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도 스틸컷 (2020. 연상호 감독)

▲ 영화 반도 스틸컷 (2020. 연상호 감독) ⓒ 영화사 레드피터

 
2021년 새해가 되었지만 코로나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변 사람의 격리 소식을 전해 들으면 안타까움과 걱정을 하던 내가 어느 순간 자가 격리자가 되었다. 코로나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두려움과 내가 코로나에 걸리면 겪게 될 가족들의 고통과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과 미안함으로 정신적 고통과 압박감이 컸다.

다행히 나는 코로나 감염을 운 좋게 피해 갔다. 그러나 코로나 감염의 위험이 더 생생하고 느껴졌다. 외출을 가급적 피하게 되고 마스크는 94를 쓰지 않으면 불안했고 대중교통이 이용하기 꺼려졌다. 요즘 우리는 현실이 재난 영화보다 더 공포스러운 전지구적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재난영화는 벗어나지 어려운 현실 상황과 맞물려 판타지가 아닌 리얼리티가 되었다.
 
영화 '반도'에 대한 나의 편견은 부산행의 후속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원래 액션과 스릴러 더구나 좀비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연상호 감독의 흥행작 '부산행'도 TV 특선영화로 가볍게 봤었다. 그런데 작년 개봉 영화 '반도'를 자가 격리 기간동안 보라며 지인이 추천해 주었다.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닌 특별한 무언가가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나중에 자가 격리가 끝나고 같이 영화 이야기해 보자고 했다. 나는 지인이 내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호기심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에 좀비는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타인에 의한 감염이 된다. 좀비가 되는 순간 타인에게는 사라져야 할 위험한 존재가 되고 인간성을 상실한다. 좀비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은 정당화되고 좀비를 죽이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일이 아니라 죄책감 없이 악을 처단하는 일이다. 현실에서도 어떠한 사람도 나와 동등한 사람이라는 전제를 잊는 순간 나와 적으로 구분되는 적자생존의 영역만 남게 된다.

가족의 경계를 넘어 타인과의 연대를 꿈꾸며
 
반도 스틸컷 (2020, 연상호감독)

▲ 반도 스틸컷 (2020, 연상호감독) ⓒ 영화사 레드피터

 
영화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타지에서 차별받으며 밑바닥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철민(김도윤)은 같은 처지의 처남인 정석(강동원)에게 이렇게 묻는다.
 
"상식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너 시도는 해봤냐?"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지 묻는다. 그 질문은 가슴속에 묻어 놓은 지난 날에 대한 회한과 죄책감을 담은 물음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도 상식과 원칙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 자신의 독선과 아집을 키우기 위해 더 많은 애를 쓴다. 각자의 편향된 논리와 가짜 뉴스의 성에 갇혀 나와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좀비를 대하듯 죄책감 없이 비난하고 공격하고 무시한다. 점점 사회는 극단적인 대립과 차별과 혐오의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주류 사회에서 배제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등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퍼져 있다.
 
영화에서 정석(강동원)은 어려운 처지의 타인의 도움 요청을 외면하고 오직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그러나 결국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겨진다. 본인만 살아남았다는 무기력과 죄책감에 빠져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정석(강동원)은 타인이 내민 손을 잡으며 비로소 타인에 대한 신뢰와 연민을 회복하게 된다.
 
나도 영화 속 정석(강동원)처럼 위험한 세상에서 나와 가족을 지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애써 합리화하며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다. 자기 살길은 자기가 찾아야 한다는 각자도생의 가치를 어느 순간 내면화하고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살아왔다. 그러나 어려운 사람을 외면할 때마다 마음 한편의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마음의 가시처럼 남아 있었다. 

타인에 대한 믿음과 연민이 세상을 구원한다
 
반도 스틸컷 (2020, 연상호 감독)

▲ 반도 스틸컷 (2020, 연상호 감독) ⓒ 영화사 레드피터

  
영화 속 김 노인(권해효)과 손녀딸인 준이(이레), 유진(이예원), 그리고 아이들의 엄마인 민정(이정연)은 힘없고 불쌍한 사회적 약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돌보고 지켜 주며 하루하루 소중하게 살아간다. 그들은 열악한 현실과 불안한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 준다.

반면 영화 속 생존 집단인 631 군부대 안에서도 약육강식의 논리와 그들 안에서의 차별이 존재한다. 오히려 안전한 군부대에 있는 군인들은 서로를 차별하고 혐오하며 인간성을 잃어간다. 그들의 세계에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결국 누구든 배제되고 차별당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약자들은 연대하며 그들을 위협하는 현실과 위기에 대처한다. 미약한 개인들의 연대는 새로운 세계의 희망을 보여준다. 힘없고 소외된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인간성을 회복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의 가능성이 열린다.
 
반도 스틸컷 반도(2020, 연상호 감독)

▲ 반도 스틸컷 반도(2020, 연상호 감독) ⓒ 영화사 레드피터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김 노인(권해효)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진다.
 
'이 지옥 같은 데서 찾은 희망이야'
 
그 희망은 바로 내 옆에 있는 당신이고 당신 옆에 있는 누군가이다. 살아남은 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누구도 고통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차별과 혐오라는 좀비가 가득한 세상에서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연민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영화는 나만 살아남는 법이 아닌 우리가 함께 살아남는 법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당신도 이 영화를 통해 그 질문의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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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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