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시즌 K리그 개막이 임박했다.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대결로 막을 올리는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크게 주목 받는 부분은 역시 각 팀들의 지휘봉을 잡은 사령탑들의 지략대결이다. 올 시즌에는 유난히 인지도와 화제성을 갖춘 스타급 감독들의 연쇄 대이동까지 이루어지며 더욱 흥미진진한 판도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시즌 리그와 FA컵 더블(2관왕)을 석권한 전북 현대, 준우승팀이자 아시아 챔피언(ACL) 울산 현대는 모두 계약기간이 만료된 감독들과 '이름다운 이별'을 선택하고 새로운 감독체제에서 새 출발을 선언했다. 전북은 조세 모라이스 감독의 후임으로 김상식 수석코치를, 울산은 김도훈 감독의 후임으로 홍명보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를 선임했다. 두 신임감독 모두 K리그와 국가대표를 풍미한 스타 출신 감독이지만 K리그 사령탑으로서는 시험무대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상식 감독은 2009년 전북에 입단해 2013년까지 선수로 뛰었고, 2014년 코치로 변신해 최강희 감독과 모라이스 감독을 연이어 보좌해왔다. 지난 12년간 전북의 모든 우승을 함께하며 명문구단으로 도약하는 과정을 지켜봐 온 명실상부한 전북맨이다. 구단 역사상 소속 출신 선수가 지휘봉을 잡은 것은 김상식 감독이 처음이다.

전북은 지난 시즌 최초의 리그 4연패, FA컵까지 포함한 구단 역사상 첫 더블 달성까지 이뤄내며 정점을 찍었다. 2021시즌에도 전년도 MVP 손준호의 이적과 이동국의 은퇴공백 등에도 불구하고 일류첸코-구스타보-김승대 등 화려한 공격진을 앞세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힌다. 올해의 전북이 더 올라갈 수 있는 목표는 이제 ACL 우승과 트레블(3관왕) 정도밖에 없다.

초보사령탑인 김상식 감독으로서는 감독 경력의 시작부터 K리그 최강의 팀을 물려받았다는 행운을 누렸지만, 그만큼 잘해야 본전이라는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김상식 감독은 부임 기자회견서 전북의 공격 트렌드인 '닥공(닥치고 공격)'을 계승하는 '화공(화끈한 공격)'을 선언하며 자신의 축구철학을 드러냈다.

행정가에서 3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홍명보 감독에게는 2005년 이후 리그 우승에 굶주린 울산의 2인자 꼬리표를 떼어내야 한다는 사명이 주어졌다. 울산은 지난 시즌 ACL 제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라이벌 전북에 밀려 K리그1과 FA컵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치며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홍 감독 개인에게도 지도자로서의 명예회복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홍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히딩크호의 주장으로 맹활약했고, 지도자로서도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축구 사상 첫 메달(동메달)을 획득하며 명예를 누렸다. 하지만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과 함께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불명예 낙마한 데 이어 중국 프로축구 무대에 진출했으나 역시 실패만을 맛봤다. 울산 감독직은 홍명보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지도자 경력도 주로 대표팀 위주였던 홍 감독이 K리그 사령탑에 오른 것은 울산이 처음이다. 1969년 2월생으로 52세인 홍 감독은 나이로만 따지면 데뷔와 동시에 1부리그 '최고령 사령탑에 오르는 진기록을 남겼다. 이달 초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카타르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참가한 울산 홍명보호는 2패로 최하위인 6위에 그치며 첫 출항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진짜 승부처는 어차피 K리그다. 홍명보 감독이 선호하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컬러가 바뀐 울산이 라이벌 전북의 5연패를 저지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한때 K리그 전통의 명가였으나 지난해 나란히 하위스플릿으로 추락하는 굴욕을 당했던 FC서울과 수원 삼성도 새로운 감독 체제에서 심기일전하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서울은 지난 시즌 광주FC의 사상 첫 파이널A(1~6위) 진출을 이끌었던 박진섭 감독을 선임하며 명가 부활을 노리고 있다.

황선홍-최용수 등 그동안 내로라하는 스타급 감독들도 팀 재건과 선수단 장악에 어려움을 겪었던 서울을 박 감독이 어떻게 바꾸어놓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시즌 득점력 부족으로 유난히 어려움을 겪었던 서울은 K리그에서 검증된 나상호와 외국인 선수 팔로세비치(세르비아)를 잇달아 영입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한 지난해 리얼돌파문, 연이은 감독대행체제, 고 김남춘의 사망, 기성용 복귀 파동 등 악재가 많았던 서울로서는 더 이상 축구 외적인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고 안정된 팀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는게 중요하다.

수원은 지난 시즌 중도에 부임하여 벼랑 끝의 팀을 구해냈던 박건하 감독과 온전히 함께하는 첫 시즌이다. 수원의 레전드 출신이기도 한 박 감독은 시즌 막바지에 지휘봉을 잡았음에도 침체된 팀분위기를 잘 수습하여 K리그1 잔류와 ACL 8강이라는 반전을 일궈낸 바 있다. 지난 시즌 동반추락으로 '슬퍼매치'라는 놀림을 받았던 FC서울과의 슈퍼매치, 수원FC의 1부 승격으로 올해 부활하게 된 '수원 더비' 등 활발해진 라이벌전은 이번 시즌 K리그 흥행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시즌 돌풍의 주역이었던 광주는 박진섭 감독의 빈 자리를 서울의 감독대행을 맡았던 김호영 감독의 영입으로 메웠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최용수 감독의 후임으로 서울의 감독대행을 맡아 반등의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구단과 정식 감독 선임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여 중도에 결별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진섭 감독이 서울행을 선택하면서 어쩌다보니 양팀간 '감독 트레이드'를 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올시즌 서울과 광주의 새로운 라이벌리가 기대되는 이유다.

'생존왕' 인천 유나이티드도 지난 시즌 도중 부임해 기적적인 잔류 드라마를 완성한 조성환 감독과 새 시즌을 시작한다. 인천은 조 감독의 공을 인정하여 올 시즌을 앞두고 1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매년 강등권을 허덕이다가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던 인천이 올시즌에는 잔류 경쟁과 감독교체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승격전도사' 남기일 감독은 역시 1년 만에 K리그1으로 돌아온 제주 유나이티드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남기일 감독은 2019년 성남FC의 지휘봉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구단과의 불화설이 있었지만, 지난해 제주 지휘봉을 잡자마자 팀을 K리그2 1위로 이끌며 여전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반면 남 감독이 떠난 성남은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 김남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으나 강등권까지 추락하는 악전고투 끝에 최종전에서 기사회생하며 간신히 1부리그에서 살아남았다. 이로써 올 시즌에는 두 감독이 이끄는 제주와 성남의 1부리그 '남·일 더비'를 볼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지난해 포항을 3위로 이끌며 올해의 감독상까지 수상한 '형님 리더십'의 김기동 감독, 한국형 기술축구를 표방하며 '병수볼' 신드롬을 일으킨 강원의 김병수 감독 등은 K리그1의 터줏대감으로서 후배 감독들의 도전을 극복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다음시즌 K리그1 승격을 노리는 K리그2 역시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시즌 '설사커' 열풍을 일으키며 1부리그 직행 문턱에서 아쉽게 좌절한 설기현 감독의 경남, 지난해 5위로 반등하며 탈꼴찌에 성공한 정정용 감독의 서울 이랜드,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이민성 감독을 새롭게 영입한 대전하나시티즌, 올시즌 유일하게 외국인 사령탑인 포르투갈 출신의 히카르두 페레즈 감독을 선임한 부산 아이파크 등은 다음 시즌 1부리그 승격이 기대되는 팀들도 꼽힌다.

일부를 제외하면 최근 K리그는 40대-70년생-저연차 위주의 젊은 감독들이 득세하고 있는 흐름이 점점 두드러진다. 그만큼 감독들의 수명이 짧아지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과연 다음 시즌에는 어떤 지도자들이 자신만의 축구철학과 전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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