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짐과 앤디> 메인포스터 영화 <짐과 앤디> 메인포스터

▲ 영화 <짐과 앤디> 메인포스터 영화 <짐과 앤디> 메인포스터 ⓒ 넷플릭스


01.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이상하다. 초점이 나간 눈으로 혼잣말을 하며 걷고, 갈색 종이 봉투를 뒤집어 쓰고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배트맨이라고 말한다. 다같이 분장을 하는 트레일러 안에서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큰 음악을 틀기 일쑤며, 정작 당사자는 자리를 비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사무실로 쳐들어가서 그의 앞마당에서 소란을 피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저런 사람을 처음 봤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맨 온 더 문>을 함께 촬영했던 밀로스 포먼 감독은 촬영 2주만에 이런 배우와는 함께 작업해 본 적이 없었다며 난감함을 표현했다고 한다. 배우 짐 캐리의 이야기다.
 
다큐멘터리 영화 <짐과 앤디>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짐 캐리의 촬영장에서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1998년 영화 <맨 온 더 문>에서 앤디 카우프만을 연기할 때 그 촬영 과정을 찍어둔 필름들을 모아 재구성한 것. 이 필름들은 짐 캐리의 사무실에서 20년이 넘도록 비공개로 간직되어 온 것이지만, 오래 전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운 작품이다. 다만, 짐 캐리 자신은 도입부에서 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 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

▲ 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 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 ⓒ 넷플릭스


02.
이 작품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의 타이틀에 있는 두 이름, 짐과 앤디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처음의 짐은 이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한 배우 짐 캐리(Jim Carrey)를 의미하는 것이고, 앤디는 미국의 유명 희극 배우 앤디 카우프만(Andy Kaufman)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 작품 <짐과 앤디>의 주요 배경이 되는 영화 <맨 온 더 문>이 앤디 카우프먼의 일대기를 다룬 자전적 코미디 드라마이기 때문인데, 물론 극 중 앤디 카우프먼의 연기는 짐 캐리가 맡았다.
 
한편, 극 중에서는 두 인물 외에도 토니 클리프턴(Tony Clifton)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앤디 카우프먼이 생전에 또 다른 자신의 자아로 활용했던 만들어진 캐릭터인 셈. 지금으로 따지자면, 부캐와도 같은 개념이다. 이 토니 클리프턴과 관련된 이야기는 앤디 카우프먼의 삶을 설명하면서 빼놓을 수 없기에 결론적으로 짐 캐리는 실제 자신과 더불어 이 두 명의 캐릭터까지 총 세 명의 자아를 연기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니까, 처음에 이야기했던 짐 캐리의 이상한 모습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03.
실제로 이 작품 <짐과 앤디>에서 그는 세 인물을 오가며 다른 인물의 심정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현재 자신이 연기하고 있지 않은 배역을 타자화하여 이야기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가령, 토니 클리프턴의 배역을 뒤집어쓰고 실제 자신의 모습인 짐 캐리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거나, 앤디 카우프먼의 모습으로 토니 클리프턴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식이다. 문제는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행동했다는 것인데, 그의 그런 행동은 현장의 많은 스탭들을 당황시키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앤디는 처음에 문제가 아주 많았죠. 짐은 나중에 문제가 많아요. 그러면 당황하게 되고 화가 많이 나요. 그걸 표현하려고 한 거예요. 여러 가지 방법으로요. 그런데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면 창의성이 없어질까 봐 두려워해요.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려는 거예요."
 
토니 클리프턴의 말이다. 아니, 토니 클리프턴을 연기하는 짐 캐리의 말이다. 토니 클리프턴이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자신이 지금 왜 이런 이상한 행동들을 촬영장에서 카메라 없이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항변하는 것이다. 캐릭터를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배역 속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그의 모습에서 배우가 작품 속에 얼마나 몰두하고 있는지를 들여다 보게 된다. 그의 말처럼 '가끔'이 아니라는 것이 종종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말이다.
 
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 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

▲ 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 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 ⓒ 넷플릭스


04.
짐 캐리의 이런 방식은 일종의 불안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게 되었을 때의 작품들, <아이스 벤츄라>, <마스크>, 그리고 <덤 앤 더머>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 만난 <트루먼 쇼>나 <이터널 선샤인>까지도 거의 모든 작품들이 캐릭터에 완전히 빙의가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인물이 되어버리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말이다. 다시 말하면, 앞서 이야기했던 방식이 아니고서는 자신이 맡은 배역을 표현할 방법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를 캐스팅하는 감독들도 그런 그의 성향이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트루먼 쇼>의 피터 위어 감독은 그런 짐 캐리의 모습 때문에 트루먼 버뱅크 역을 그에게 맡겼고, 심지어 <이터널 선샤인>의 미셸 공드리 감독은 그가 망가져 있는 모습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느꼈기에 크랭크인 할 때까지 계속 망가져 있으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작품 속 짐 캐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본다면, 그가 이 치열한 할리우드 무대 최정상의 위치에서 지금까지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을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잃지 않으려고 했던 집중과 몰입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주변에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이 원하려는 바를 쟁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 – 실제로 그는 정말, 헛웃음이 날 정도로 비정상적인 방식의 몰입을 보여주는데 조금 심하게 표현하자면, 누군가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지워내는 방식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 이 작품 <짐과 앤디>는 짐 캐리를 그런 배우로 그려낸다.
 
05.
영화 중간 중간에 현재의 짐 캐리가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인터뷰 형식의 짧은 필름들이 등장한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그 인터뷰 영상 속 현재의 짐 캐리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그것은 단지 돔(Dome)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실재가 아니라 그저 영화일 뿐이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만든 자신의 아바타와 목소리로 어떤 문제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유명해지게 해 주는 수단 말이다. 마치 자신이 연기했던 <트루먼 쇼> 속의 버뱅크처럼.
 
물론 자신도 알고 있다. 진짜가 아닌 그 모습들로부터 가끔은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진짜 모습으로도 살아가야 하며, 그 진짜 모습으로 마주치게 되는 현실의 여러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도. 그 때마다 허구의 캐릭터로 돌아가자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지만 영원히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과 비슷한 위치에 놓여 있었을 앤디 카우프먼의 실제 삶에 대해서 떠올린다. 그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므로.
 
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 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

▲ 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 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 ⓒ 넷플릭스


06.
"집에 가서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제가 원하는 것 말고요. 제가 원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죠. 성공해서 유명한 배우가 되는 게 제 바람이었죠. 그보단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했죠."
 
이 작품에서 가장 오랫동안 마음을 맴돌던 짐 캐리의 말이다. 유명해지기 전,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에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것은 지금도 변함없다. 다소 괴짜처럼 보일지 모르는 연기에 대한 그의 몰입. 그 결과물이 이상하게만 보이지 않고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그의 연기를 사랑해 온 이들에게 그가 연기를 하기 위해 품어온 단단한 씨앗을 보여주는 것, 이 작품 <짐과 앤디>가 오랜 세월을 건너 세상에 나온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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