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예능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19 사태는 프로그램 제작에 온갖 제약을 가져다줬다. 길에서 이뤄지는 시민들과의 만남, 해외 촬영, 대규모 인원 동원 등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 된 지 오래다.

이렇다보니 제작진들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손쉽게 사용하던 소재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기획을 마련해야 하는 등 큰 부담을 갖게 됐다. 또 일부 연예인 및 제작진의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프로그램 제작 및 방영마저 갑자기 중단되는 일도 빈발할 만큼, 2020년 방송계는 그 어떤 때보다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예능인들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TV, 유튜브 등 다양한 공간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했다. 이 글에선 분야별 가상 시상식을 통해 그들의 올 한 해를 간략히 결산해본다. 

올해의 인물 : 유재석 혹은 지미유 또는 유두래곤
올해의 TV 예능 : 놀면 뭐하니?

 
 2020년 유재석은 MBC'놀면 뭐하니?'를 통해 부캐 열풍을 주도하면서 예능 1인자 다운 면모를 여전히 과시했다.

2020년 유재석은 MBC'놀면 뭐하니?'를 통해 부캐 열풍을 주도하면서 예능 1인자 다운 면모를 여전히 과시했다. ⓒ MBC

 
'유느님' 유재석의 2020년은 눈부심 그 자체였다. 그는 MBC <놀면 뭐하니?>를 비롯해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식스센스>, JTBC <투유프로젝트 - 슈가맨 3> 모두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지상파, 케이블, 종편 가릴 것 없는 전방위적 활약으로 한국 TV 예능계를 주도했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해 방송사 통합 예능 대상이 마련된다면, 유재석이 1순위 후보로 오르는 게 당연할 것이다. 

​올해 그의  출연작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 역시 당연히 <놀면 뭐하니?>다. 이른바 '부캐' 열풍을 연예계로 몰고 온 데 이어 싹쓰리, 환불원정대 등 인기 가수들을 대거 소환환 음악 예능으로도 큰 성과를 냈다.

또 다른 출연작 <유퀴즈 온 더 블록>은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형식을 달리 가져가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되려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성공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한동안 퇴조 기미를 보여주던 토크 예능의 부활을 알렸다.

<식스센스>에선 진짜 vs. 가짜를 구분하는 평범한 구성의 예능에 블록버스터급 세트 제작을 가미해 차별화를 도모하는가 하면 <슈가맨3>를 통해선 추억 속 가수들을 재소환하며 시청자들과의 교감을 쌓는 데 주력했다. 

올해의 경쟁 : 각종 유튜브 및 OTT 예능들
올해의 모바일 예능 : <네고왕​>

 
 웹예능 '네고왕'.  호들갑스러운 황광희의 진행과 B급 정서가 맞물리면서 젊은 유튜브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웹예능 '네고왕'. 호들갑스러운 황광희의 진행과 B급 정서가 맞물리면서 젊은 유튜브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 랄라스튜디오

 
감히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각종 웹예능이 유튜브, OTT 서비스를 통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 역시 2020년 예능계의 특징이자 성과 중 하나다. 각 방송국마다 별도의 조직, 인력을 동원해 제작한 모바일 기반 예능들은 기존 TV 예능 이상의 화제몰이에 나서면서 개인방송과 더불어 새로운 동영상 혁명 같은 흐름을 주도했다.  

​국내 굴지의 IT 기업 카카오는 기존 지상파, 케이블 인력을 대거 영입해 만든 <찐경규>, <페이스아이디> 등 독자적인 형식의 예능을 카카오톡 기반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조금씩 영향력을 넓혔다. tvN은 나영석 PD와 제작진을 앞세워 TV와 유튜브가 결합된 숏폼 예능 <이식당>, <마포멋쟁이> 등을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생산하며 다양한 실험을 했다. 

<와썹맨>, <워크맨>을 비롯해서 <네고왕>, <발명왕>, <시즌비시즌>, <영지발굴단> 등 기발한 아이디어와 B급 정서를 결합시킨 이들 예능은 젊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 구독자 수를 늘리면서 경쟁이 치열한 인터넷, 모바일 동영상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총 12회에 걸쳐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네고왕>은 치킨, 아이스크림, 면도기 업체에 재도약의 기회를 부여할 만큼 예능 외적인 화제성까지 몰고 오는 데 성공했다. 방송을 탄 이후 몇몇 제품들은 품절 사태를 빚기도 할 만큼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의 유튜브 예능인 : 김민경(오늘부터 운동뚱), 문세윤(오늘부터 댄스뚱)
올해의 예능 PD : 이영식 PD (맛있는 녀석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주요 출연자인 김민경과 문세윤. 각각 '운동뚱', '댄스뚱'이란 스핀오프 형식 웹예능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주요 출연자인 김민경과 문세윤. 각각 '운동뚱', '댄스뚱'이란 스핀오프 형식 웹예능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 iHQ

 
올해 모바일 공간 속에서 눈여겨 볼만한 예능인들로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두 주역, 김민경과 문세윤을 감히 꼽아본다. 기존 케이블 예능 속 세계관을 유튜브로 확장 시킨 스핀오프+숏폼 예능 <오늘부터 운동뚱>, <오늘부터 댄스뚱>에서 이들 예능인들은 놀라운 스포츠 실력, 춤 솜씨를 보여주며 제2의 예능 전성기를 맞았다.

이들은 "뚱뚱한 코미디언들이 해봤자..."라고 생각했던 몇몇 시청자들의 고정관념을 단번에 무너뜨렸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연예인들의 재능을 재미로 연결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성공 뒤에는 이영식 PD라는 인물이 존재한다. 그는 그저 평범한 먹방 예능 속 캐릭터를 유튜브로 끌어냄과 동시에 TV와 모바일 예능 제작을 동시에 수행하는 강행군을 펼치면서 양쪽 공간 모두에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흔히 케이블 채널=CJ계열로 인식되어온 기존 방송의 틀에서 군소 채널의 반격을 주도했다는 점에서도 이영식 PD의 공헌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올해의 열풍 : 트로트 예능
올해의 따라하기 : 우후죽순 트로트 예능 신설​

 
 최근 방영중인 TV조선 '미스트롯2'의 한 장면.

최근 방영중인 TV조선 '미스트롯2'의 한 장면. ⓒ TV조선

 
2020년 TV 예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트로트 예능' 돌풍이다. 지난해 TV조선 <미스트롯>이 불을 지폈다면 <미스터트롯>은 그 불의 크기를 어마어마하게 키웠다.

특히 <미스터트롯>은 이후 각 방송사들이 너도 나도 트로트 예능 제작에 뛰어들게 만든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담당했다. 30%라는 기록적인 시청률 속에 상위 입상자들은 이제 남부럽지 않은 스타 연예인으로 자리매김했고 그들이 출연한 각종 예능 역시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인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렇다보니 <트로트의 민족>(MBC), <트롯전국체전>(KBS), <트롯신이 떴다2>(SBS), 지상파 3사는 뒤늦게 트로트 오디션을 새로 편성하는 등 치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반면 이에 대한 부작용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트로트 소재 예능을 만들다보니 엇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어 등장하고 출연진 역시 채널만 다를 뿐 대동소이하다. 일각에선 모처럼 꽃피운 트로트 부흥기가 비슷비슷한 방송으로 인해 자칫 일찍 시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올해의 실종 : 방청객, 해외 촬영
올해의 아이디어 : 랜선 방청객

 
 SBS '트롯신이 떴다2 : 라스트 찬스' 떴다2 : 라스트 찬스'의 한 장면.  기존 객석을 메워주던 방청객 대신 집에서 모니터 화면을 시청하는 랜선 평가단이 그 역할을 대신 담당하고 있다.

SBS '트롯신이 떴다2 : 라스트 찬스' 떴다2 : 라스트 찬스'의 한 장면. 기존 객석을 메워주던 방청객 대신 집에서 모니터 화면을 시청하는 랜선 평가단이 그 역할을 대신 담당하고 있다. ⓒ SBS

 
불과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음악방송,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방청객이었다. 하지만 2월 이후 이들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코로나19의 위협 속에 일반인 방청객들을 실내 공간에 대거 운집시킨 채 프로그램 제작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었고 이후 각종 음악 예능은 무관객 형식으로 제작을 이어 나갔다. 가수들은 응원봉을 흔들면서 환호하던 팬들이 없는 빈 객석을 바라보면서 어색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촬영 역시 올해 예능에서 증발해버린 것 중 하나다. 지상파, 케이블 예능의 한 축을 담당했던 게 여행 예능이지만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 외국으로 나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런 연유로 <배틀트립>, <짠내투어> 등 국내외를 찾아 떠나던 여행 예능은 속속 간판을 내렸고 <꽃보다 OO>시리즈, <윤식당>, <스페인 하숙>로 대표되는 나영석 PD표 예능 역시 해외 대신 국내 제작에만 전념하고 있다. 

반면 코로나 환경 속 새롭게 등장한 것도 있다. 바로 랜선 방청객이다. 각종 강연 및 온라인 수업에 사용되던 다중 화면 접속 프로그램을 예능에서도 적극 활용하면서 <코미디 빅리그> <트롯신이 떴다2> 등에선 시청자들이 안방에서 스튜디오 속 가수들과 코미디언들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응원에 나서는 등 부족하지만 기존 방청객의 역할을 담당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인기 가수들의 온라인 콘서트에선 어느새 필수 요소로 자리 잡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2020년예능결산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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