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스'의 인기
 
소위 '유니버스'가 대세다. '유니버스란'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고유한 영역을 뛰어넘어 만드는 새로운 세계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마블에서 <어벤져스>로 이 전략을 성공시킨 이후 우리나라에도 다양하게 차용되고 있는 중이다.

'유재석 유니버스'가 대표적인 예다. 그동안 MBC의 <놀면 뭐하니?>는 유산슬 등 소위 유재석의 '부캐'(부캐릭터의 준말)를 공들여 만들어 왔는데 지난해 유드래곤, 지미유 등의 '부캐'가 이효리, 엄정화 등 다른 연예들의 '부캐'와 결합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시청자들은 그 '부캐'들 간의 교차 만남을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마블 유니버스'처럼 또 다른 세계관을 상상하게 된 것이다. 과연 '유산슬'과 '린다G'가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꼰대희>의 '꼰니버스'
 
 <꼰대희>의 코너 '밥묵자'

<꼰대희>의 코너 '밥묵자' ⓒ 꼰대희

 
이런 '유재석 유니버스'가 지상파 버전이라고 한다면, 요즘 유튜브에서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또 하나의 유니버스가 있다. 바로 '꼰니버스', 즉 <꼰대희>의 '유니버스'다.
 
<꼰대희>는 개그맨 김대희의 유튜브 채널이다. 지난해 6월 21년 만에 KBS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뒤 김대희가 나름 다른 길을 모색하기 위해 만든 콘텐츠다. 그는 '꼰대희'라는 캐릭터로 분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찍었는데 초반 반응은 그리 뜨거운 편이 아니었다.
 
<꼰대희>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2개월 전 '밥묵자'란 코너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밥묵자'는 과거 <개그콘서트>에서 김대희가 출연한 인기 코너 '대화가 필요해'를 차용해 만든 것으로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김대희가 친한 동료들을 불러놓고 대본하나 없이 다짜고짜 꼰대희가 되어 역할극을 하는 것이다.
 
첫 게스트는 역시 '대화가 필요해'의 부인 역할이었던 개그맨 신봉선. 꼰대희로 분한 김대희가 밥을 먹으며 "왜 집을 나갔냐"고 윽박지르자, 신봉선은 "나는 아내 신봉선이 아니라 딸 신봉숙"이라고 말한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꼰니버스'의 시작이었다.
 
 꼰니버스의 시작

꼰니버스의 시작 ⓒ 꼰대희

 
이후 <꼰대희>의 '밥묵자'에는 <개그콘서트>에서 오랫동안 봐왔던 친숙한 개그맨들이 등장했다. 신봉선을 시작으로 유민상, 권재관, 김민경, 강유미, 유세윤, 장동민, 김준현 등이 출연해 꼰대희와 요상한 설전을 펼쳤다. 자신이 어떤 역할인지 모르고 온 그들은 촬영을 하면서 꼰대희와의 관계를 설정했으며, 그것은 오로지 애드리브만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는 소위 '대박'이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40만 명을 훌쩍 넘었으며, 이제는 화제가 되어 심지어 EBS의 펭수도 꼰대희의 반려펭귄으로 출연할 정도가 되었다. 김대희는 이 인기를 바탕으로 다른 개그맨들과 유튜브 채널 <포메디언>을 만들어 또 다른 실험을 하고 있다. 도대체 이 '꼰니버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꼰대희와 펭수의 만남

꼰대희와 펭수의 만남 ⓒ 꼰대희

 
'꼰니버스'의 성공 비결
 
'꼰니버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날 것의 매력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코너에 출연하는 게스트는 어떤 대본도 받지 못하며, 모든 대사는 애드리브다. 리얼리티 예능보다 더 리얼하고 생생하다. 유튜브인 만큼 규제도 없다. 따라서 모든 것이 예측불허일 수밖에 없는데, 시청자로서는 그 상황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촬영장을 찾은 게스트는 자신이 어떤 역할인지 몰라 처음엔 꼰대희의 입만 바라본다. 곧이어 꼰대희가 게스트에게 처제나 처남 등의 역할을 부여하면 곧바로 애드리브의 향연이 시작되고, 권력관계는 역전된다. 대본이 없는 코너의 특성상 게스트 대다수는 자신과 '본캐' 김대희의 관계를 이야기 소재로 삼고, 이에 따라 우리가 몰랐던 김대희의 치졸하고 부끄러운 모습이 폭로되기 때문이다.
 
'부캐' 꼰대희는 '본캐' 김대희의 본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김대희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웃음을 준다. 특히 게스트는 김대희의 본모습에 대한 '폭로'로 관계를 역전시키면서도 일정 정도 선을 유지하며 줄곧 긴장감을 형성하는데, 이 또한 코너의 백미다. 
 
 꼰대희의 관계도

꼰대희의 관계도 ⓒ 꼰대희

 
'밥먹자'의 또 다른 인기 요인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개그콘서트>에 대한 향수와 이를 되살리고자 하는 개그맨들의 노력이다. 21년 동안 일요일 저녁 휴일의 마무리를 책임졌던 <개그콘서트>. KBS는 코로나19 등을 폐지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아마도 떨어진 시청률이 가장 컸을 것이다. 
 
사실 다른 방송에서 이제 자신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없다고 고백하는 개그맨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청자로서 감정이입하게 된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은 그들만 겪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후배들을 잊지 않고 카메라 앞으로 불러 모아 함께 콩트를 하고 있는 김대희의 깊은 마음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는 극의 특성상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걸 감수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그가 코미디를 사랑한다는 뜻이며 후배들을 아낀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MBC 예능대상을 받았던 유재석이 수상소감에서 후배들이 설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했듯, 김대희는 코너를 진행함으로써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개그맨 선배 김대희, 아니 꼰대희

개그맨 선배 김대희, 아니 꼰대희 ⓒ 꼰대희

 
현재 '꼰니버스'는 계속 확장 중이다. 비록 아직까지 집 나간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아들, 딸, 처제, 처남, 동생, 조카, 사촌동생 심지어는 반려펭귄까지 나와 세계관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들의 분투를 빌며 나 역시 개그맨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다시 생기기를 바라본다. 
 
그나저나 다음 게스트는 누구이고, 꼰대희와는 무슨 관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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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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