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3주 차에 접어든 JTBC 농구 예능 <뭉쳐야 쏜다>(아래 뭉쏜)가 좌충우돌 '농린이'들의 매력으로 큰 웃음을 안기고 있다. 지난 21일 방송된 <뭉쏜>에서는 대한민국 농구 레전드 우지원과 김훈이 스페셜 코치로 등장하여 자체 드래프트와 평가전을 거치며 팀 전력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상암 불낙스'는 선수 대부분이 대한민국 스포츠계를 대표하는 레전드지만, 농구는 처음 접해보는 초보들이다. 선수들은 앞선 1~2회에서 기본적인 농구룰도 숙지하지 못하고 자신에 어울리는 역할과 포지션을 잡지 못하여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칭스태프와 제작진은 선수들의 체력과 개인 기량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드래프트 컴바인'을 진행했다.

팀내 최장신인 방신봉은 배구전설 답게 점프력 테스트에서 320cm라는 발군의 수치를 기록했다. 팔 길이 재기에서는 방신봉, 이동국, 김동현이 돋보였고, 방향 전환 테스트에서는 이동국, 안정환 등 축구인 출신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이 과정에서 드래프트에서 높은 순위로 지명되기 위한 스포츠 전설들의 은근한 자존심 싸움과 몸개그도 속출하며 웃음을 안겼다.

신체능력 측정 이후 진행된 드래프트에서는 예상대로 이동국이 1순위로 지목되었고, 안정환과 방신봉이 나란히 그 뒤를 이으며 향후 농구선수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 우지원과 김훈은 농구 초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기본적인 드리블부터 차근차근 지도했고, 선수들은 아직 서툴지만 조금씩 농구공에 익숙해지며 집중해가는 열정을 보여줬다.

방송 후반부에는 드래프트를 통해 나뉘어진 두 팀이 자체 평가전을 치렀다. 양팀이 비슷한 실력이다보니 선수들도 승부욕을 보이며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 허재 감독은 모처럼 벤치를 지키는 대신 해설로 나서서 현주엽 코치와 유쾌한 입담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경기는 치열한 공방전 끝에 현주엽&우지원이 이끈 팀이 허재&김훈 팀에 27-26으로 역전 승리했다. 

같은 듯 다른 듯 '뭉쏜'의 매력
 
  JTBC 농구 예능 <뭉쳐야 쏜다> 한 장면.

JTBC 농구 예능 <뭉쳐야 쏜다> 한 장면. ⓒ JTBC

 
<뭉쏜>는 축구를 다룬 전작 <뭉쳐야 찬다>(아래 뭉찬)를 발판 삼아 스포츠 예능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스포츠 특유의 박진감과 스포츠 스타들의 개성적인 매력이 예능이라는 장르를 만나 재해석되며 폭발적인 시너지효과를 일으킨 셈이다.

<뭉쏜>의 초반 인기는 <뭉찬>의 후광에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스포츠 전설들이지만 다른 종목에서는 초짜에 불과한 스포츠 스타들의 성장 서사,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멤버들의 예능적 캐릭터와 팀 케미는 이미 <뭉찬>을 통해 검증받았다. <뭉쏜>은 허재, 안정환, 이형택, 김성주 등 <뭉찬>의 멤버 다수를 그대로 계승하며 전작과의 연속성을 부각시켰다.

초반의 관전포인트였던 감독 허재와 선수 안정환의 '역할 체인지', 코치 현주엽의 선임 등도 성공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허재가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상징같은 존재라면, 실질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거나 진행하는 역할은 현주엽이 하고 있다.

현주엽은 선수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농구용어를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가 하면, 허재 감독을 대신해 선수들을 독려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해설위원 경력자 답게 중계를 맡아 입담을 과시하기도 한다.

그동안 예능에서 먹방에 의존하는 캐릭터, 꼰대 캐릭터로 호불호가 갈렸던 현주엽으로서는 자신의 전공을 살리면서도 의외로 스마트한 매력을 뽐내는 <뭉쏜> 출연이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다.

문제는 선수들의 농구 실력이다. 지난 회차부터 사실상 불낙스의 에이스로 등극한 이동국을 비롯하여 안정환, 방신봉 등 몇몇 멤버들이 가능성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경쟁력 갖춘 팀으로 성장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전작인 <뭉찬>의 경우, 기본기가 부족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당시에는 조기축구라도 경험해 본 멤버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 반면 <뭉쏜>은 아예 농구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는 멤버들이 대부분이다. 생활체육으로서의 접근성, 신체조건이 미치는 영향에서 농구는 축구와는 또 다르다.
 
 JTBC 농구 예능 <뭉쳐야 쏜다> 한 장면.

JTBC 농구 예능 <뭉쳐야 쏜다> 한 장면. ⓒ JTBC

 
감독으로서 허재의 존재감도 살짝 아쉽다. <뭉찬>의 감독이었던 안정환이 유쾌한 예능과 진지한 축구의 양면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면, <뭉쏜>에서의 허재는 아직까지 팀을 리드한다는 느낌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구경만 하는 방청객 같은 느낌을 준다.

<뭉찬>에서는 축구 전문가이면서 방송 경험도 풍부한 안정환이 혼자 팀을 이끌어가기 충분했지만 <뭉쏜>에서 감독을 맡은 허재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 오히려 <뭉찬>시절 백패스를 손으로 잡는 기행을 벌이던 '을왕리 선수' 허재 때보다 역할이 더 애매해졌다.

뭉쳐야 시리즈는 스포츠가 주는 리얼리티와 감동, 스포츠 레전드들이 펼치는 캐릭터의 매력이 조화를 이루며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뭉쏜>이 예능과 스포츠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조율해나가냐가 인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뭉쳐야쏜다 허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