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간판' 손흥민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새해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스페인과 영국 등 유럽 현지 언론에서는 손흥민이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 중 하나인 레알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있다.

올시즌 토트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은 구단과 2023년 6월까지 계약이 되어있는 상황. 당초 토트넘이 파격적인 주급 인상을 조건으로 손흥민과 재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재정적 손실이 큰 토트넘이 아직 계약기간에 여유가 있는 주축 선수들과의 협상을 보류하기로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레알은 올시즌 11승 4무 3패(승점 37)로 라리가 2위에 머물고 있다. 1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승점 41)와는 4점차이지만, 아틀레티코가 아직 2경기나 덜 치른 상황이라 승점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호날두(유벤투스)의 이적 이후 공격력에 아쉬움이 큰 레알은 34세가 된 노장 카림 벤제마 외에는 확실한 공격옵션이 없는 상황이다. 가레스 베일이 지단 감독과의 불화로 전력 외 취급을 받으며 토트넘으로 임대를 간 상황이고, 2019년 거액을 주고 영입한 에당 아자르마저 잦은 부상 속에 먹튀로 전락하며 2선의 파괴력이 크게 하락했다. 올시즌 각종 대회에서 16골을 넣으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손흥민은 지금 당장 레알에 가더라도 부동의 주전으로 기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과거에도 손흥민은 레알 마드리드와 관련된 소문에 여러 차례 연결된 바 있지만 최근에는 좀더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되고 있다. 국내 축구팬들도 손흥민의 거취를 흥미롭게 주목하고 있다. 만일 손흥민이 레알행이 정말로 성사된다면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레알은 수많은 슈퍼스타들의 '드림 클럽'으로 불릴만큼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꼽힌다. 레알이 속한 스페인 라리가는 박주영-기성용-이천수-이승우 등 수많은 한국 선수들이 도전장을 던졌지만 아직 성공했다고 할 만한 선수를 배출하지 못한 리그이기도 핟. 이러한 스페인 리그, 그것도 레알 마드리드같은 클럽이 한국인 선수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만으로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장면이다.

손흥민이 레알행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크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레알이라는 명문클럽에서 뛰었다는 명예다. 레알에서 감독직을 역임했던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선수로서든, 감독으로든 레알에서의 커리어가 없다면 완벽한 축구인생이라고 할 수 없다"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다소 과장된 립서비스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레알 출신이라는 커리어가 축구계에서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축구 역사에서 가장 최고 수준의 명문클럽에서 활약한 한국인 선수는 박지성을 꼽을 수 있다. 박지성은 2005년 당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입단하여 7시즌을 활약하면서 명실상부하게 세계적인 선수로 그 위상을 인정받은 바 있다. 

둘째는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올시즌 다소 주춤하기는 하지만 레알은 매년 여러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하는 빅클럽이다. 라 리가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모두 최다우승팀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성공적인 축구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성인클럽무대에서는 우승 트로피와 인연이 없었다. 호날두나 메시의 사례에서 보듯이 팀의 우승은 곧 선수 개인의 최고 영예이기도 한 발롱도르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손흥민이라면 레알에 가더라도 충분히 '주연'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박지성은 맨유에서는 부동의 주연이라기보다는 동료와 팀을 위하여 헌신하는 명품조연에 가까웠다. 한국축구의 또 다른 전설인 차범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내내 맹활약했지만 리그 정상급 강팀에서는 뛰어보지 못하여 우승 커리어에서는 손해를 봤다. 최전성기에 접어든 손흥민은 현재 무주공산이나 다름 없는 레알의 공격진에서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다.

반면 손흥민이 레알행을 선택할 경우, 그만큼 포기하거나 감수해야할 위험부담 또한 적지 않다. 레알 정도의 클럽은 항상 세계최고 선수들의 영입설이 끊이지 않는다. 세대교체가 절실한 레알과 연결되고 있는 슈퍼스타급 선수들은 손흥민만이 아니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킬리앙 음바페(파리 생제르맹)같이 손흥민과 비슷한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또다른 월드클래스급 선수들도 영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당장 현재 레알의 선수구성만 보고 손흥민이 레알에서도 토트넘에서만큼의 위상을 부여받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손흥민은 이들에 비하여 나이가 어린 편도 아니고 우승 커리어는 오히려 부족하다. 한국 나이로 서른을 바라보는 손흥민은 냉정히 말해, 매년 우승에 도전해야하는 수준의 빅클럽에서는 한 번도 뛰어본 일이 없다. 레알같은 빅클럽은 애초에 팬들과 언론이 기대하는 눈높이 자체가 차원이 다르고, 조금만 부진하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선수를 오래 기다려주는 인내심도 없다. 만일 손흥민이 이러한 엄청난 압박감을 받는 상황에 놓였을 때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더구나 손흥민이 한번도 뛰어본 일이 없는 스페인에서 독일-영국과는 또다른 언어와 문화에 서른이 다되어서 새롭게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손흥민이 레알에 갈 수 있느냐 없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지금 시점에 과연 레알에 굳이 가야만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고민이다.

레알이 세계최고의 명문클럽인 것은 맞지만, 현재는 세대교체와 리빌딩의 과도기에 가까운 시점이라고 할수 있고, 슈퍼스타들의 연이은 유출로 스페인 라리가의 위상이 하락세에 놓여있다. 손흥민은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최정상급 선수이자, 토트넘의 에이스로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다. 카라바오컵 결승 진출을 비롯하여 유로파리그-EPL-FA컵 등 모든 대회에서 우승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

손흥민은 지금 토트넘의 살아있는 레전드로서 구단의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는 분기점에 놓여있다. 하지만 우승에 익숙한 레알에서는 손흥민이 한두 시즌 잘한다고 해봤자 '호날두의 아류' 혹은 레알을 거쳐간 수많은 유명 선수중 '원 오브 뎀(One of them)' 정도의 평가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한국 나이로 서른에 접어든 손흥민이 레알에 간다고해서 몇 시즌이나 꾸준히 활약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용의 꼬리가 될 바엔 뱀의 머리가 되는게 낫다는 말도 있다. 레알이 손흥민을 정말로 간절하게 원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 손흥민이 굳이 레알행에 크게 연연해야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이미 토트넘과 EPL 역사에 아시아 선수로서 주연이자 '온리 원'(Only one)의 역사를 스스로 개척해나가고 있는 손흥민에게 굳이 이제와서 빅클럽의 명성에 연연해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