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방영된 엠넷 '다시 한번' 김현식 편의 한 장면.

지난 16일 방영된 엠넷 '다시 한번' 김현식 편의 한 장면. ⓒ CJ ENM

 
인공지능(A.I) 기술의 한계는 없는 걸까. 각종 분야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A.I는 어느새 예술의 분야에도 조금씩 발을 내딛고 있다.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해낼 만큼 A.I는 과거 SF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을 현실화시킨다. 엠넷이 2주에 걸쳐 방영중인 <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 >은 이러한 인공 지능의 능력을 총동원해 우리 곁을 떠난 추억의 가수들의 목소리를 복원하고 재소환하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그룹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을 완벽히 부활시켜 화제를 모았던 첫회에 이어 16일 두번째 시간에선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의 한 획을 그었던 '가객' 김현식을 선택해 그를 기억하는 음악팬들에게 가슴 찡한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올해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0주기가 되는 해라는 점에서 김현식의 목소리를 A.I로 복원하는 건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여기엔 터틀맨과 다른 난관이 여럿 존재했다.  

​2000년대 TV 무대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을 펼친 터틀맨은 음성 및 영상 합성 기술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었지만 김현식에 대해선 각종 데이터를 얻기가 어려웠다. 그가 남긴 녹음 자료들은 아날로그 테이프에 담겨진 2채널 음원들이 대부분이어서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기에 적합한 소재와는 거리가 멀었다. 또한 TV 출연을 거의 하지 않았던 관계로 변변한 영상 화면 역시 남아 있지 않았다.  

복원에 활용할 자료 부족... 쉽지 않은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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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방영된 엠넷 '다시 한번' 김현식 편의 한 장면.

지난 16일 방영된 엠넷 '다시 한번' 김현식 편의 한 장면. ⓒ CJ ENM

 
본격 작업에 앞서 MC 하하와 음악 프로듀서 김형석, 김현식의 생전 음악 동료였던 권인하, 김종진(봄여름가을겨울), 추모 음반에 참여했던 홍경민은 한자리에 A.I 작업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하면서 기대반 우려반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이에 제작진은 테스트 형식으로 하하의 목소리를 추출해 완성한 김윤아의 '야상곡' 리메이크 버전을 공개한다. 평상시 하하보다 노래를 잘 부르는 A.I의 소름 돋는 합성 기술에 출연진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김현식의 작업에 대해선 여전히 걱정어린 시선을 내비친다.    

​데뷔 초반 미성을 자랑했던 김현식은 연륜이 더해지면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변하기 시작했다. 간경화로 인한 건강 악화로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1990년경 녹음했던 5집과 6집엔 절규에 가까운 처절함이 담겨 있었기에 아무리 탁월한 기술이라 해도 제대로 그의 감정선을 되살릴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유작이자 최고 인기곡이 된 '내 사랑 내 곁에'(1991년)만 하더라도 최악의 몸상태에서 녹음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 세상을 떠난 탓에 미완성 버전으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당시 프로듀서를 맡았던 송홍섭 현 가평 뮤직빌리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서 고르고 또 고르다가 처음에 그냥 한번 불렀던 것을 용케 찾아냈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송 대표가 보관중인 복사본 릴 테이프를 토대로 복원 작업에 돌입했지만 워낙 오래전 녹음이기 때문에 반주 부분을 일일이 지우는 방식으로 목소리 추출을 시도하는 어려움도 생겼다.

100% 만족스럽지 않아도... 김현식 음악의 재평가​
 
 지난 16일 방영된 엠넷 '다시 한번' 김현식 편의 한 장면.

지난 16일 방영된 엠넷 '다시 한번' 김현식 편의 한 장면. ⓒ CJ ENM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결국 <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 >는 '너의 뒤에서'(박진영 원곡)을 열창하는 김현식의 무대를 완성하는데 성공한다. 생전 그의 상징과도 같았던 하모니카 연주와 더불어 등장한 합성 영상 속 김현식은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불타오르던 그 시절의 분위기를 물씬 내뿜었다.  

고인의 가족, 30주기 추모 음반에 참여한 김재환, 솔지 등 공연장에 모인 이들 뿐만 아니라 안방에서 TV로 지켜보던 시청자 모두 30년만에 부활한 'A.I 김현식'을 보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주 전 소개된 터틀맨 편에 비해 약간의 아쉬움도 남는 게 사실이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데이터 부족은 김현식을 재현하는 데 제약이 됐다. 결과적으로 실제 김현식의 얼굴과는 살짝 이질감 느껴지는 모습으로 표현되는 단점도 드러냈다. 

음정, 박자 모두 미묘하게 어긋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던 김현식의 독특한 창법 역시 아무리 첨단 기술이라 할지라도 완벽하게 재현하기 쉽지 않았다. 죽음을 각오하고 부르던 그의 노래는 요즘 가창력 있는 유명 후배 가수들도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 >의 색다른 시도는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30년이 지난 지금, 김현식이라는 인물이 우리 대중음악계에 남긴 흔적을 찾고 다시금 조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중인 30주년 헌정 기획과 맞물려 기성 세대들의 추억 속에만 남아 있던 김현식이라는 인물의 재발견 시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A.I를 활용한 '김현식 부활  프로젝트'는 제법 굵직한 울림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다시한번 김현식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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