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나는 20대의 부모님이 키우기에 다소 힘든 아이였다. 부모님 말씀에 순종적 태도를 보였던 오빠와 달리 나는 꼬박꼬박 논리를 따져가며 말대꾸하는 아이였다. 부모님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오빠와 종종 비교하셨고, 엄마는 나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며 윽박지르고 회초리를 드셨다. 그러나 타고난 기질 때문인지 혼나면서도 내 생각을 말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때론 말과 눈물로, 때론 고함과 침묵으로, 그리고 구구절절 써 내려간 편지로 부모님에게 내 생각을 전달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생각을 표현하는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무언가를 잘 못 한 것도 아닌데 단지 어른의 의견에 내 생각을 말한다는 이유로 혼나는 것은 나로서는 대단히 억울하고 속상한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마음은 앙금이 되어 쌓여갔다. 결국, 나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강압적 태도에 중2 사춘기 시절을 기점으로 반항하기 시작했다. (관련 기사 : "애들이 나한테 반항했으면 좋겠어" http://omn.kr/1ovu8)

생각과 감정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다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20회 방송 영상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20회 방송 영상 ⓒ 채널A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그램에는 자녀와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부모들이 출연한다. 24시간 관찰 카메라로 아이와 부모의 일상을 기록한 영상을 육아 전문가 오은영 박사와 함께 보며 처방 받는다. 

20회 차에는 자녀의 버릇없는 말투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가 나온다. 사춘기라서 어긋나면 안 될 것 같다는 이유로 엄마는 더욱더 아이의 말투를 지적한다. 그러나 오은영 박사는 관찰 카메라의 장면을 해부하며 부모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금쪽이는 거슬리는 말투를 한 것이 아닙니다. 이 정도 말투로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걸 보면서 '어유~ 똑똑하네~ 말 잘하네~' 그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나한테 와서 이렇게 물어봅니다. '우리 엄마가 나한테 자꾸 말대꾸한대요. 말대답을 따박따박한다며 혼내요.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말은 물어보면 원래 대답을 하는 거란다. 안 하는 것보다는 말대꾸하고 말대답을 하는 게 백 배 천배 나은 거야'."

아이나 어른이나 감정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다. 아이 스스로 자기감정과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나이라면, 부모는 자신과 다른 아이의 감정과 생각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부모가 그것을 부정한다면 어쩌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른으로 자라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꽤 오랜 시간 부모님을 원망했다

부모님은 오빠와 나를 사랑하셨지만, 안타깝게도 어린 시절의 나는 그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없었다. 지금처럼 육아 프로그램이 흔치 않았기에 서로 다른 자녀의 기질을 이해하며 그에 맞는 육아 방법을 적용한다는 것은 부모님에겐 사치였다. 전쟁 트라우마를 겪은 조부모님 손에 자란 부모 세대는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했고, 어김없이 잘못된 회초리 훈육과 어긋난 사랑 표현은 우리 세대까지 대물림됐다.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9회 방송 영상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9회 방송 영상 ⓒ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 출연을 결심한 부모가 자녀를 사랑한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금쪽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부모의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부모님을 용서하고 사랑한다. 서로가 사랑하지만, 서로가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악순환이 탄식과 함께 화면을 채운다.
나는 다양한 금쪽이들의 아픔과 깊은 속마음을 통해 어린 시절의 나를 본다. 그리고 모니터 속 다양한 부모님의 눈물을 통해 우리 부모님의 마음도 헤아려 본다.
 
사실 나는 꽤 오랜 시간 우리 부모님을 원망했다. 부모님도 나와 같이 부족한 어른이었음을 깨닫기 전까지, 아니 깨닫고 나서도 한동안 그랬다. 그것은 다르게 표현하자면 내 안의 상처가 치유되지 못했다는 증거였고, 자기 상처를 외면하는 손쉬운 방법이었다. 하지만, 행복한 삶을 위해 나를 올바르게 사랑해주고자 마음먹으면서부터 나는 어린 시절 상처받았던 내면 아이를 바라보고 안아주기 시작했다.

내가 나에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
 
 넷플릭스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9회 방송 영상

넷플릭스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9회 방송 영상 ⓒ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에 나오는 대부분의 부모는 자기 아이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부모의 걱정과 달리 아이들에게는 기질적 차이가 있을 뿐 심각한 문제가 없다. 오은영 박사는 오히려 영상 속 양육자의 언행을 지적하며 그들에게 처방을 내린다. 때론 그들 부모와의 관계나 성장 과정에 관해 물어보고 양육자의 상처 치유를 위해 힘쓴다. 

육아를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양육자가 자기감정과 생각에 귀 기울이며,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순서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듬고 사랑해줘야 한다. 그래야 지만 자녀나 타인 또한 같은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다. 

어느새 나를 낳았던 부모의 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된 지금, 누구보다 나에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나를 낳아주신 부모로부터 진정한 정신적 독립이다.

끊임없이 내 감정과 생각에 귀를 기울여 주며 스스로 칭찬하기도 하고, 충고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기질과 특성을 인정하고 그들 또한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자 훈련한다. 그렇게 내가 나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주다 보니, 어느덧 나는 완벽하지 않은 부모님의 모습에서도 연민과 감사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내 사주팔자에 아이를 아주 잘 키우는 기술이 있다고 하던데 아마도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덕분인 것 같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2021년 새해 다 같이 웃자고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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