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방영된 K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 K' 학전소극장 편의 한 장면.

지난 21일 방영된 K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 K' 학전소극장 편의 한 장면. ⓒ SBS

 
김광석, 강산에, 설경구, 황정민...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대학로 소극장 '학전'이 배출한 예술인이라는 점이다. 지난 1991년 개관한 이래 문화의 거리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은 음악, 연극, 뮤지컬을 통해 우리나라 공연의 한 축을 묵묵히 지켜온 유서깊은 장소였다.  

​SBS 창사특별기획 <전설의 무대-아카이브 K>(이하 '아카이브K)가 이번엔 대학로 소극장, 그리고 학전의 이야기를 여러 음악인들의 입을 통해 들어보았다.

1991년 김민기가 설립한 학전소극장(1996년 문을 열였던 2관 성격의 학전그린소극장은 지난 2013년 아쉽게 폐관되었다-기자 말)은 동숭아트센터, 라이브소극장 등과 더불어 그 시절 우리 음악계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담당했던 곳 중 하나였다.    

김광석, 1000회 공연의 금자탑​
 
 지난 21일 방영된 K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 K' 학전소극장 편의 한 장면.  고 김광석의 1000회 공연 주요 무대 중 한 곳이 바로 학전이었다.

지난 21일 방영된 K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 K' 학전소극장 편의 한 장면. 고 김광석의 1000회 공연 주요 무대 중 한 곳이 바로 학전이었다. ⓒ SBS

 
대학로, 그리고 학전 공연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는 바로 고 김광석이다. 요즘처럼 온라인 예매라는 건 존재하지도 않았던 터라 김광석을 비롯한 소극장 공연을 보기 위해선 현장 구매, 혹은 대형 서점 예매 같은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수단을 거쳐야 했다. 그때 김광석 콘서트 입장권을 구하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다. 이러한 팬들의 사랑은 '6년간 1000회 공연'이란 결과를 낳았다.

1989년 지금은 사라진 계몽문화센터를 시작으로 1995년 8월 대학로에서 1000회 공연 달성의 위업을 세운 김광석은 당시 "공연은 돈이 안 된다"라는 음악계 편견을 보기좋게 깼다.

지난 21일 방송된 <아카이브K>는 그와 뜻을 함께 했던 동물원(김창기, 박기영), 박학기 등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절 숨은 비화를 소개함과 동시에 김필이 부르는 '그날들'로 위대한 음악인, 김광석을 기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조악한 화질의 비디오테이프를 비롯해서 그 무렵 연예정보 프로그램 인터뷰로 소환된 김광석은 여전히 순수함을 지닌 음악 청년의 모습 그대로였기에 그를 좋아했던 시청자들은 왠지 모를 뭉클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여행스케치, 뮤지컬 '개똥이' 윤도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지난 21일 방영된 K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 K' 학전소극장 편의 한 장면.

지난 21일 방영된 K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 K' 학전소극장 편의 한 장면. ⓒ SBS

 
한국 대중문화의 한 축을 담당해준 소극장 학전의 개관 첫 공연 가수는 누구였을까? 그들은 다름 아닌 여행스케치였다. 루카(조병석)을 중심으로 대학생 음악인들의 연합팀 성격으로 출발했던 이들 역시 1990년대 대학로를 풍성하게 채워준 음악인 중 하나였다. 또 여행스케치가 공연 중심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어준 곳 역시 대학로, 그리고 학전이었다. 멤버들이 일일이 무거운 장비 나르면서 준비를 하는 등 지금과는 사뭇 다른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이마저도 그들에겐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국민 로커' 윤도현의 시작점 역시 학전이었다. 윤도현 밴드(현 YB) 결성 이전 그는 김광석, 여행스케치, 권진원 등 선배 가수들의 오프닝 무대에서 통기타 하나만 들고 '타잔'을 외치던 젊은 신인 가수에 불과했다. 그런 윤도현을 눈여겨봤던 김민기는 연기 경험조차 없었던 그를 뮤지컬 <개똥이> 주인공으로 과감히 선택했다. 이는 윤도현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윤도현이 지금의 아내를 만났을 뿐만 아니라 '공연형 음악인 윤도현'의 성장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이소라의 프로포즈> 등으로 대표되는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시작 역시 학전소극장에서 비롯되었다. 1991년 학전의 기획공연이면서 음악 토크쇼였던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관람한 KBS PD의 안목 덕분에 현장에서 녹화, 방영되는 독특한 기획의 프로가 등장했다는 건 <아카이브K>를 시청하던 그 시절 팬들도 잘 몰랐던 일 중 하나였다.

김민기가 있었기에... 음악인들의 요람​
 
 지난 21일 방영된 K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 K' 학전소극장 편의 한 장면.

지난 21일 방영된 K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 K' 학전소극장 편의 한 장면. ⓒ SBS

 
전인권(들국화), 조동진 등의 거장을 비롯해서 유리상자-조규찬-이소라(낯선사람들) 그리고 성시경-장기하 등 한참 후대 세대 음악인들도 앞다퉈 올랐던 학전은 말 그대로 음악인들의 요람이었다. 그들이 소박한 공연장에서 노래를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김민기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무게감도 빼놓을 수 없었다.  

"얘네들이 갈 데가 없는 거야. 너희들 노래하고 싶으면 여기 와서 해."

​예전 SBS 인터뷰 자료 영상을 통해 김민기는 당시 학전소극장을 만들었던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싶었던 그의 작은 바람 덕분에 후배들에게도 설 수 있는 무대가 생겨난 것이다. 그는 아직 음반조차 나오지 않은 햇병아리 음악인들까지 공연을 할 수 있게끔 문을 열어줬다. 

학전이 문을 열었던 1990년대 초반 TV는 댄스가수 위주 화려한 볼거리로 채워졌고 홍대에선 '인디밴드'로 상징되는 자유분방한 록음악이 유행처럼 자리를 차지했다. 이와 달리 대학로의 여러 소극장들은 관객 100~200명 규모의 소박한 공간에서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뿐만 아니라 통기타 하나만으로 2030세대의 음악적 목마름을 해소시켜준 의미 있는 자리기도 했다. 객석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매일 만나는 작고 소박한 공연 문화의 상징적 장소인 학전소극장, 그리고 대학로는 우리 음악인들을 지탱해준 '키다리 아저씨'였던 것이다.
 
 지난 21일 방영된 K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 K' 학전소극장 편의 한 장면.

지난 21일 방영된 K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 K' 학전소극장 편의 한 장면. ⓒ SBS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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