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배우 박규영 인터뷰 사진

ⓒ 사람엔터테인먼트

 
"재능이 출중하거나 외모가 뛰어난 배우가 아닌 걸 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주어진 여건 안에서 어떻게든 해내야겠다는 오기가 생기는 것 같다. 내게 욕망이라고 하면 어떤 오기? 그런 게 아닐까."

지난해 12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은 강한 욕망 때문에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지난 4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배우 박규영은 드라마 속 세상에 살게 된 자신을 상상하며 "오기 때문에 괴물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오기 있게 임한 이번 작품에서 박규영은 어느 때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배우로서 이름을 알렸다. 

<스위트홈>에서 바깥 세상과 단절된 채 그린홈에 갇힌 주민들은 언제 괴물이 될지 모르는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쳐 괴물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박규영은 야구 배트를 들고 용감하게 싸우는 베이시스트 윤지수로 분했다.

윤지수는 원작 웹툰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달라진 인물 중 하나다. 웹툰에서 윤지수는 괴물로 변하는 것을 조절할 수 있는 차현수(송강 분)가 환각 때문에 고통스러워 할 때 걱정하고 위로하거나, 주민들에게 이용 당할 때 대신 분노하는 등 차현수의 멘토같은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윤지수와 차현수는 맞붙는 신이 많지 않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반듯한 국어교사 정재헌(김남희 분)이다. 박규영은 "영상으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설정이 바뀌었지만, 최대한 원작의 캐릭터 외적인 면은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웹툰이 영상으로 제작되면서 캐릭터간의 관계성이 달라졌다. 그렇지만 또 다른 재미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신 외적인 부분은 웹툰 속 인물을 닮고 싶었다. 머리를 자르고 전체 탈색을 하려고 했는데, 촬영 기간이 길어서 (계속 탈색을 반복하면) 모발이 버티지 못할 거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반만 탈색하는 것으로 바꿨다."

극 중에서 자유분방한 윤지수와 뻣뻣하고 바르기만한 정재헌은 괴물과 함께 맞서 싸우면서 점점 가까워지게 되고, 설레는 로맨스 관계로까지 이어진다. 많은 팬들은 드라마에서 새롭게 등장한 윤지수와 정재헌의 멜로에 열광했는데, 정작 두 사람은 전우애나 남매 같은 감정으로 연기했다고. 앞서 인터뷰한 김남희는 "로맨스 연기라기보다 남동생과 연기하는 기분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규영 역시 "이 러브라인이 이렇게 관심받을 줄 몰랐다"며 "저도 멜로, 러브라인보다는 극한 상황이 주는 전우애와 이성으로서 호감 사이의 어떤 감정으로 연기하려 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붙어다니면서 서로 의지하는 캐릭터들이라서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박규영은 극 중에서 정재헌의 애틋했던 고백 신을 10번도 넘게 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괴물과 싸우러 가기 전 정재헌은 병상에 누워있는 윤지수에게 "나는 지수씨가 좋습니다"라며, 처음으로 신의 뜻이 아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는다. 박규영은 "윤지수가 마음을 열게 된 건, 그 장면부터였다는 생각이 든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드라마 전개상 지수는 재헌의 죽음을 볼 수 없었다. 촬영 끝나고 그 장면을 영상으로 봤는데 마음을 열었던 사람이라서 너무 슬펐다. 많이 울었다. 촬영 끝났지만 남희 오빠는 여기 있는데 재헌은 죽었다는 게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 계속 같이 연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아쉽기도 하다.

저는 남희 선배와 가장 많이 연기했기도 하고. 제가 정재헌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정재헌이 죽기 전에 마지막 장면이지 않나. 사실 재헌의 엔딩 신도 10번 이상 봤다. 특별히 그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기보다는 제가 극 중 정재헌을 좋아했던 것 같다."


이어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김남희의 '방귀 애드리브'를 꼽아 웃음을 자아냈다. 드라마에서 수술 후 회복 중인 윤지수를 찾아온 이은혁(이도현 분)은 '방귀가 나왔냐'고 확인한다. 쑥스러워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윤지수를 대신해, 나왔다고 대답한 정재헌은 이어 윤지수의 눈치를 보며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이 장면은 김남희의 애드리브였다고. 박규영은 "촬영을 할 때 방귀 애드리브가 너무너무 웃겼다. 한동안 촬영을 못할 정도였다. 다들 웃느라고 계속 NG가 났고, 감독님도 계속 웃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배우 박규영 인터뷰 사진

ⓒ 사람엔터테인먼트

 
한편 박규영이 <스위트홈>에 출연하게 된 건 다름 아닌 팔씨름 덕분이었다고. 웹툰을 볼 때부터 윤지수 캐릭터에 가장 마음이 갔었다는 박규영은 자신이 "윤지수를 맡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오디션 자리에서 이응복 감독이 팔씨름 내기를 제안했다는 것. 박규영은 무조건 이겨야겠단 생각 밖에 없었다며 그날을 회상했다.
 
"이응복 감독님이 <스위트홈>을 연출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저는 원래 지수를 제일 좋아했고 지수로 미팅을 하게 돼서 그것 만으로도 좋았다.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오디션을 봤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대본 리딩도 했는데 (이응복 감독이) 소연 감독님이라고, B팀 감독님과 팔씨름을 해서 '이기면 (지수) 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그리고 팔씨름을 했는데 이겼다. 

(이응복) 감독님이 제 눈빛을 보시고 '얘가 진짜 하고 싶구나, 진짜 지수란 캐릭터를 사랑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제가 나갈 때 바로 전화가 와서 '대본 받아가라'고 하셨다더라. 진짜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이긴 했다. 소연 감독님께 '져 주세요'라고 했는데, 감독님도 뭔가 제가 (지수로) 나쁘진 않으셨는지 져주셨다.(웃음)"


팔씨름으로 쟁취(?)한 윤지수 역할은 박규영의 배우 인생에도 큰 터닝 포인트가 됐다. JTBC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SBS <수상한 파트너> <녹두꽃>,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 <사이코지만 괜찮아>, 영화 <레슬러> <침묵> 등 여러 작품에서 주·조연으로 경험을 쌓은 그는 이번 <스위트홈>을 통해 단숨에 주목받는 신예 배우로 떠올랐다. 박규영은 "제겐 정말 선물같은 작품"이라며 웃었다.

"현장에서 제가 배우 박규영으로 사는 데도 굉장히 많은 걸 배웠다. 큰 터닝 포인트가 됐다. 작품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윤지수라는 캐릭터를 많이 사랑해주셨고, 박규영이라는 배우도 사랑을 받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정말 저한테는 선물같다. 앞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원동력이 됐다."

사실 박규영이 배우로 입문하게 된 과정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명문대 출신 재원으로 알려졌던 그는 지난 2015년 잡지 <대학내일>의 표지 모델이 되면서 지금의 소속사를 만났다. 당시 의류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박규영은 "옷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서 (의류학과에) 진학했지만, 배우로 일하게 되면서 '정말 이 일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는 간호사로,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선 사고뭉치 신입 편집자로, 또 <스위트홈>에선 자유분방한 베이시스트로 분한 그는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는 박규영이라는 사람이지만, 작품 안에서는 윤지수(스위트홈)로도 살 수 있고, 남주희(사이코지만 괜찮아)로 살 수도 있고, 오지율(로맨스는 별책부록)로 살 수도 있다. 물론 긴 기간은 아니지만 그동안 다른 인물로 다른 모습을 하고, 다른 말투나 다른 목소리를 쓰면서 살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매력적이다. <스위트홈> 때문에 베이스 기타나 야구 배트 잡는 법을 배웠는데, 윤지수 캐릭터를 맡지 않았다면 사람 박규영으로선 해보지 못했을 경험이다.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온 힘을 다해서 일하시는 선배님들과 스태프분들을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는다. 연기하면서 조금이라도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박규영은 파트너였던 김남희의 연기 태도를 보고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 (김)남희 오빠가 많이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대화도 많이 나눴다. 저는 선배님께 정말 많이 배웠다. (김남희는) 신 앞의 감정, 뒤의 감정, 그때 상황, 이런 것들에서 하나라도 의문점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 배우다. 너무 열정적으로 연기하셔서 가까이에서 많이 배웠다. 제게도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스위트홈>을 통해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박규영은 여전히 자신의 아쉬운 연기만 눈에 보인다고. 스스로 잘한 장면을 꼽아보라는 질문에 그는 "윤지수의 첫 등장신 만큼은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고 자신했다. 이어 열심히 달려온 스스로에 대한 격려도 덧붙였다.

"시청자분들은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첫 등장이 제일 자신있었다. 대사가 긴 것도 아니고, 깊은 감정을 보여주는 신도 아니지만 그 장면으로 윤지수라는 캐릭터를 각인시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칭찬해주고 싶다.

저는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단 한 번도 내가 나에게 칭찬하지 않았더라. '오늘 괜찮았어, 잘했어'라고 한 적이 없었다. <스위트홈>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이걸 계기로 돌아봤다. 매 캐릭터 겁먹지 않고 부딪혔던 것, 매 순간 그 캐릭터를 사랑하며 연기했던 것. 그런 건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것도 칭찬해주고 싶다. 앞으로는 뒤도 돌아보면서 칭찬도 하고 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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