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사진

공연장 사진 ⓒ pixabay

 
지난 16일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2주 더 연장됐다. 하지만 그동안 집합금지-운영제한이 내려진 시설 중 카페, 헬스장, 노래방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조치는 완화됐다. 반면 공연장에 대해선 현행대로 '좌석 두 칸 띄어앉기' 조치가 유지됐다. 이에 대해 공연계에서 좌절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를 연장 발표한 직후 주요 대극장 뮤지컬 공연들은 줄줄이 공연 중단 또는 개막 연기를 발표했다.

EMK뮤지컬컴퍼니의 <몬테크리스토>, 쇼노트의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 오디컴퍼니의 <맨 오브 라만차>, 신시컴퍼니 <고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당초 12월 18일 공연 개막 예정돼 있었던 <맨 오브 라만차>는 1월 12일과 1월 19일로 세 번이나 개막 날짜를 변경했지만 19일에도 결국 개막하지 못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연 중단 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사실은 공연을 취소하는 게 손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중단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 대극장 작품들이 공연을 접어버리면 산업 자체가 무너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객석의 65% 이상은 판매될 수 있어야 공연이 유지된다고 호소했다.

"현재 '두 칸 띄어앉기' 조치 대로면 객석의 30%만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여전히 30%를 연다고 해서 관객들이 다 들어오진 않는다. 15, 20% 정도 들어오는 상황이다. 손익분기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다. 공연을 하는 것보다 취소 수수료만 내는 게 적자 폭이 적을 정도다.

50%를 판매할 수 있다면 지금보단 사정이 나아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렵다. 객석을 65%만이라도 판매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저희 입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팔리는 것은 아니다. 공연은 다 투자가 있어야 가능한데 투자사들이 손해나는 사업을 할 이유가 없지 않나. 65%는 그나마 투자사들을 설득할 수 있는 숫자이고 상황이 나아지면 더 많은 객석을 팔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수치이기도 하고. 생계가 걸린 배우, 스태프들에게 최소한의 인건비를 보전해줄 수 있는 수치이기도 하다."


반면 소극장의 경우 공연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일 개막한 연극 <얼음>은 300석 내외의 공연장인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를 이용하고 있지만 현재 전체 좌석의 3분의 1 가량인 100석 내외 밖에 예매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공연을 지속 중인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400명 내외의 관객이 앉을 수 있는 예스24스테이지 1관 역시 현재 좌석 두 칸 띄어앉기 조치로 인해 100여 석만 판매할 수 있다. 

<얼음>과 <앙리할아버지와 나>의 제작사인 파크컴퍼니는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다"면서도 "<앙리>는 오래 함께 해주셨던 배우분들이 '관객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공연을 올리고 싶다'는 마음을 보여주셔서 어렵지만 공연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솔직히 좋아질 줄 알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조금 완화될 줄 알았는데 (완화되는 시설에) 공연장은 빠져있었다. 이렇게 '두 자리 띄워 앉기'가 지속되면 공연을 계속 이어가기는 아무래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극,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는 공연계가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K팝, 클래식 등 다른 분야에서는 온라인 공연으로 전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반면 연극, 뮤지컬 공연은 온라인 상영 등 다른 돌파구는 염두에 두지 않고 코로나가 종식되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EMK는 "공연의 영상화는 다른 제작사들도 준비하고 있고 저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주간에 <몬테크리스토> 온라인 상영회를 진행했다. 수익금 100%를 앙상블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위로금으로 전달하고자 시작했던 기획이고, 실제로 며칠 전 지급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반면 공연장이 협소하고 상황이 더 어려운 소극장의 경우 난색을 표했다. 파크컴퍼니는 "<얼음>의 경우, 연극 무대에 최적화된 공연이다. 온라인으로 상영했을 때 무대의 묘미가 사라지고 작품의 결도 달라진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한 소극장에서 어린이를 동반한 시민들이 연극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한 소극장에서 어린이를 동반한 시민들이 연극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9일 한국뮤지컬협회를 비롯한 공연 관계자들은 서울 모처에서 만나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조치에 대해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연장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문진표 작성 등 철저한 방역이 이뤄지고 있는 점, 그동안 공연장 내 '코로나 19' 확진자 전이가 없었던 점, 공연예술계가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방역조치를 완화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이 제시한 기준은 '동반자 외 거리두기'였다. 정부가 제시한 현행 방역지침에 따르면 공연장은 2.5단계시 좌석 두 칸, 2단계시 좌석 한 칸, 1.5단계시 다른 일행간 좌석 한 칸을 띄워야 한다. 그러나 공연 관계자들은 2.5단계부터 1.5단계까지 모두 일행을 제외한 한 칸을 띄울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동반자 외 거리두기'는 공연이 올라갈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조성해 주며, 제작사가 책임지고 스태프와 배우들의 인건비를 보존해 공연을 지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오는 31일까지 유지된다. 향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낮아질지, 공연장 방역수칙 지침이 완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공연 관계자는 "지금도 스태프들, 일용직 크루들, 앙상블 배우들 등 많은 인재들이 생계 문제로 점점 공연을 떠나고 있다"며 공연 지속을 위해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공연이 마치 사치재처럼 인식돼서, 공연계의 힘들다는 호소에 대한 국민 정서가 좋지는 않다. 그런 점들이 저희를 더 힘들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코로나 19'가 확산되던 초반에는 언젠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길어지면서 많은 제작사들이 거의 도산 위기다. 공연을 계속 할 수 있게만 해달라는 이야기다."(EMK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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