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FC 서울이 8일 "박진섭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프로축구 K리그1 FC 서울이 8일 "박진섭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 FC서울

 
파란만장한 한 해를 보냈던 프로축구 K리그1 FC 서울이 '박진섭 시대'를 맞이했다. 서울은 지난 8일 박진섭 감독을 구단의 제 13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3년까지 3년이다. 이로써 서울은 지난 7월말 최용수 전 감독이 사임한 이후 감독대행만 무려 3명을 거치며 무려 4개월 넘게 이어진 정식 감독 공백기를 마침내 탈출했다.

박 신임 감독은 최근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40대 젊은 감독'의 선두주자중 한 명이다. 그는 현역 시절 축구선수로서는 평범한 체격조건과 순박해 보이는 얼굴에도 지능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꾀돌이' '둘리'라는 별명을 얻으며 울산 현대-성남 일화-부산 아이파크-실업 울산현대미포조선 등에서 활약했다. K리그 통산 284경기 출전, 3득점 27도움을 기록했고 K리그 우승 1회, 준우승 3회 등에 기여한 정상급 측면 수비수였다.

국가대표에서도 U-20, U-23, A대표팀을 두루 거쳤고 A매치는 통산 35경기나 출전했다. 한때는 동갑내기이자 한국축구의 또다른 레전드가 된 이영표와 '좌영표-우진섭' 라인으로 불리며 한국축구의 측면수비를 이끌 유망주로 꼽혔지만, 피지컬의 한계로 국가대표에서는 전성기가 짧았고 월드컵 무대는 한 번도 밟아보지 못 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박 감독은 2012년 은퇴 이후에는 개성고 감독을 시작으로 부산과 포항 스틸러스에서 코치로 프로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2018년부터는 광주 FC의 지휘봉을 잡아 2019년 K리그2 우승과 1부 승격을 이뤄냈다. 이후 2020시즌에는 K리그1에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파이널A진출을 이끄는 등 팀을 역대 최고 성적인 6위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젊고 참신한 새 감독을 물색하던 서울이 이러한 박진섭 감독의 지도력을 눈여겨보고 최근 러브콜을 보냈다. 박 감독은 광주와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던 상황이었지만 구단과 상호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고 서울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서울은 올해 그야말로 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단순히 성적만 놓고보면 11위로 승강플레이오프까지 떨어졌다가 기사회생했던 2018년이 더 나빴다고 볼 수 있지만, 올해의 서울은 구단 운영과 각종 경기 외적인 난맥상까지 더해지며 2년 전보다 힘겨운 시간을 겪어야했다.

서울은 이미 개막 전부터 부실한 전력보강에 이어 이청용-기성용 등 해외파들의 복귀 협상 불발로 여론의 비판에 시달렸다. 이청용은 결국 친정팀 서울이 아닌 울산으로 K리그에 컴백했고, 기성용은 시즌 중반에야 돌고돌아 겨우 서울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팀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정작 서울은 우선순위였던 외국인 공격수와 수비라인 보강에는 끝내 실패하며 추락을 피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허덕이던 서울은 구단의 레전드였던 최용수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후에도 좀처럼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이 파이널B로 추락한 이후 그나마 팀을 강등권에서 탈출시켰던 김호영 대행이 계약문제로 구단과 갈등을 빚다가 자진사퇴했다. 박혁순 대행 체제에서 간신히 파이널B 라운드 일정을 소화했지만 최종 성적은 결국 9위에 그쳤다.

K리그 종료 이후 재개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서는 자격요건을 갖춘 정식 감독을 찾지 못해 스카우트였던 이원준 대행이 임시로 팀을 맡아 '대행의 대행의 대행체제'라는 전대미문의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CL에서도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이밖에도 서울은 시즌 초반 국제망신을 초래하고 연맹의 징계까지 받은 '리얼돌 관중석 반입사태', 시즌 막판 수비수 김남춘의 돌연한 사망 같은 여러 가지 악재에 시달리며 마음 고생을 해야했다. 우여곡절 끝에 박진섭 신임 감독을 영입한 것도 상호합의가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계약 기간이 엄연하게 남아있는 경쟁 구단의 감독을 영입한 것이라 모양새가 좋지는 않았다. 구단 수뇌부와 프런트의 전문성 부족-심각한 불통-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이미지만 남았다는 것이 한때 K리그의 명문구단이었던 FC서울의 냉정한 현 주소다.

서울은 박진섭 감독에 앞서 여은주 신임 GS 스포츠 대표를 선임하며 현장과 프런트의 수장을 모두 교체했다. 지난 시즌 서울을 둘러싼 난맥상이 단지 선수단만의 문제는 아니었던만큼 구단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쇄신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 입장에서 다음 시즌은 세대교체와 리빌딩을 위한 중요한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다. 올시즌 노쇠화 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낸 박주영을 비롯하여 주세종, 김원식 등 주축 선수들의 계약기간이 대거 만료된다. 외국인 선수도 아드리아노가 팀을 떠났고 오스마르-알리바예프와의 동행을 계속 이어갈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기량이 떨어지고 있는 노장들, 이름값에 비하여 팀에 기여하지 못한 선수들부터 최대한 냉철하게 정리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박진섭 감독이 광주 시절 보여준 빠르고 역동적인 축구 컬러를 서울에 입히기 위해서는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 박 감독으로서는 서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그동안 순조롭게 성장해오던 지도자 커리어에 큰 타격을 입게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서울 구단은 전임자인 황선홍-최용수 감독이 왜 서울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는지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박진섭 감독이 광주에서 어느 정도 지도력을 인정받았다고 해도 머리가 큰 스타급 선수들이 많고 팬덤의 영향력도 강한 빅클럽인 서울은, 내로라하는 거물급 감독들도 쉽게 장악하지 못한 팀이다.

어쩌면 극심한 성적부진과 주요 선수들의 계약만료 시기가 맞물린 지금이 오히려 신임 감독에게는 과감한 개혁을 시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감독 연차가 짧고 심지어 1부리그는 내년에 겨우 2년차에 불과한 40대 감독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시작부터 구단이 새 감독에게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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