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라센의 칼> 포스터

영화 <사라센의 칼> 포스터 ⓒ (주)콘텐츠윙

 
지난해 12월 경기 포천시에 위치한 어느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국적의 이주 노동자가 추위에 떨다 사망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와 노동 현실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때 살펴보기 적절한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14일 관객과 만날 예정인 영화 <사라센의 칼>이다.

유목민들은 길을 찾기 위해 어미 낙타 앞에서 새끼 낙타를 죽인다고 한다. 영화는 이를 묘사한 애니메이션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작품 내용과는 별개의 스토리로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에 다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까지 보고 나면 전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영화 제목인 '사라센의 칼'은 극 중에서 이슬람 교도인 외국인 노동자가 몸에 지니고 있던 칼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방 소도시의 한 유리 공장에서 일하는 윤아(신지수 분)는 공장 옆 컨테이너 박스에서 혼자 생활한다. 사장은 몇달째 사정이 어렵다며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고, 술 취한 작업 반장은 성폭행을 하려고 컨테이너 문을 흔들다가 열리지 않자 그 앞에서 노상방뇨를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윤아는 그 누구에게도 항의하거나 화를 낼 수 없다. 혈혈단신인 그는 먼지 자욱한 유리 공장과 낡고 더러운 컨테이너 박스가 아니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 <사라센의 칼> 스틸 컷

영화 <사라센의 칼> 스틸 컷 ⓒ (주)콘텐츠윙

 
윤아와 함께 일하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 알란(검비르 분) 역시 같은 신세다. 회식 자리에 낄 수조차 없는 알란은 일요일은 물론, 몸이 아픈 날에도 끌려 나와서 일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그 역시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하는 신세인 것은 윤아와 같다. 툭 하면 작업 반장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그는 불법체류자 신분이기 때문에 아무리 부당한 일을 당해도 신고하지도 못한다. 경찰이 들이닥치면, 그는 미세분진으로 가득한 창고에 숨어있어야 한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열악한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극 중에서 공장 노동자들은 알란에게 카레 냄새가 난다고 조롱하기도 하고, 성희롱과 다름 없는 발언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알란은 동료가 아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편견 때문에 고통 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관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이 공장에서 편견 때문에 고통받는 이는 알란뿐만이 아니다. 극 중에서 윤아는 여러 번 남자들의 성희롱, 성폭행 시도에 직면한다. 사장은 월급을 주겠다며 자신의 바지춤에 돈을 꽂아넣고 가져가라고 하는가 하면, 작업 반장은 컨테이너 박스에 몰래 숨어있다가 윤아를 몰아붙이기도 한다. 이들은 저항하는 윤아에게 어머니를 들먹이며 "팔자대로 살라"고 조롱한다. 과거 윤아의 어머니가 동네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며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기 때문. 
 
 영화 <사라센의 칼> 스틸 컷

영화 <사라센의 칼> 스틸 컷 ⓒ (주)콘텐츠윙

 
이를 통해서도 영화는 그들의 편견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영화는 다소 덜컹거린다. 극 중에는 성폭행을 시도하는 장면이 꽤 여러 번 등장하고, 폭력적으로 묘사된다. 알란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남자 등장인물들이 성폭행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처럼 묘사되는 점도 의문스럽다. 길을 걷던 남자 행인들까지 윤아의 손을 잡아 끌기도 한다. 편견 때문이라고 하기엔, 그러한 편견과 아무 상관없는 신입 은지(성화연 분)에게도 성폭행 시도는 계속된다. 이는 오히려 또다른 편견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드는 대목이다.

영화는 분명하고 보편적인 메시지를 향해서 달리지만 디테일이 다소 아쉽다.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만큼, 관객 입장에서는 보고 있기 고통스러운 장면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가 몰랐거나 혹은 알지만 외면하고 있었던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어 보인다. 현실은 여전히 영화보다 더하므로. 

한 줄 평: 편견이 만들어낸 끔찍한 비극
별점: ★★(2/5)

 
영화 <사라센의 칼> 관련 정보

감독: 임재영
출연: 신지수, 검비르, 박명신, 김필, 성화연
제작: 대쉬필름
배급: (주)콘텐츠윙
러닝타임: 83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1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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