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1년이 밝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우린 과거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로 인해 설 연휴에도 가족-친구들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랜선명절, 가족에게 권하고픈 OO'에선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함께할 수 있는 작품(영화, 드라마, 예능)을 소개합니다. 그럼, 떨어져 있는 가족-친구에게 연락할 준비 되셨나요?[편집자말]
작년 연말 천 명대가 넘는 확진자 발생으로 절정에 다다랐던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1월 중순을 기점으로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큰 위기를 넘긴 듯 보이지만 구치소와 종교시절 등에서 꾸준히 집단감염이 나오면서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조치를 설 연휴가 끝나는 오는 14일까지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이번 설 연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시간이 많은 연휴가 될 전망이다. 그만큼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 생각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가족을 떠올리기 가장 좋은 매개체 중 하나가 영화다. 이번 설 연휴엔 영화를 보면서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만나지 못하는 가족을 떠올리는 건 어떨까.

가족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은 픽사 애니메이션
 
 픽사 애니메이션은 많은 작품이 가족의 소중함을 돌아볼 수 있는 주제를 담고 있다.

픽사 애니메이션은 많은 작품이 가족의 소중함을 돌아볼 수 있는 주제를 담고 있다. ⓒ 한국소니픽쳐스 릴리징 브에나비스타영화

 
1986년에 설립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1991년 대형 미디어그룹 디즈니와의 제휴를 통해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기획·제작하기 시작했다. 픽사는 1995년에 개봉한 <토이스토리1>을 시작으로 지난해 개봉한 <소울>까지 총 23편의 극장개봉을 위한 장편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픽사가 작품 속에서 가장 많이 선보인 주제는 다름 아닌 '가족'이다.

픽사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벅스라이프>는 무서운 메뚜기에 맞서 가족을 지키려는 개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03년에 개봉해 세계적으로 9억4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한 <니모를 찾아서> 역시 아들을 찾기 위해 깊은 바다 속을 탐험하는 아빠 말린의 모험을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전편에서 아들을 찾아 헤매던 말린은 13년 후 친구인 '도리'를 찾아 길을 떠난다.

은퇴한 슈퍼 히어로의 이야기를 다룬 <인크레더블>에서는 부부와 3명의 자녀들로 구성된 5인 가족이 등장한다. 현란한 액션과 유쾌한 코미디로 시종일관 웃음과 통쾌한 재미를 주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인크레더블>에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크레더블> 1편은 6억3000만 달러, 2편은 12억 4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 수익을 남겼다.

곰으로 변한 엄마의 마법을 풀기 위한 스코틀랜드 공주의 모험을 그린 <메리다와 마법의 숲>(이하 <메리다>)도 가족들이 함께 보기 좋은 애니메이션이다. 물론 <메리다>는 다른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에 비하면 흥행과 비평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얻은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메리다와 엘레노어 왕비가 여행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가족의 진실된 사랑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픽사 애니메이션은 물론,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최고로 꼽히는 <토이스토리>시리즈도 넓은 의미에서는 '가족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공장에서 만들어져 서로 다른 시기에 앤디의 집에 모인 장난감들은 서로를 가족처럼 의지하며 살아간다. 자칫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난감들의 이야기 <토이스토리>가 4편 합쳐 세계적으로 무려 29억7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하지만 설날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보고 친척들에게 추천하라고 권하고 싶은 영화는 <니모를 찾아서>도, <메리다>도, <토이스토리>도 아니다. 물론 앞서 소개한 작품들 모두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임에 분명하지만 이 작품만큼 가까이 있는 가족은 물론 돌아가신 조상님까지 생각나게 하는 작품은 없다. 바로 북미에선 2017년 11월, 국내에선 2018년 1월에 개봉했던 픽사의 19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코코>다.

음악을 통해 가족에 대한 소중함 찾아가는 <코코>
 
 <코코>의 주인공 미겔은 사후세계에서 조상님들을 직접 만난다.

<코코>의 주인공 미겔은 사후세계에서 조상님들을 직접 만난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픽사 애니메이션에서는 상상하는 모든 것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토이스토리>의 주인공은 장난감이었고 <벅스라이프>에서는 개미, <몬스터 주식회사>와 <몬스터 대학교>에서는 괴물,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물고기가 주인공이었다. <카>의 자동차, <라따뚜이>의 생쥐, <월-E>의 청소로보트, <굿다이노>의 공룡도 별로 새삼스럽지 않다. 심지어 <인사이드아웃>처럼 '인간의 감정'이 주인공으로 나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코코>의 주인공은 의외로 평범한 멕시코 소년 미겔이다. 미겔은 멕시코의 작은 마을에서 대대로 신발 만드는 일을 해온 가문에서 자랐다. 음악 때문에 가족을 버렸던 고조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온 가족이 음악을 싫어한다. 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미겔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죽은 자들의 날(멕시코에 실제로 존재하는 명절이다)' 음악회에 나가기 위해 '전설의 뮤지션' 델라크루즈의 기타를 건드리고 이 때문에 사후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미겔은 집안 제단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조상들을 만나고 사후세계에서 우여곡절 끝에 멕시코에서 가장 존경 받는 뮤지션이자 미겔의 우상이기도 한 델라크루즈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미겔의 음악적 우상이자 고조할아버지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델라크루즈는 미겔과 사람들이 생각한 것처럼 위대한 인물이 아니었고 미겔의 활약으로 델라크루즈와 미겔 집안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진다.

사실 영화 <코코>에는 '코코'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코코'는 미겔이 사후 세계에서 만난 음악가 헥토르가 자신의 딸을 부르는 애칭이다. 헥토르의 생전에는 작고 귀여운 소녀였지만 현재는 심한 치매를 앓는 할머니다. 휠체어에 의지해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할머니 코코의 기억을 미겔이 음악을 통해 끄집어내는데, 이것이 <코코>의 중요한 주제이자 감동포인트다.

<코코>는 <미녀와 야수>나 <알라딘>, <겨울왕국>처럼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표방하진 않았지만 작품 속에서 음악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극 중에서 헥토르가 코코를 위해 만든 노래 < Remember Me >는 국내에서는 가수 윤종신이 <기억해줘>라는 제목으로 번안해 불렀고 더빙판의 엔딩크레디트로 들을 수 있다. <코코>는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할머니가 있는 사람이라면 <코코>의 후반 장면을 보고 눈물을 참기 쉽지 않다.

할머니가 있는 사람이라면 <코코>의 후반 장면을 보고 눈물을 참기 쉽지 않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나는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할머니는 우리 형제를 업어 키우시느라 내가 할머니를 알아볼 수 있을 때 이미 허리가 많이 굽으셨다. 철 없는 나는 그것도 모르고 세상 모든 할머니들은 당연히 허리가 굽은 줄 알았고 허리가 굽지 않은 친구의 할머니를 보면서 의아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나를 유난히 예뻐해 주시던 할머니도 점점 나이가 드시면서 <코코> 속 할머니처럼 기억이 희미해지셨다.

우리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고향과 가까운 시골 큰 집에서 요양을 하셨는데 나는 군 입대를 앞두고 할머니를 뵙기 위해 큰 집을 방문했다. 당시 큰 집 어른들은 "할머니가 너를 못 알아봐도 당황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셨는데, 놀랍게도 할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정확히 내 이름을 부르셨다. 그렇게 당신께서 업어 키우신 손자를 정확히 기억하신 할머니는 내가 군에 입대한 지 이틀째 되던 날에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이번 명절에는 <코코>를 보고 할머니께 문안전화를 드리면 어떨까. 그리고 <코코> 속 미겔처럼 할머니께 할머니의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시라.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들은 훗날 좋은 추억으로 분명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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