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2> 포스터

<오늘, 우리2> 포스터 ⓒ 필름다빈

 
2019년 개봉한 '오늘,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이란 주제를 지닌 네 편의 단편영화를 하나로 묶어 상영하며 호평을 들은 바 있다. 장편영화에 비해 주목이 덜한 단편영화를 극장상영에 어울리는 플랫폼으로 재가공하며 공통된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단편을 짜임새 있게 엮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런 호평에 힘입어 등장한 '오늘, 우리2'는 뉴 노멀 패밀리를 소재로 네 편의 단편영화를 선보인다.
 
최근 가족의 형태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인 가구, 이혼 가정, 한부모 가정 등이 등장하고 이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작품은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과거의 아픔과 상처, 미래를 향한 희망을 그린다. 가족은 하나의 우주와도 같다. 우주란 공간 속에서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것처럼 가족은 혈연으로 묶여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오늘, 우리2> 스틸컷

<오늘, 우리2> 스틸컷 ⓒ 필름다빈

 
<오늘, 우리2>가 담은 네 편의 단편이 담아낸 가족을 각각 한 편씩 살펴보도록 하자. 시작은 <낙과>다. 제목 그대로 떨어질 낙(落)에 과실 과(果) 자로 떨어지는 과일이란 의미다. 아빠 종환과 아들 도진은 같은 도서관에 다닌다. 아빠는 마트 직원으로 일하다 은퇴를 했고, 아들은 4년째 공무원 시험에 도전 중이다. 어떤 물건도 50% 이상 할인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자신을 찾아주는 일자리가 없는 종환도 괴롭지만 청춘임에도 취업이 힘든 도진도 울상이다.
 
도진은 이혼 가정에서 자랐다. 아빠를 따라온 그와 달리 엄마를 따라간 누나는 안정적으로 직장도 얻고 결혼도 앞두고 있다. 도진은 자신이 구질구질하게 사는 이유가 아빠 때문이라 여긴다. 영화는 이런 종환의 아픔을 떨어지는 과일의 이미지를 주기적으로 보여주며 형상화한다.
 
나무 위의 과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무 아래로 떨어진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노년은 이 이미지로 표현된다. 반대로 나무에서 열매를 따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진과 같이 아직 어리지만 나무라는 세상에서 살 수 없는 열매의 모습으로 씁쓸함을 자아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통 받는 건 청춘만이 아니다. 중년과 노년 역시 애환이 있음을 가족의 관계를 통해 보여준다.
  
 <오늘, 우리2> 스틸컷

<오늘, 우리2> 스틸컷 ⓒ 필름다빈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는 세 남매를 통해 부모부재가정의 아픔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지혜, 지윤, 지훈 세 남매는 옛 집에 모여 김장을 담근다. 시시콜콜 과거를 이야기하는 남매의 이야기에는 아픔이 가득하다. 아빠가 없는 가정에서 아이들을 혼자 돌봐야 했던 엄마, 그런 엄마 아래에서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던 남매들, 결국 참지 못해 엄마한테 욕을 내뱉었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내뱉는 그들의 모습은 아픔마저 유머로 승화하는 모습이다. 
 
이 작품의 색깔이 블랙코미디로 빠지지 않는 이유는 판타지에 있다. 엄마가 아프리카에 있다는 설정이 그렇다. 김장을 하면서 간을 맞추지 못하는 남매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혹시 아프리카에서는 배추가 자라지 않을까 생각한다. 엄마에 대한 애증은 아프리카 전통 민요를 연주하는 판타지 장면과 힘찬 미래를 꿈꾸는 남매의 모습을 통해 치유의 미학을 선보인다.
 
자연스럽게 피어난 줄 알았던 아스팔트 위의 꽃이 알고보니 누군가 기르고 었었던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스팔트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사랑을 통해 꽃처럼 자란 남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 우리2> 스틸컷

<오늘, 우리2> 스틸컷 ⓒ 필름다빈

 
<갓건담>은 건담을 사랑하는 준섭이 이혼한 엄마와 아빠 사이를 연결하려는 내용을 다룬다. 엄마의 생일 날, 준섭은 아빠의 축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찍기 위해 아빠를 찾아간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아빠 상운은 장발머리에 오토바이를 타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준섭은 엄마와 결혼을 위해 머리를 짧게 잘랐던 아빠에게엄마를 위해 한번 더 이발을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가 욕설을 듣는다. 아들을 끔찍하게 사랑한다 입버릇처럼 말했던 상운의 반응에 준섭은 상처를 받는다.
 
상운의 집을 찾아간 준섭은 그곳에서 아빠의 애인인 옥슬을 만난다. 준섭은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아빠의 애인이 자신에 대해서는 알고 있자 묘한 느낌을 받는다. 이들 세 사람은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을 보여준다. 자유분방한 상운과 어울리는 옥슬, 그런 상운과 옥슬 사이에서 관계를 맺어가는 준섭의 모습은 이혼 가정이 더 포괄적인 가정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결말부에 담긴 예기치 못한 반전은 센스 있는 마무리를 선보인다.
  
 <오늘, 우리2> 스틸컷

<오늘, 우리2> 스틸컷 ⓒ 필름다빈

 
마지막 에피소드 <무중력>은 시각적인 매력이 뛰어나다. 아마 이 작품이 처음 시작할 때 당황하는 관객이 있을 것이다. 검은 화면에 목소리만 나오고, 뒤이어 나오는 화면도 마치 심장박동 초음파 같은 선만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도입부는 점자를 초음파와 연결하며 시각장애를 지닌 엄마 현희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표현한다. 점자는 앞을 볼 수 없는 현희를, 초음파는 임신 중인 그녀의 상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현희의 가정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실의에 빠진 할아버지를 찾는다. 이들 가정에는 상실의 슬픔과 탄생에 대한 기쁨이 공존한다. 이 모습은 앞서 언급했던 거처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우주의 모습을 가족에 빗대어 묘사하는 시도라 볼 수 있다. 
 
장애가정을 생각했을 때 전개될 수 있는 스토리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야기로 이들에게 지니는 선입견에 격조있는 질문을 던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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