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힐빌리의 노래> 포스터

영화 <힐빌리의 노래> 포스터 ⓒ 넷플릭스

 
영화 <힐빌리의 노래>는 동명의 자전적 에세이 저자 J.D 벤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원작에서 보여준 정치적인 고발 목소리를 거의 배제하고 어린 시절의 고통과 세대를 거듭한 가난을 뿌리 뽑은 J.D(가브리엘 바쏘)의 성공 스토리에 주목했다. 원작을 읽은 관객에게는 밋밋한 감을 지울 수 없겠지만, 감독 론 하워드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무리 없이 볼 수 있는 감동 실화다. 약물 중독으로 제대로 부모 역할을 할 수 없던 엄마를 대신해 사랑으로 키워 준 할머니와 주변의 사회적 자본(좋은 인맥)을 통해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청년의 인생을 다루고 있다.
 
불우한 환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미국 흙수저의 진한 감동과 가족애가 영화 전반에 내포되어 있다. 가족이 짐이 되는 순간에도 이를 완강하게 붙들어주고 있는 근간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문화적 아웃사이더, 엘리트가 아니었던 주인공이 예일 로스쿨에 입학하면서 겪는 문화 충격과 차별적 경험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가족의 단단한 유대감, 그리고 위대한 여성
  
 영화 <힐빌리의 노래> 스틸컷

영화 <힐빌리의 노래> 스틸컷 ⓒ 넷플릭스

 
영화는 예일대 법대생이 된 한 청년의 성장기를 다루면서도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미국의 민낯을 고발하고 있다. 전반부는 약물중독자인 엄마 베브(에이미 아담스)의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할애한다. 이는 에이미 아담스의 메서드 연기로 약물의 위험성과 파탄 난 가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비로소 후반부의 할머니(글렌 클로즈)를 통해 이 모든 고난을 우직하게 견뎌내는 강인한 여성을 보여준다.
 
가난, 무지, 불안, 폭력이 가득한 곳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열심히 해도 어차피 되지 않을 거야'라는 자포자기를 양산한다. 염세적인 절망, 무력감, 미래를 향한 냉소, 유년기 트라우마, 낮은 사회적 자본이 모이면 누구든 일어설 수 없게 된다. 하지만 J.D는 가족과 주변의 도움이 있어 이겨낼 수 있었음을 고백하며, 가족의 힘을 재확인한다.

J.D는 순전히 조부모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어 기적과도 같은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된다. 어려운 형편, 성치 않은 건강 상태에서도 언제나 손자의 미래를 걱정하던 할머니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물심양면 돕는다. 다시는 가난과 무지가 대물림되지 않기를, 힐빌리에서도 희망이 존재함을 몸소 증명해낸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여성의 강인함이었다. 엄마는 약물과 아빠 자리를 대신할 남자친구를 수시로 바꾸며 문제를 일으키지만,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와 결혼해 모진 수난은 겪었던 할머니 또한 손자를 바른길로 이끈다. 그리고 곁에서 조력자가 되어준 누나 린지(헤일리 베넷)와 여자친구 우샤(프리다 핀토)까지 J.D의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 여성들이 존재한다.
 
힐빌리, 사회적으로 고립된 백인 노동 계층 지역
 
 영화 <힐빌리의 노래> 스틸컷

영화 <힐빌리의 노래> 스틸컷 ⓒ 넷플릭스

 
힐빌리(Hillbilly)란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Rust belt) 지역, 애팔래치아산맥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도시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노동 계층을 가리킨다. 중서부 공업 중심지가 붕괴하면서 이들은 무너지고 말았다. 
 
힐빌리 외에도 햇볕에 그을려 목이 빨갛다는 데서 유래된 교육 수준이 낮고 보수 성향이 강한 시골 사람들을 뜻하는 레드 넥(Rednecks), 백인 쓰레기라는 뜻의 화이트 트래시(white trash)라는 모욕적인 표현도 포함이다. 따라서 힐빌리는 희망이 없는 곳, 열악하고 가난한 위험한 동네를 말한다.

힐빌리 대부분은 노동을 하지 않으려고 할 뿐만 아니라 좋은 기회가 와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른바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연명하는 복지의 여왕(Welfare Queen)이 대부분이다. 결국, 아이들은 부모와 같은 삶을 살며 생을 마감한다. 운이 좋으면 수급자 신세를 면하고 운이 나쁘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다. 이와 같은 일은 힐빌리에서 일상이며, 미래는 비참하기 짝이 없다.
 
이 지역은 2016년 트럼프가 대선에서 중요 표밭으로 여긴 곳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지역이었지만, 지역의 쇠락과 재건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트럼프로 대거 전향했다. '위대한 미국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기 위해 트럼프를 뽑았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영화 <힐빌리의 노래>를 둘러싸고 있다. 왜 백인 하층민이 샤이 트럼프가 되었는지, 정부를 불신하게 되었는지, 미국을 재건하자는 말을 지지했는지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삼대에 걸친 고통의 사슬을 끊은 J.D의 의지와 미국의 극심한 빈부격차는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에게도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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