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5분 EBS를 통해 방영되는 <다큐 잇it -브라보 마이 라이프>은 하나의 사물(it)을 오브제로 정하여 세상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잇는 다큐멘터리를 모토로 내걸었다. 

지난 11일 방영된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2019년 드디어 600만을 넘은 1인 가구를 다뤘다. 1인 가구수가 전체 가구수 중 37.3%, 즉 1/3을 넘어섰다. 우리 시대 보편적 삶의 방식 중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다큐는 77세, 33세, 39세, 46세, 31살까지 다양한 세대와 성을 통해 1인 가구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다큐 잇it - 브라보 마이 라이프 >

<다큐 잇it - 브라보 마이 라이프 > ⓒ ebs

 
산개 : 헤어져 각자도생 

경기도 포천에 사는 77세의 오의장씨는 5년 차 1인 가구이다. 몇 번을 시켜도 신경질을 내지 않는다는 AI(짱구)와 함께 시작하는 아침이 익숙하다. 의장씨는 평소에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쉬는 날은 집안일을 한다. 6.25 때 고아가 된 뒤 미군부대서 자란 그는 38년의 결혼생활을 제외하곤 줄곧 혼자였다. '홀로 살기'는 그에게 숙명과도 같다. 

77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원색의 옷차림에 붉은 꽁지 머리를 휘날리는 의장씨는 한때는 조각가였고 간판장이였으며 지금은 원시인 오빠로 동영상 사이트에 캐리커처 그리는 과정을 올리는 멋쟁이다. 그가 자주 그리는 대상은 '아기'라 부르는 그의 아내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아기'와 '졸혼'을 했다.

5년 전 화재로 전재산을 잃고 당장 먹고 살기조차 힘들었던 의장씨 부부는 살기 위하여 '졸혼'을 선택했다. 그 이후로 의장씨는 포천에서, 아내는 식당을 하는 서울에서 '각자도생'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간이 나면 의장씨는 아내의 식당으로 향한다.

여유가 되면 다시 함께 하자는 의장씨의 지나가는 '청'에 아내는 '졸혼'했음을 확인시킨다. 38년의 결혼 생활 동안 힘들게 한 것도 없는데 떨어져 있으니 편하다는 아내, 불가피한 선택이 어느덧 '편한' 삶의 방식이 되었다. 
 
 <다큐 잇it - 브라보 마이 라이프 >

<다큐 잇it - 브라보 마이 라이프 > ⓒ ebs

 
홀로 살기 : 나는 내가 먹여 살린다 

1인 가구는 증가 추세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1인 가구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으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 1인 가구로 사는 것이 용이해진 것도 한 요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홀로 살기' 13년 차인 이지영씨는 여전히 밖에서 밥을 먹을 때 먹고 싶은 메뉴를 마음껏 먹을 수 없다. 순댓국이나 쌀국수는 혼자 먹을 수 있지만, 아직도 삼겹살, 전골 같은 건 1인분을 파는 곳이 드물다. 

7평의 오피스텔이 33살 그녀만의 공간이다. 조금 비싸도 여성인 그녀에게 안전한 집을 찾다 보니 공간이 좁아졌다. 철이 지난 옷은 싸서 고향으로 보냈다가 계절이 돌아오면 다시 받는 등 수납공간과의 실랑이는 일상이 되었다. 청소 같은 건 함께 나눠할 사람이 없어 부지런해져야만 한다. 

홀로 사는 삶에 홀로 감당해야 하는 '무게'만 있는 건 아니다. 홀로살기 20년 차 39세 이소희씨의 집에는 장난감 블록이 가득하다. 답답할 때면 혼자 훌쩍 드라이브를 즐긴다. 부모님은 걱정하지만 연구원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소희씨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 편하고 좋다.

가부장적 가족 제도로부터 '이탈'한 개인 등 불필요한 관계로부터 자기만의 시간을 '지키고자' 하는 개인들이 홀로 살기를 삶의 방식으로 '선택'하는 것이 1인 가구  '증가 추세'의 또 다른 요인이 된다. 소희씨는 여전히 "너는 결혼 왜 안 하냐"라는 주변의 편견어린 시선이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방식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물론 걱정도 있다. 여전히 제도적으로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신혼 부부나 아이가 많은 가족과 달리, 1인 가구는 아파트 청약 등에서 불리한 게 현실이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대다수 1인 가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원 정책' 중 하나는 주거안정이다. 이 외에도 기본 소득이나, 연말 정산에서 소득 공제 범위 확대, 취업 지원, 대출 금리 인하 등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큐 잇it - 브라보 마이 라이프 >

<다큐 잇it - 브라보 마이 라이프 > ⓒ ebs

 
홀로 사는 삶을 위한 근육 키우기 

46살의 홍지우씨는 홀로 살기 26년 차이다. 대학교 때 자연스레 독립한 이래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지우씨가 생각하는 '혼삶'의 조건은 '체력'이다. 검도, 스키, 스쿠버 다이빙을 섭렵한 그녀는 최근 '승마'에 몰두하고 있다. 보이차 사업을 하는 그녀는 일과 취미 생활을 통해 많은 사람과 소통한다.

대부분 홀로 사는 사람들은 말한다. 가족을 이루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듯이  혼자 사는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지속적으로 결혼을 강요당하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 때문에 고통받는다. 삶의 방식으로서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다. 

홀로 살아간다는 것의 가장 큰 단점은 외로움이다. 하지만 그건 동시에 '장점'이 되기도 한다. 10년차 1인 가구 빈지범씨는 홀로 견뎌내야 하는 외로움의 에너지를 새로운 영감과 감성의 에너지로 전환, 사업가와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약 중이다. 몰입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으로 제주를 선택하여 10개월 째 홀로 제주 살이 중이다. 홀로 사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더 바쁘게 움직인다는 빈지범씨에게 홀로 사는 삶은 '성장'을 위한 선택이다. 

빈지범씨는 홀로 사는 것의 단점이 외롭다는 것이라고 했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 사회는 '함께'여서 오히려 생기는 '문제'들도 많다. 가족과 인간 관계에서 빚어지는 많은 '사건'들이 함께 하지만 서로를 나눌 수 없어서 생기는 문제들 아닐까.

그렇게 복잡한 관계 속에서 자신을 마모하는 대신 홀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어엿한 존재의 형태로서 1인 가구, 그 삶의 형태를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수용할 때다. 이제 더는 사회의 기본 단위가 '가족'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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