 해설위원)의 외국인 선수 선구안도 대단히 정확했다. 이효희가 2014년 FA자격을 얻어 도로공사로 이적했을 때는 또 한 명의 베테랑 세터 김사니를 영입하며 기업은행은 창단 후 6시즌 동안 세 번이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기업은행은 2016-2017 시즌 후 김사니 세터가 은퇴를 선택했고 토종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던 박정아마저 FA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하지만 김수지, 염혜선(인삼공사) 등을 영입해 팀을 재정비한 기업은행은 2017-2018 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후 챔프전에 올라 도로공사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V리그 여자부 최초의 6연속 챔프전 진출이라는 대기록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2017-2018 시즌이 끝난 후 외국인 선수 메디가 V리그를 떠나자 기업은행은 갓 대학교를 졸업한 하와이 출신의 윙스파이커 어도라 어나이를 새 외국인 선수로 지명했다. 어나이는 낮은 지명순위에도 2018-2019 시즌 득점 1위를 차지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지만 기업은행은 GS칼텍스 KIXX에게 승점 2점 차이로 뒤지며 7시즌 연속으로 봄 배구 진출 앞에서 멈춰서야 했다. 그리고 이정철 감독은 2018-2019 시즌이 끝난 후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러시아 특급' 라자레바 앞세워 봄 배구 복귀
 
 라자레바는 허리 부상에도 7일 인삼공사전에서 32득점을 기록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라자레바는 허리 부상에도 7일 인삼공사전에서 32득점을 기록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 한국배구연맹

 
기업은행은 이정철 감독의 후임으로 프로 출신이 아닌 중앙여고와 강릉여고를 지도했던 김우재 감독을 선임했다. 김우재 감독은 비록 성인 무대 감독 경력은 없지만 중앙여고 재임기간 김희진을 비롯해 이나연, 고예림(이상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을 키워냈고 강릉여고 시절에는 안혜진과 김해빈(이상 GS칼텍스) 등을 지도하며 유망주 육성에 남다른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지도자였다.

하지만 우승 3회, 준우승 3회라는 짧지만 화려한 역사를 가진 기업은행은 육성이 아닌 당장의 '성적 반등'이 필요한 팀이었다. 기업은행은 새로 영입한 표승주와 재계약한 외국인 선수 어나이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될 때까지 8승19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승률로 따지면 고작 .296로 구단 창단 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었다.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로 조송화 세터, 트레이드로 신연경 리베로를 영입하며 전력을 재정비했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따내며 러시아 출신의 젊은 공격수 라자레바를 지명한 것은 기업은행에게 큰 축복이었다. 실제로 라자레바는 이번 시즌 허리 부상 속에서도 42.80%의 공격 점유율(2위)과 43.41%의 공격 성공률(3위)을 기록하며 기업은행의 공격을 이끌었다.

베테랑 김수지와 신연경 리베로의 꾸준한 활약 속에서 4년 차 공격수 김주향도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며 이제 기업은행의 핵심선수로 자리 잡았다. 현대건설 시절 두 시즌 동안 98득점을 기록했던 김주향은 기업은행 이적 후 출전기회가 부쩍 늘어나며 지난 시즌 222득점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정규리그 1경기를 남겨두고 217득점을 기록했다. 김주향의 활약은 봄 배구에서도 기업은행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오는 12일 GS칼텍스를 상대로 정규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GS칼텍스에게 2승3패로 뒤져 있어 6라운드에서 승리하면 GS칼텍스와의 상대전적을 동률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총력전을 펼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이미 정규리그 3위 자리를 확정 지은 기업은행은 정규리그 일정을 모두 소화해도 2020-2021 시즌 일정이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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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IBK기업은행 알토스 안나 라자레바 김주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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